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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진 존레논 전 at 한가람 미술관

음악보다 아름다운 사람

by 노군

비틀즈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세대도 아니거니와 특유의 팝퓰러한 록음악을 어릴 때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비틀즈의 아주 유명한 곡 말고는 듣는둥 마는둥 했으니까. 지금들어도 좀 세월이 지난 탓에, 약간 촌스럽게 들리는 로우파이 사운드와 포크록인지 모던록인지 가늠하기 힘든 비틀즈의 음악은 장르규정을 하기보다 '그냥 비틀즈' 라는 장르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일단 음악을 좋아하는 인간이니까 이번 존레논의 이매진 전시는 다녀왔다. 예전에 디 뮤지엄에서 전시를 했었던 폴 매카트니의 전 부인이었던 린다 매카트니 전시보다 음악쪽에 많이 치우친 사진-기록전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전시는 존 레논과 생전에 연관이 있던 사람이 개최한 게 아니라 한때 비틀즈의 열성적이었던 팬인 '미햐엘-안드레아스 봘레(michael-andreas wahle)' 라는 사람이 팬에서 비틀즈 관련 물품 컬렉터로, 그리고 관련 전시회를 여는 성공한 덕후 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게다가 아시아쪽 전시는 이번 한국이 처음이라고 한다.



546564456.jpg?type=w966 무려 비틀즈라니!


성공한 덕후들은 요즘 눈에띄게 많지만 이 분은 성덕중의 성덕인듯. 비틀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그의 비틀즈 관련 컬렉션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이쯤되면 비틀즈의 실제 가족들보다 많이 지니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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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에 들어가 있는 한가람 미술관은 지금껏 내가 가본 미술관들 중에서 규모도 크고 무엇보다 동선이 마음에 든다. 지정되어 있는 한정된 구역을 어떻게 분할해서 효율있게 전시에 활용하느냐는 미술에 1mm 정도 관심이 있는 나같은 사람이 봐도 몸으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동선이 특히 별로였던 전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있었던 스미스소니언 사진전.






그런면에서 이번 이매진 존레논전은 훌륭한 동선과 더불어 비틀즈의 팬이 아닌 내가봐도 굉장한 볼륨과 어마어마한 지적 재산을 얻을 수 있는 전시회였다.



존 레논의 출생, 어린시절, 청소년기, 비틀즈 결성-해체, 오노 요코, 뉴욕 총격에 의한 죽음까지 존레논에 대한 A부터 Z까지로 꽉꽉 채워져 있다.



P20190118_161435618_8384CF29-46F8-4C95-B0C0-F8FD6DEBF761.JPG?type=w966 평화를 상징하는 우상에 대한 죽음에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


이 전시를 보고 처음 알았던 건 존 레논의 어린 시절은 굉장히 불우했다는 것.



선원이었던 아버지(프레디 레논)는 집을 나갔고 어머니인 줄리아 레논은 다른 남자와 동거를 시작했는데 결국 어머니의 언니(존 레논의 이모)인 미미, 메어리 부부 밑에서 자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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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는 비틀즈의 전신 밴드인 '쿼리멘' 에서 폴 매카트니를 만나게 되며 그렇게 전설이 시작된다.


폴의 어머니도 유방암으로 진작에 돌아가셨다고 하니 세계적으로 음악적인 발자취를 깊게 새기는 이들은 어딘가 불우하고 힘든 배경이 있어야 하나보다.

