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시작되는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힘찬 출발.
내 세계에도 너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이번 여름에도 세상을 구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토니가 그렇게 떠난 건 네가 빈자리를 채워줄 걸 알았기 때문일거야.
도대체 캡은 이걸 어떻게 하는거야??!
피터 찌리릿!
새로 시작되는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힘찬 출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와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이후, 타노스의 '핑거 스냅' 때문에 세상에서 사라졌던 사람들과 남겨졌던 사람들이 새로운 조화를 이루며 '스파이더맨(톰 홀랜드 / 피터 파커)' 세계관에서 살아간다. 어느날 유럽으로 과학 여행을 떠나게 된 피터 파커와 그의 친구들이 타노스의 핑거 스냅의 여파로 그들이 살고있는 지구에 차원을 뚫고 들어온 '엘리멘탈' 들을 맞닥뜨리게 된다는 이야기.
마치 이제 진짜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 같았다.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소니와 마블이 서로의 캐릭터를 대여해 주며 광속 흥행을 이끌었던 '스파이더맨 홈 커밍(2017)',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정통으로 계승하는 속편격 영화다. 그래서 아이언맨의 죽음과 아이언맨의 정체성을 이어받을까 말까 하는 스파이더맨의 고뇌가 상당히 잘 그려져 있다. 거기에 새롭게 등장한 원소(공기, 물, 불, 흙) 빌런들인 '엘리멘탈'과 함께 그들을 저지하기 위해 '이쪽 차원' 으로 넘어온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 / 쿠엔틴 벡)' 라는 캐릭터의 MCU 합류는 스파이더맨의 오랜 팬들이라면 아주 반가운 소식.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아주 많은 스토리를 2시간 9분이라는 런닝타임에 욱여넣느라 플롯 면에서 엄청나게 스피디한 진행을 보여준다. 분명히 홈 커밍에서는 '벌쳐(마이클 키튼)' 의 딸인 '리즈(로라 해리어)'를 좋아하던 피터였는데 본작에서는 뜬금없이 피터와 그의 절친, '네드(제이콥 배덜런)'와 마찬가지로 '너드' 중 하나였던 'MJ(미쉘 존스)' 에게 여행지에서 고백 하려는 미션을 세운다.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인 피터의 숙모, '메이(마리사 토메이)' 는 먼 길을 떠나는 피터가 걱정되어 그의 캐리어에 스파이더맨 슈트를 챙겨주고 역시 뜬금없이 아이언맨의 수복이었던 '해피 호건(존 파브로)' 과 끈끈한 사이가 된다. 해피는 피터 파커에게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가 남긴 유산 중 하나인 '이디스'를 건네주고, 유럽에 간 16살 짜리 피터에게 끊임없이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 될래, 아니면 세계를 지키는 슈퍼 히어로가 될래' 하고 제안을 하는 '닉 퓨리(사무엘 l. 잭슨)' 는 아이언맨의 후계자가 스파이더맨이길 은근히 바라는 눈치이고 새롭게 등장한 엘리멘탈들로 부터 친구들을 구해내기 바쁜 피터 파커는 MJ냐 히어로냐를 놓고 계속 고민하게 된다.
모든 진실을 알게된 스파이더맨은 자신이 지닌 최고의 무기인 '스파이더 센스(피터 찌리릿!)' 로 적들을 물리치며 MJ의 사랑도 얻어내는데 성공한다. 아이언맨 주니어 스러웠던 장면들이 여럿 들어가 있어, 토니 스타크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었다.
수많은 이스터 에그들과 여러 MCU영화들에 대한 오마쥬, 그리고 마블의 아버지인 스탠 리 할아버지는 등장하지 않지만 화려한 볼거리와 입이 벌어지는 해외 로케이션, 그리고 스파이더맨 전매특허인 무용을 하듯 거미줄을 타면서 몸을 이리저리 나부끼며 적들을 물리치는 모습에 이제야 진짜 스파이더맨의 이야기가 시작되는구나 싶었다. 여지껏 아이언맨의 그늘 속에 있었지만 스스로 독립하는 청소년을 보는 느낌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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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쿠키영상은 두 개다.
