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 대해 총체적으로 다운 인문학 책.
서문_ 한국의 독자들에게
역사연대표
제 1부 인지혁명
1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
2 지식의 나무
3 아담과 이브가 보낸 어느 날
4 대홍수
제 2부 농업혁명
5 역사상 최대의 사기
6 피라미드 건설하기
7 메모리 화부하
8 역사에 정의는 없다
제 3부 인류의 통합
9 역사의 화살
10 돈의 향기
11 제국의 비전
12 종교의 법칙
13 성공의 비결
제 4부 과학혁명
14 무지의 발견
15 과학과 제국의 결혼
16 자본주의의 교리
17 산업의 바퀴
18 끝없는 혁명
19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다
20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
후기_ 신이 된 동물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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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히브리어로 지은, 인류에 대해 총체적으로 다운 인문학 책. 하지만 나는 상당한 노잼이었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총 세 가지의 혁명을 통해 우리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장황하게 서술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인류가 겪었고 겪고 있고 겪을 일들을 상세하게 나열했다는 데에서 때로는 과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이없기도 한 유발 하라리의 책이다. 대부분의 인기있는 책들과 마찬가지로 나하고는 영 맞지 않은 책이었다. 본작 사피엔스엔 호모 사피엔스가 그동안 걸어오면서 다른 종들을 죽이고 지구를 파괴하고 스스로 절멸의 길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살아오는 과정을 한 권에 다 담았는데 과거와 현재 보다는 미래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던 나이기에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재미있진 않았던 책이다. 근대사와 현대사에 더 관심이 많은 나의 선천적인(?) 특성 때문인지 몰라도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먹이사슬 최종 승자가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이야기였다고 할까. 차라리 최후반에 있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담겨있었다면 나에게 조금 다르게 감상을 느꼈을지도 모르는 책이겠다. 유발 하라리가 지은 사피엔스를 읽는 3주 내내 상당히 지루했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1도 흥미가 가지 않았으며 남들이 모두들 '와~ 와~' 하는 컨텐츠가 나에겐 시간 때우기용 싸구려 연애소설보다 더 값어치가 없는 작품이었다. 나는 현재 주로 출퇴근 시간에 책을 20분씩, 총 40분을 읽는 생활을 세 달째 하고 있는데 사피엔스는 출퇴근 지하철에서 서서 읽는 와중에도 잠이 쏟아지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해 준 책이다.
총 네 가지 꼭지로 이루어진 사피엔스는 1부 인지혁명에서 약 7만년 전부터 3만년 전 사이, 새롭게 출현한 의사소통 방식과 사고방식을 유발 하라리는 '인지혁명' 이라 지칭했다. 소위 '뒷담화' 와 '거짓말' 그리고, '상상의 질서'를 만들어 인류는 무리를 지어 행동하기 시작했고 사회적 집단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 2부는 '농업' 이라는 거대한 사기에 인류가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수렵채집 사회에서 혁신적인 농경사회로의 변화로 인해 '농업혁명' 이라는 결과물을 낳았다고 한다. 그 덕에 사피엔스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농업 생산량으로 인해 잉여 생산물이 생겨나기 시작하며 소수 엘리트 집단들이 대거 출현해, 왕, 정부관료, 사제, 예술가 등의 활약으로 기술과 문화가 발달되었다고 한다. 제 3부 '인류의 통합'에서는 다른 종교보다 훨씬 배타적이고 광신적인 일신교와 다신교, 이신교 등을 예로 들며 여러 국가들이 한 국가 안에 속하게 되는 '제국'의 팽창과 아울러 지구 위에 있는 모든 국가들을 아우르는 '지구 제국' 을 명명하기도 한다. 제 4부에서는 이미 인구 멸절의 힘을 진작에 지니게 된 사피엔스들을 이야기하며 신의 능력과 거기에 반대되는 윤리적, 그리고 도덕적 책무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인류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그나마 사피엔스에서 흥미가 당겼던 부분은 바로 '과학혁명' 이었지만 마무리를 너무 급하게 매듭짓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중간에 끊기는 느낌이라 다소 아쉬웠다.
유발 하라리 스스로 책, '총, 균, 쇠(재러드 다이아몬드 저, 1997)' 라는 책에서 감명을 받아 본작 사피엔스를 집필한 바 있다. 나 역시 총, 균, 쇠를 사피엔스만큼 관심있게 지켜본 독자로서, 다음 책은 총, 균, 쇠로 정해볼까 했다가 우리 집에 구매해 놓고 아직 못 읽은 책들이 넘쳐 흐르고 있는 바람에 유발 하라리가 마지막에 언급한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저, 1932)'가 마침 집에 있어서 올더스 헉슬리의 책이 바로 사피엔스의 배턴을 넘겨 받게됐다. 역시 나는 인문학 책 같은 교양서적 보다는 소설이 더 훨씬(아마 133,534,634,624배) 잘 읽히고 재미있다.