(아무래도 배가 부른 사람들의 손에서 주조된 음악들은 듣기에 너무 매끄러우니 본능적으로 사람들이 큰 감흥을 얻지 못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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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공식적인 데뷔 전인 1962년, 리버풀 미술대학 시절부터 사귀던 신시아 파웰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줄리안 레논과 가정을 꾸리게 됐다. 하지만 비틀즈의 인기에 취해 아내와 아들을 냉대하기 시작했다고. 이 지점에서 부모의 전철을 밟게된 그가 참 야속해 보였다. 그러다 1966년 비틀즈 투어 휴식기에 미국에서 우연히 관람한 일본인 전위 예술가 오노 요코의 전시회를 보고 그녀에게 빠져 1968년 신시아와 이혼하고 요코와 결혼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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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 요코만난 뒤 '영혼의 파트너' 였던 폴과 존은 심각하게 틀어지게 된다. 비틀즈의 팬들에게 오노 요코는 비틀즈를 해체하게 만든 '동양의 마귀할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가 되었으며 결국 1970년, 비틀즈가 공식적으로 해체하게 되는 방아쇠가 된 인물이다. 이 때부터 존 레노는 오노 요코와 함께 기행적인 행위예술-반전시위에 가담하게 되었으며 반대로 존의 음악과 내면세계는 굉장히 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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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솔로음반에 올누드 사진을 싣는다거나 반전을 외치며 침대에서 요코와 며칠동안 섹스만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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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의 상징이었던 존 레논이 그런 이미지를 구축하게 되는데엔 믹재거도 한 몫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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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명한 사진은 존 레논이 요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주 잘 보여주는 예다. 아무리봐도 그녀는 썩 아름다운 얼굴은 아닌데 동양인이 주는 어떤 신비함에 빠졌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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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의 이 oh my love 는 내가 거의 유일하게 알고있는 레논의 대표곡이다. 숲튽훈이 100회 공연에서 이상하게 불러제낀 페이스북 영상을 본 뒤 어디선가 들어본 멜로디라서 검색해 찾아내어 이 곡이 담인 '이매진' 앨범까지 구입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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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인 사건을 전시관에 그대로(?)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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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배경은 서울의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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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의 '헤이 쥬드' 의 곡 배경이 이런 사실이었던 것 조차 모르는 비틀즈 알못이다 나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첫 번째 친아들에게 그대로 물려주는 한심한 아빠였던 존 레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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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요코가 아니었다면 역사에 영원히 남을 좋은 음악을 많이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비틀즈가 해체된 뒤 비틀즈 멤버들이 비틀즈 때 보다 더 눈에 띌만한 커리어를 남긴게 과연 뭐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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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는 컬렉팅 목록들 말고도 존 레논이 직접 남긴 그림들과 예술작품들, 그리고 그의 생전 사진들이 정말이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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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을 죽였던 마크 채프먼은 정신병 덕분에 그를 죽였다고 한다. 다행히(!) 여전히 복역중이라고.



53454545.png?type=w966 오른쪽이 존 레논을 죽인 채프먼.



이 사진 뒤 5시간 만에 존 레논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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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채프먼을 향한 분노의 대중들을 다룬 섹션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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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내내 혀를 내두르게 했던 안드레스 봘레의 비틀즈관련 컬렉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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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 인베이젼' 이라는 수식어를 낳은 일등공신 중의 한 팀이었던 비틀즈.



브리티시 인베이젼(british invasion):
1960년대 중반의 문화현상으로, 영국의 록, 대중음악가 및 그 밖의 영국 문화가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대서양 양편에서 '반문화'로서 크게 시위된 현상을 이른다. 비틀즈를 비롯, 데이브 클라크 파이브, 킹크스, 롤링 스톤스, 더 후, 허먼스 허미츠, 애니멀스 등이 최전선에 섰었다.




..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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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듣는 시절도 있었던 비틀즈 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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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로드의 마지막 오리지널 사진도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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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 전체에 비틀즈와 존 레논의 음악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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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존 레논이 처음 한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는데 내가 사랑하는 위저의 'foolish father' 에 엔딩으로 이 가사가 쓰여서 아주 애정하는 문구다. 결국 모든 건 괜찮아 질거야 라는 말을 거꾸로 말하면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는 희망적인 문구도 되는 재미있는 말이다.




EVERYTHING WILL BE ALRIGHT
IN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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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의 일생과 사상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전시회였다. 이 전시를 보고와서도 비틀즈나 존 레논의 음악을 딱히 좋아하게 되지는 않았지만 한 사람의 평생을 이정도로 함축시켜놓은 전시가 여태껏 있었나 싶을 정도로 존 레논의 TMI 투성이였던 전시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존 레논 이매진 전시의 굿즈가 한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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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가면 되도록 도록이나 굿즈 몇개를 집어오는 편인데 이 날 역시 이매진 존레논 전의 도록과 핸드폰 케이스를 구입했다.


덤으로(?) 무료 포스터도 하나 주더라(아직 까보지 않았음).




당신은 날 몽상가라 말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꿈을 꾸는 건 나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도 언젠가 우리와 함께 하길 바라요.
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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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저 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한 사람의 예술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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