첫 번째 쿠키영상은 영화가 끝나고 엔딩 시퀀스가 나오고 나서 바로 등장하는데, 빌런이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까발리는 장면이었고(방법은 다르지만 마치 토니 스타크 스스로 아이언맨임을 밝혔던 것 처럼),
두 번째 쿠키영상은 '캡틴 마블(2019)' 에서 꾸준히 언급되던 '닉 퓨리' 의 정체를 밝히는 내용이다.
여기서부터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포일러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우선 빌런으로 등장한 엘리멘탈들이 알고보니 다 가짜였다는 설정은 꽤 괜찮았다. 미스테리오라는 이름처럼 알쏭달쏭한 존재였다가 영화 중-후반부터 표정을 싹 바꾸며 낄낄대는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력은 그야말로 압도적. 거짓말이 아니라 배트맨 시리즈(배트맨 포에버 / 1995) 의 '리들러' 역을 맡았던 짐 캐리를 능가하는 표정연기를 보여준다.
선인에서 순식간에 악인으로 변모하는 미스테리오의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또다른 이유는 얼렁뚱땅 자신 수하에 있는 동료들을 마치 관객들에게 소개하듯 읊는 장면 때문이다. 다 토니 스타크의 과거와 상당히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로 팀을 꾸려서 대중들과 전 세계 사람들을 속이는데, 결과만 보자면 꽤 그럴듯 하지만 결국 아무 능력도 없는 평범한 인간들의 조합이라 실체를 알게된 뒤의 '초능력자' 스파이더맨에겐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인물들이다.
알고보니 빌런이었던 엘리멘탈들(하이드로맨, 샌드맨, 몰튼맨, 월윈드) 이 다 페이크였다는 김빠지는 설정은 미스테리오의 뜬금없는 상황설명으로 '어 뭐지?' 하는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미스테리오 팀이 보여주는 평범한 인간들의,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지 못하게 하는 힘 역시 결국 토니 스타크의 자산이었다는 결말은 뒷맛을 씁쓸하게 만든다. 결국 2편에서 까지 토니(마블)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 소니를 보는 것 같았달까.
원래부터 피터가 사용할 수 있었던 '스파이더 센스' 를 미스테리오에게 수차례 당하고 나서 갑자기 사용한다는 설정도 좀 어이가 없었지만 미스테리오와 피터 파커가 펼치는 다리 위에서의 최종전은 그야말로 스파이더맨의 진가가 120% 발휘되는 장면이라서 넋을 놓고 보기 충분하다. 밑천을 다 드러낸 미스테리오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스파이더맨을 궁지로 몰아넣는데, 환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다는 주제가 바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주제다. 특히 아이언맨이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장면은 피터 파커에게 악몽처럼 남을 듯.
그리고 드디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뉴욕 빌딩숲 사이를, 스파이더 웹을 이용해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을 만날 수 있다. 마치 홈 커밍에서는 '벌써 보여주면 재미없지' 라는 듯 일부러 연출을 안한 티가 났다.
거기에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을 맡았던 오리지널 스파이더맨 3부작(토비 맥과이어, 커스틴 던스트 주연) 에서 늘 스파이더맨에게 거친 험담을 해대는 '데일리 뷰글' 의 'j. 조나 제임스' 역을 j.k. 시몬스 아저씨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도 똑같이 맡아서 너무 반가웠다.
이 아저씨는 우주에서 거의 유일하게 스파이더맨에게 호통을 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이 뉴욕 마천루를 날아다니며 셀카를 찍는 장면은 플레이 스테이션 4 게임인 'mavel's spider-man'과 각도가 너무 똑같아서 깜짝 놀랐다.
(데일리 뷰글 뉴스를 보면서 등이 굽어있는 모션 또한 게임과 똑같다)
그리고 이전 시리즈에서 (지겹도록)너무 많이 보여줬던 스파이더맨 캐릭터 선배들(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 웹 사용후 공중으로 돌진하는 모션이나 그 외의 스파이더맨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몸동작들을 이제야 다 보여줘서 참 반갑고 익숙하지만 새로웠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페이즈 3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으로 끝이난다. 새롭게 시작되는 MCU 페이즈 4는 어떤 이야기들을 보여줄지 여전히 기대가 된다.
