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한 아우는 없지만...
네가 모든 걸 잃을 때 모든 걸 찾게 된단다.
물은 모든 걸 기억하고 있어.
사만다?
형만한 아우는 없지만...
소포모어 징크스를 과감히 깨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디즈니의 겨울왕국(2013) 후속편.
겨울왕국 1편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씨름하던 아렌델 왕국의 여왕 '엘사(이디나 멘젤)'는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노랫소리(아↗️아➡️아↗️아↘️)를 따라 아렌델 왕국 뒷편으로 떠나려 한다. 그런 그녀를 보필하고자 여동생인 '안나(크리스틴 벨)'와 그녀의 짝인 '크리스토프(조나단 그로프)', 그리고 '올라프(조시 게드)'가 함께 새로운 모험을 한다는 이야기.
디즈니가 2010년대에 들어 가장 밀고있는 프랜차이즈는 남녀와 유색인종에 대한 '평등' 일 것이다. 소위 'PC'라고도 불리우는 이 명제는 겨울왕국 1편에서 디즈니 스스로가 수십년 동안 공고히 다져온, '백마탄 왕자가 반드시 필요한 공주'이야기를 과감히 탈피한, '왕자가 필요없는 공주'를 등장시킴으로써 세계적으로 굉장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 개봉한 겨울왕국2에서도 역시 엘사의 짝은 등장하지 않지만 혼자 '수마(물의 요정)'를 타고 과감하게 미지의 세계로 돌진하는 엘사를 그려냈다.
이정도면 디즈니 공주계의 잔 다르크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지경으로 용맹하고 멋진 여성상을 대변하는 캐릭터가 되었다. 거기에 1편에서 음침한 속내를 숨기고 안나에게 접근했던 한스 대신 크리스토프를 선택한 안나 역시 미래의 남편을 버리고(?) 올라프와 함께 언니를 도우러 따로 여행길에 오른다. '얘들은 남자 필요 없다니까~'라고 하는 디즈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다졌던 전편에 이어 겨울왕국2에서 엘사는 자신의 기원을 찾아 떠난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왜 1편에서 배를 타고 어딘가로 출항을 했어야 했는지, 타 왕국의 사람들이 '몬스터'라고 칭하던 엘사의 힘이 과연 어디에서 온 건지 여행 도중에 '4개의 원소(땅, 불, 바람, 물-'마음'은 어디있어요?-)'도 만나고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가 다섯 번째 원소임을 알게될 때 까지 엘사와 그녀의 동생 안나는 홀로 힘겨운 싸움을 한다.
팬심이 없이 한 발 뒤에서 보면 겨울왕국2는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다. 소포모어 징크스에 시달리던 디즈니의, 시나리오와의 눈물겨운 사투가 느껴지듯,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한 티가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대충 어중간한 빌런 하나 만들어서 엘사와 안나의 생명을 위협하는 진부한 스토리로 갔어도 누구하나 욕하지 않았을텐데 굳이 세계관을 확장하려 아렌델을 벗어나려하는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 4개의 원소와 더불어 아렌델과 노널드라 원주민의 '다리' 역할이 되는 엘사의 존재의 이유. 엘사의 어머니는 바로 노널드라 사람이었다. 엘사의 할아버지(엘사, 안나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노널드라 원주민들의 땅을 침략하며 댐까지 건설했던 과거의 과오를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와 어머니 대신 엘사가 해결하는 스토리다. 댐을 파괴하면 아렌델이 위험하고 아렌델을 지키자니 엘사의 귓가에 계속 목소리가 들릴테니 엘사와 안나는 진실을 목격한 뒤, 댐을 파괴하게 된다. 물론 물의 정령을 타고 먼 길을 달려온 엘사가 아렌델의 파괴도 막으며 해피엔딩을 맞이하지만 지극히 편안하고 안전하게 가려는 디즈니의 속셈이 후반부에 많이 드러나는 영화다.
거기에 음악역시 많이 아쉽다. 1편의 전무후무한 사운드트랙의 인기 덕분에(이디나 멘젤이 불렀던 'let it go'는 2014년 오스카에서 주제가상까지 거머쥐었었다) 전작의 아성을 뛰어넘으려는 시도가 과하게 보일 정도로 'into the unknwon' 을 영화 내내 밀어부치지만 확실히 역부족이다. 반복하면 반복할 수록 'let it go' 와 겨울왕국 1편이 얼마나 잘 만든 마스터피스급 애니메이션 영화인지 확인시켜주는 느낌이랄까. 차라리 동굴속에 홀로 남아있던 안나가 부른 'the next right thing'의 가사가 더 와닿는다. 멜로디와 메시지 모두 휘어잡았던 let it go 와 비교하면 가사에 더 힘을 실은 넘버들이라 기억에 제대로 남지 않는게 큰 함정이다. 자신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겨울왕국 1편이었다면 겨울왕국2는 자신에게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담고있다. ost 앨범에 수록된 거의 모든 곡들이 완벽했던 1편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한 번 더 깨달을 수 있다. 이례적으로(?) into the unknown과 lost in the woods 등이 패닉! 앳 더 디스코와 위저가 커버한 버젼이 사운드 트랙으로 수록되었다. ost의 흥행이 부진할 걸 염두에 두고 기성 뮤지션을 투입시킨 듯.