인류의 미래를 알고싶어 하는 것 만큼 과거를 아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언제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현재이다. 3주 동안 이 재미도 없고 심히 무겁기만한 인문학 책을 들고 다녔던 내 어깨에 감사를 표한다(총, 균, 쇠 는 훨씬 더 무겁다고 하던데...). 흥미로운 텍스트들은 상당히 많았으나, 결정적으로 상당히 재미가 없는 책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코로나 사태를 보면 지구 자체적으로 우리 인류에게 강제적인 '브레이크'를 걸어, 그만 좀 하라고 다그치고 있는 것만 같다.나처럼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재미없게 느껴지는 사람은 맨 뒤에 있는 작가의 후기만 읽고 중고로 팔아버리면 된다.
역사의 몇 안 되는 철칙 가운데 하나는 사치품은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다음에는 의존하기 시작한다 .마침내는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우리 시대의 친숙한 예를 또 하나 들어보자. 지난 몇십 년간 우리는 시간을 절약하는 기계를 무수히 발명했다. 세탁기, 진공청소기, 식기세척기, 전화, 휴대전화, 컴퓨터, 이메일... 이들 기계는 삶을 더 여유 있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과거엔 편지를 쓰고 주소를 적고 봉투에 우표를 붙이고 우편함에 가져가는 데 몇 날 몇 주가 걸렸다. 답장을 받는 데는 며칠, 몇 주, 심지어 몇 개월이 걸렸다. 요즘 나는 이메일을 휘갈겨 쓰고 지구 반대편으로 전송한 다음 몇 분 후에 답장을 받을 수 있다. 과거의 모든 수고와 시간을 절약했다. 하지만 내가 좀 더 느긋한 삶을 살고 있는가?
사피엔스 135p
예컨대 오늘날 서구인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욕망은 여러 세기에 걸쳐 존재해온 낭만주의, 민족주의, 자본주의, 인본주의 신화에 의해 형성되었다. 친구 사이에 충고할 때 흔히 '마음 heart 내키는 대로 하라'고 말하지만, 사실 마음은 이중간첩으로서 당대의 지배적인 신화의 지시에 따르는 경우가 흔하다. 그리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하라'는 권유 자체가 우리 마음에 새겨진 것은 19세기 낭만주의 신화와 20세기 소비자주의 신화의 결합을 통해서였다. 이를테면 코카콜라 사는 전 세계에서 다이어트 코크를 광고하면서 "다이어트 코크, 기분 좋은 일을 하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사람들이 가장 개인적 욕망이라고 여기는 것들조차 상상의 질서에 의해 프로그램된 것이다. 예컨대 해외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다는 흔한 욕망을 보자. 이런 욕망은 전혀 자연스럽지도, 당연하지도 않다. 침팬지 알파 수컷은 권력을 이용해 이웃 침팬지 무리의 영토로 휴가를 갈 생각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엘리트들은 피라미드를 짓고 자신의 시신을 미라로 만드는 데 재산을 썼지만, 누구도 바빌론에 쇼핑하러 간다거나 페니키아에서 스키 휴가를 보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늘날 사람들이 휴가에 많은 돈을 쓰는 이유는 그들이 낭만주의적 소비지상주의를 진정으로 신봉하기 때문이다.
낭만주의는 우리에게 인간으로서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속삭인다.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향해 스스로 활짝 열어야 하고, 다양한 관계들을 두루 맛보아야 하며, 평소와 다른 요리를 시식해봐야 하고, 다른 종류의 음악을 감상하는 법을 배우라고 말이다. 이 모두를 실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반복되는 일상과 친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먼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문화와 냄새와 취향과 규범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우리는 "새로운 경험이 어떻게 나의 시야를 넓히고 내 인생을 바꾸었는가." 하는 낭만주의적 신화를 되풀이해서 듣는다.
사피엔스 172p ~ 174p
소비지상주의는 점점 더 많은 재화와 용역을 소비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사람들로 하여금 제 자신에게 잔치를 베풀어 실컷 먹게 하고, 자신을 망치고, 나아가 스스로 죽이게끔 한다. 검약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말한다. 소비지상주의 윤리가 실제로 작동중이라는 사실을 알려면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시리얼 상자의 뒷면을 읽어보면 된다. 내가 좋아하는 아침용 시리얼은 이스라엘 회사 텔마의 것인데 그 상자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당신은 가끔 맛있는 것들을 잔뜩 먹어야 합니다. 가끔은 에너지만 약간 보충하면 됩니다. 과체중에 주의해야 할 때도 있지요. 하지만 뭔가 먹어야만 할 때도 있습니다...... 바로 지금처럼! 텔마는 바로 당신을 위해 다양하고도 맛있는 시리얼을 제공합니다. 후회 없이 마음껏 드세요."
이 상자에는 '헬스 트리츠' 라는 또 다른 시리얼 브랜드를 자랑스럽게 광고하는 말도 적혀 있다.
"헬스 트리츠는 다량의 곡물, 과일, 견과를 제공합니다. 맛과 즐거움, 건강이 결합된 경험을 선사하죠. 낮에 즐기는 파티, 건강한 생활방식에 맞는 스낵. 더욱 놀라운 맛을 지닌 진짜 선물."