하지만 미스테리오와 함께 시니스터 식스가 등장할 것 같았던 떡밥은 뜬소문이어서 참 아쉽다. 해외에서는 토니 스타크 소유였던 어벤져스 타워를 오스코프(그린 고블린의 그 회사)가 인수했다는 쿠키영상이 있었다고 했는데 결국 페이크.
다른 마블 히어로들 보다 적이 유난히 많은 스파이더맨의 시니스터 식스의 모습은 이제 영영 전설로만 남게될 지도 모르겠다.
스파이더맨 홈 커밍의 쿠키영상에서 분명 벌쳐와 미래의 스콜피온이 만나는 장면이 있었는데 벌쳐 아찌가 스파이더맨에 대한 마음을 바꾸면서 시니스터 식스가 아예 무산되는 걸 보여준 듯.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2018)'에 언급됐던 '멀티 유니버스' 개념을 미스테리오의 등장 덕분에 기정사실화 한 영화인 줄 알았지만 다 거짓이라는걸 보여주면서 톰 홀랜드가 그토록 염원하던 선대 스파이더맨들 끼리 만나는 장면들도 영영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서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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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쿠키영상 첫 번째를 자세히 설명하자면 스파이더맨을 싫어하는(?) 데일리 뷰글은 미스테리오가 죽기 전, 마지막에 남긴 페이크 영상을 그대로 내보냈는데, 미스테리오가 마치 스파이더맨이 악당인 것 처럼 묘사했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피터 파커' 라는 사실 역시 미스테리오의 입으로 분명히 말하면서 끝이난다.
분명 본편에선 미스테리오가 죽었고 그런 영상은 남기지 않았었는데 어쩌면 미스테리오는 살아있는 듯(시니스터 식스에 대한 놓을 수 없는 마지막 희망...).
두 번째 쿠키영상은 지금 지구에 있는 닉 퓨리의 정체이다. 닉 퓨리는 캡틴 마블과 처음 만나면서 자신을 소개할 때, '대각선으로 자른 토스트는 못 먹어'라고 말했었는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에서 굳이 닉 퓨리가 토스트를 직접 대각선으로 잘라서 먹는 떡밥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회수했다. 캡틴 마블에 나왔던 진짜 '스크럴' 종족 두 명이 닉 퓨리와 '마리아 힐(코비 스멀더스)' 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연기하고 있었던 것. 안 그래도 작중에서 닉 퓨리가 스크럴을 언급하는 장면이나 해피가 닉 퓨리에게 깐족대는 장면들이 눈에 띄긴 한다. 진짜 닉 퓨리는 어떤 우주선 안에서 무슨 임무를 수행중인 듯(그럼 진짜 마리아 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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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파커가 토니 스타크에게 받은 유산 중 하나인 '이디스' 선글라스는 짝퉁이라도 하나 갖고 싶을 정도로 간지가 난다.
인터넷에서 2만원도 안되는 짭으로 판매하는 중.
아마 정식 제품으로 발매하진 않은 것 같다(이 대박의 기회를 놓치다니!).
토니 스타크가 남긴 첨단 선글라스인 이디스의 뜻은 'Even Dead I'm The Hero(아이언맨은 죽었지만 여전히 영웅이다)' 라고 한다. 문장의 앞글자만 따, 만들었다.
죽은 아이언맨을 엄청 그리워하지만 그의 후계자가 되는 걸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피터 파커의 성장기를 아주 재미있게 잘 다룬 영화다. 그래서 이디스도 미스테리오에게 줬다 뺐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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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번역가는 황석희다. 드디어 마블과 디즈니가 정신을 차렸나 싶을테지만 이 영화는 소니영화다. 아직 디즈니와 마블은 정신을 차리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디즈니와 마블의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번역가는 보호차원에서 끝까지 공개를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아마도 박지훈 번역가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