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군 Jul 27. 2019

영화 돈 워리 리뷰

절망적인 상황을 끌어안고 갈 때 깨닫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

어쩌면 인생이라는 게 우리 생각처럼 의미있진 않은가 봐요.

넌 좋은 사람이란다, 존.

헤쳐나갈 힘도 없고 의지할 데도 없다면 인생 조진거죠.

믿음으로 생각하지만 말고 하나님을 믿고 행동해요.

- 새 애인이에요?

- 아뇨. 얼굴이 반반하면 고추가 작아요.

난 엄마에 대해 세 가지 밖에 몰라요. 아이리시계 미국인이었다는 것, 머리가 빨간색이었다는 것, 그리고 학교 선생이었다는 것. 또 하나, 날 원하지 않았다는 것. 이 것까지 네 가지네요.

저절로 상처가 치유되지는 않아요. 매일 그 상처들과 씨름해야 해요. 어떤 고통은 영영 사라지지 않고 어떤 수치는 영원히 남아있죠. 그걸 이겨내지 않으면 당신이 죽어요.

엄마가 어디에 있든 이거 하나만은 알아줘요. 엄마를 용서할게요.








절망적인 상황을 끌어안고 갈 때 깨닫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

자동차 사고로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존 캘러핸(호아킨 피닉스)'. 그를 하루아침에 장애인으로 만든 원인은 바로 술이었다. 그럼에도 술을 끊지 못하던 존은 어느날 '도니(조나 힐)'가 이끄는 중독자 모임에 참석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새 사람이 되어간다는 이야기.

존 캘러핸은 날마나 술에 절어살던 방탕한 인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대에서 담배를 피고, 술병을 들고 해변가에 가서 고주망태로 취하는게 일상이었던 존. 불운한 자신의 삶의 이유가 어릴 때 자기를 낳자마자 버렸던 어머니 때문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하루하루 의미없는 날을 보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존은 파티에서 만난 '덱스터(잭 블랙)'와 함께 밤이 새도록 술을 마시다 덱스터가 저지른 음주운전 사고 때문에 허리 아래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전신마비가 오게되고 더이상 삶을 이어갈 자신이 없다고 느끼던 그 때 자원봉사자인 '아누(루니 마라)' 를 만나게 된다.




그 뒤로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삶을 덤덤하게 살아내는 존. 우연찮게 알게 된 도니가 이끄는 마을의 중독자 모임에 나가, 주변 사람들은 물론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사고가 나기 전엔 한낱 페인트공이었던 본인의 삶을, 시니컬하지만 코믹한 만화를 그리는 '카투니스트' 로 변모시킨다.




영화 돈 워리는 실존했던 미국 카투니스트인 '존 캘러핸(john callahan)' 의 전기영화다. 애초에 돈 워리의 감독 '구스 반 산트(gus van sant)' 와 작고한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가 의기투합해서 함께 영화를 기획 했지만(존의 자서전인 don't worry, he won't get far on foot - 본작의 원제다 - 의 판권을 진작에 로빈 윌리엄스가 사들였었다), 로빈 윌리엄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탓에 제작에 난항을 겪게 된다. 훗날 새로운 제작자와 각본을 다듬은 뒤, 새로운 주인공인 호아킨 피닉스를 내세우며 영화를 완성하게 된다.

돈 워리의 주인공인 존은 전신마비가 오기 전부터 세상에 미련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내키는 대로 살고 늘 술과 함께였으며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을 '어쩔 수 없는 것' 으로 치부하며 사는 것 같았다. 전신마비가 온 뒤로 더욱 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지만 삶에 대한 태도 같은게 사고 전보다 훨씬 진지해진 느낌이랄까. '될 대로 되라' 라기 보다는 자신에게 부족한게 무엇인지, 왜 그 결핍이 생겨난건지 끝없이 탐구하고 찾아내는 사람처럼 보였다. 거기엔 상당한 부를 지닌채, 자신과 비슷하게 '망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치유하는 걸 유독 좋아하던 '도니'의 힘이 컸다. 막무가내로 자신을 후원해 달라며 찾아온 존을 받아들인 것도 도니이고 존에게 새로운 인생을 찾게 도와준 인물 역시 도니이다.





장애를 갖기 전과 후가 별로 달라보이지 않던, 세상 시니컬한 존은 '무언가가 돼야겠다' 라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게 아니었다. 그냥 본인 안에 내재되어 있던 냉소와 블랙 코미디를 주변 사람들에 대입시켜 그림으로 한 장 한 장 그려나가다 보니 이름있는 카투니스트가 된거다. 영화 돈 워리는 방탕한 과거의 삶을 청산하는 갱생 영화가 아니고 사랑의 힘으로 인해 장애를 극복하는 유치한 인생 드라마도 아니다. 그냥 존 캘러핸이라는, 블랙 코미디를 주제로 만화를 그리던 한 만화가의 인생을 담은 영화다. 그래서 관객이 상상하는 뻔한 전개는 등장하지 않는다. 삶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당장 눈앞에 마주하고 있는 장애물이나 장애에 대해, 비극적인 본인의 과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우리의 앞길을 막고 있는 것 같은 그 모든 것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응시하고 인정하는 것이야 말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라고 영화는 이야기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용서해야 다음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한다. 

버릴 것 하나 없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대사의 텍스트들이 너무 좋았던 존 캘러핸의 전기 영화였다. 영화 돈 워리의 주조연을 맡은 거의 모든 배우들의 호연은 말 할 것도 없고. 이 영화 덕분에 호아킨 피닉스에게 더 신뢰가 생겼다. 하지만 실존했던 카투니스트인 존 캘러핸의 시니컬한 유머가 담긴 삽화들이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게 참 아쉽다.




영화 돈 워리의 원제가 된, '걱정마, 그는 걸어서는 멀리 못 갔을거야(don't worry, he won't get far on foot)' 카툰.















+

영화 돈 워리를 cgv 아트하우스에서 관람하면 아트하우스 클럽 아티스트 레벨 회원에 한해, 돈 워리 한정판 배지를 증정한다.



영화 '조(zeo, 2019)'에 이어 두 개째 받는 cgv 아트하우스 한정판 배지♥︎

++

영화 돈 워리에서 존의 연인이 된 아누도 예뻤지만 나는 간호사 릴리로 등장한 올리비아 해밀턴이 더 좋았음.

(단역에 대사도 별로 없어서 스틸컷 한 장이 없네...)





올리비아 해밀턴의 직업은 배우인데 무슨 데이미언 셔젤 약혼자가 직업인 듯 셔젤이랑 찍은 사진만 잔뜩...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라이온킹 리뷰 쿠키영상 없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