이런 글들은 역사상 대부분의 기간 동안 사람들을 유혹하기보다 배척받기가 더 쉬웠다. 사람들은 여기에 이기적이고, 퇴폐적이고, 도덕적으로 부패했다는 낙인을 찍었을 것이다. 소비지상주의는 대중심리학('just do it!')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에게 탐닉은 당신에게 좋은 것이며 검약은 스스로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설득하려 무진장 애썼다.
설득은 먹혔다. 이제 우리는 모두가 훌륭한 소비자다. 우리는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상품들을 무수히 사들인다. 어제까지만 해도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것들을 말이다. 제조업자들은 일부러 수명이 짧은 상품들을 고안하고, 이미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제품을 불필요하게 갱신하는 새 모델을 발명한다. 이것은 유행을 따르려면 반드시 사야 하는 물건이다. 쇼핑은 인기 있는 소일거리가 되었으며, 소비재는 가족, 배우자, 친구 관계의 핵심 매개물이 되었다. 크리스마스 같은 종교 휴일은 쇼핑 축제가 되었다. 미국의 경우 심지어 현충일도 마찬가지다. 원래는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경건한 날이었지만, 이제는 특별 세일을 하는 기회가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쇼핑을 하러 가는데, 어쩌면 자유를 수호했던 사람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비지상주의 윤리가 꽃피웠다는 사실은 식품 시장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전통 농업사회는 굶주림이라는 무시무시한 그늘 속에서 살았다. 오늘날의 풍요사회에서 건강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비만인데, 그 폐해는 가난한 사람이(이들은 햄버거와 피자를 잔뜩 먹는다) 부자들보다(이들은 유기농 샐러드와 과인 스무디를 먹는다) 훨씬 더 심각하게 입는다. 미국 사람들이 해마다 다이어트를 위해 소비하는 돈은 나머지 세상의 배고픈 사람 모두를 먹여 살리고도 남는 액수다. 비만은 소비지상주의의 이중 승리다. 사람들은 너무 많이 먹고(적게 먹으면 경제가 위축될 테니) 다이어트 제품을 산다. 경제성장에 이중으로 기여하는 것이다.
사피엔스 490p ~ 493p
인간의 생화학 시스템을 극심한 더위가 다가오든 눈보라가 몰아치든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공조 시스템으로 비교하는 학자도 있따. 사고가 생겨 온도가 일시적으로 바뀔 수는 있지만, 공조 시스템은 언제나 온도를 성정된 값으로 되돌려놓는다. 어떤 시스템은 섭씨 25도에 맞춰져 있고, 어떤 시스템은 20도에 맞춰져 있다. 인간의 행복 조절 시스템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1에서 10까지의 척도로 볼 때 어떤 사람들은 즐거운 생화학 시스템을 갖고 태어난다. 그런 사람은 기분이 6에서 10 사이에서 움직이다가 시간이 지나면 8에서 안정된다. 그런 사람은 매우 행복하다. 설령 그가 대도시 변두리에 살며 주식시장 붕괴로 돈을 모두 날리고, 당뇨병이 있다는 진단을 받더라도 말이다. 또 다른 사람은 우울한 생화학 시스템을 가지고 태어난다. 기분은 3에서 7 사이로 움직이고, 5에서 안정된다. 수백만 달러짜리 복권에 당첨되며, 국가대표 운동 선수 같은 건강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우리의 우울한 친구는 심지어 아침에 5천만 달러 복권에 당첨되고, 정오에는 에이즈와 암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고, 오후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평화를 이룩하고, 저녁에는 여러 해 전에 실종되었던 딸을 찾는다고 해도 행복지수 7 이상을 경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의 뇌는 애초에 유쾌한 기분과는 거리가 멀게 생겨먹은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똑같다.
한번 당신의 가족과 친구들을 생각해보라.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상대적으로 즐거운 상태를 잘 유지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세상이 그의 발치에 어떤 선물을 놓아주든 항상 언짢은 상태인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내가 직장을 바꾸면, 결혼을 하면, 쓰고 있던 소설을 끝마치면, 새 차를 사면, 융자금을 모두 갚으면...... 그러면 엄청나게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지만, 원하는 것을 실제로 얻을지라도 조금도 더 행복해지지 않는 것 같다. 차를 사거나 소설을 쓰는 것이 우리의 생화학 시스템을 바꾸지 못한다.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생화학 시스템을 흔들어놓은 수는 있지만, 그것은 곧 원래의 설정된 값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사피엔스 545p ~ 547p
더구나 인간의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의 목표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예나 지금이나 불만족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인듯 하다. 우리의 기술은 카누에서 갤리선과 증기선을 거쳐 우주왕복선으로 발전해왔지만,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무책임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친구라고는 물리법칙밖에 없는 상태로 스스로를 신으로 만들면서 아무에게도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의 친구인 동물들과 주위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든다. 오로지 자신의 안락함과 즐거움 이외에는 추구하는 것이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결고 만족하지 못한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 신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또 있을까?
사피엔스 후기 58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