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을 지나 청산리까지.
살아서 니들이 어떻게 죗값을 치르는지 똑똑히 지켜봐.
나라 뺏긴 설움이 우릴 괭이 던지고 소총 잡게 만들었다, 이 말이야!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섭고 어떤 죽음은 깃털보다 가볍다.
오늘이 저들의 입으로 기록되어선 안된다!
봉오동을 지나 청산리까지.
1920년,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머쥐었던 봉오동 전투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개봉일은 8월 9일. 다분히 광복절 극장가 특수를 노린, 뻔한 마케팅이지만 그럭저럭 평타 이상은 치는 영화다.
과거 일본군에게 동생을 살해당한 '황해철(유해진)'. 훗날 마적단을 이끄는 단장이 되지만 독립군으로 부터 군수물품과 독립운동 자금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황해철은 발이 빠른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류준열)' 와 함께 봉오동까지 일본군을 유인해, 일본군 제 19사단의 월강추격대대를 일망타진하는 공을 세운다.
영화 봉오동 전투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일본군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우리 민족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덜하면 덜했지 더한 느낌은 1도 없는데 그 시대의 잔학함만 부각시켰다, 일본군들의 캐릭터가 밋밋하다 등 뭔 말같지도 않은 소리들을 해싸는지... 150억원의 소규모 투자액을 가지고 이만큼의 대작을 만들어낸 원신연 감독의 연출이 탁월하다. 극 후반으로 갈수록 최신 무기로 독립군을 옥죄어오는 일본군들의 진군과 거기에 맞서는 소수의 독립군들의 활약에 연신 소름이 끼치던 영화였다.
특히 황해철 역을 맡은 유해진의 일본군들을 향한 '일갈' 은 그가 아니면 상상이 되지 않는 귀신같은 연기력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코믹한 캐릭터를 주로 맡던 과거를 지나, 선이 굵으면서도 해학적인 인물묘사를 표현하는 건, 이제 유해진이 거의 유일무이하다. 거기에 총알보다 빠른 뜀박질로 험한 산등성이를 종횡무진하는 류준열의 몸짓은 왜 그가 새로운 시대의 충무로 다크호스인지 여지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시절 독립군들의 투쟁은 시작부터가 핀치였다. 일본이 자행했던 반인륜적 행위들에 분노하여 평범하게 농사를 짓던 농민들에게 돌과 곡괭이를 들게했고 독립군들에게 총과 칼을 들게했다. 바퀴벌레처럼 계속 밀고 올라오는 일본군들을 상대로 자신의 몸으로, 하나 남은 혼으로 일본군들을 막고 붙잡아두었던 그 시대의 독립군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봉오동 전투를 보고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거다.
영화 후반, 봉오동 전투의 끝자락에 서있던 '홍범도(최민식)'의 청산리 전투가 기대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