올라프가 주도하는 개그 씬 역시 많이 부족하다. 전작에서 아렌델의 설정과 엘사의 성장기를 보여주며 없어서는 안 될 독특한 눈사람 캐릭터로 완성시킨 올라프는 겨울왕국 2에서 퀴즈놀이를 할 때 한 번 피식 웃게해주고 1편의 스토리를 집약하며 보여줄 때 또 피식 하고 웃게 해준다. 전작처럼 아렌델의 풍경을 신기해하며 깔깔거리고 웃다 마지막에 눈물을 흘리게 하는 서사적인 요소가 많이 배제된 후속편 되시겠다. 게다가 굳이 가만히 있던 올라프를 죽이면서까지 관객의 눈물을 쥐어짜내게 하려는 속셈이 엿보이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 좋게 말하면 시나리오에 엄청난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을 느낄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이미 정한 큰 플롯에서 더 보여줄게 없어서 멀쩡한 애를 죽이는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찌됐든 자신의 기원을 마침내 찾게된 엘사는 여왕자리를 안나에게 물려주고 노널드라에 머물게 된다. 분량이 꽤 적어진 크리스토프는 웨스트 라이프, 보이스 투 맨, 백 스트리트 보이즈 스러운 뮤직비디오 하나를 남기며 안나에게 한 청혼에 성공하고 아렌델 왕국은 다시 평화를 되찾는다. 과연 겨울왕국3에서 안나의 짝을 마침내 찾게될 것인지 전편만한 속편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겨울왕국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어마어마한 스케일 덕분에.
영화 초반부에 엘사가 자신의 능력을 마구 낭비하며(!) 얼음 결정을 만드는 장면들과 자신의 앞길을 막는 물의 정령 덕분에 바다 위에서 파도와 사투를 벌이는 모습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끝내주는 영상미를 자랑한다.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물을 표현하는게 가장 어려운 일인데 진짜 물을 쏟아 부은것 같은 디즈니의 기술력에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보며 소름이 끼쳤다.
거기에 땋은 머리만 고수하던 엘사가 드디어(!!) 머리를 푸는 모습만으로도 겨울왕국 2를 보러갈 이유는 충분하다. 게다가 그녀의 바뀐 드레스 역시 역대 디즈니 공주들중에 가장 아름다우며 고고한 핏을 자랑한다.
전편이 워낙 역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뛰어났던 작품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비교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후속편이지만 이정도면 뭐 소소하게 자리를 지키는 방어전에 겨우 턱걸이 하듯 자신의 입지를 지켜낸 느낌의 영화다.
+
겨울왕국2의 쿠키영상은 한개다. 얼어붙었던 엘사 덕분에 사라진 올라프가 되살아나, 겨울왕국1편에 나왔던 미니 눈사람들과 얼음괴물에게 그동안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다. 굳이 보지 않아도 된다.
++
앞서 포스팅 했던 대로 겨울왕국2는 CGV에서 개최했던 무비굿딜이라는 이벤트로 관람했다. 예매 마감 직전에 인천CGV의 표가 딱 한자리 남아있어, 덕분에 스크린 코앞에서 봤다(인천 CGV 1열).
평일 저녁이었는데도 겨울왕국2를 보러 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던 인천cgv.
무비굿딜 상영이 끝나고 cgv매표소에 있는 겨울왕국2 무비굿딜 오디언스 킷 수령 대기줄이 상당히 길었다(물론 나는 상영관을 가장 먼저 빠져나와 앞에서 세 번째로 수령함♥︎).
무비굿딜로 수령한 겨울왕국2 오디언스킷은 역시나 광고했던 대로 하드커버의 양장본이 아니라 일반 종이쪼가리의 커버였다. 내가 이거 받으려고 혼자 상영관 맨 앞줄에서 포인트 할인도 안되는 영화비 11,000원 다 주고 애니메이션을 보다니... 무비굿딜에 이제 다시는 속지 않을 듯.
겨울왕국2 오디언스킷 리뷰는 추후에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