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보다는 확실히 나은 속편.
십센치 짜리 원지름도 못 구하는 사람이 무슨 나라를 구하겠다고...
- 백악관 전화번호를 네가 어떻게 알고있지?
- 나 구글링 해.
국민여러분! 통일. 하실겁니까?
전작보다는 확실히 나은 속편.
북미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북한의 원산으로 향하는 대한민국 대통령 '한(정우성)', 미국 대통령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 그리고 '북한 위원장(유연석)'. 미국은 북한에게 핵을 포기하라 압박하고 인민들의 노력이 담긴 핵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는 북한. 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한국. 갑자기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던 호텔의 불이 꺼지고 쿠데타를 일으킨 북한의 '호위총국장(곽도원)'이 세 사람을 납치해 핵잠수함으로 끌고 들어간다. 그 속에서 정상회담은 뒤로하고 생존을 위해 세 나라의 정상들이 고군분투한다는 이야기.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은 전작이었던 '강철비(2017)'와 비슷한 맥락의 소재를 지녔지만 전혀 다른 결을 보여주는 스핀오프 작품이다. 감독과 주요 배우들은 모두 강철비와 같다. 하지만 미국의 무기 이름이었던 '스틸레인(steel rain / 한국어로 직역해서 강철비)' 이 실제로 등장했던 전작과 달리 강철비2에서는 태풍의 이름으로 묘사된다. 게다가 주인공 두 사람의 국적이 뒤바뀌었고 비중이 전혀 없던 '북한 1호' 가 젊고 날씬한(!) 배우로 바뀌어서 전작과 거의 접점이 없는, 완전히 다른 영화라고 생각하면 된다.
핵을 포기하면 북한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하겠다는 미국 대통령과 그런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실내에서 담배만 뻑뻑 피워대는 북한 위원장,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디편을 들어야 할지 계속 고민하는 한국의 대통령. 역사적으로 꾸준히 우리가 듣고 봐왔던 북한과 한국, 그리고 미국의 사정을 영화에 그대로 옮겨놔서 꽤 흥미로웠다. 영화 초반에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3국의 우두머리가 만나기 전까지의 스토리만 넘기면 후반에 난데없이 펼쳐지는 잠수함씬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액션 영화로의 탈바꿈이 진행되어, 장르 자체가 바뀌어버리는 요상한 영화가 되긴 하지만.
강철비2 정상회담의 주요 스토리는 일본과 중국이 해상 연합훈련을 할 때 미국의 핵잠수함으로 일본측의 배들을 공격하여 마치 중국이 일본을 공격한 것처럼 꾸미려하고 그걸 알고있는 일본은 북한의 강경파에게 한국에 핵을 떨어뜨리라는 사주를 한다. 또한 중국측은 북한에게 아예 일본에 핵공격을 퍼부으라 지시한다. 그 사이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호위총국장은 중국이 자신들과 혈맹을 깨지 않으리라 굳게 믿고 한국이 아닌 일본으로 핵을 쏘려 하지만 세 정상이 납치된 북한의 핵잠수함 군인들에게 저지되어 그깟 돈 몇푼에 북한 위원장에 대한 충성과 함께 목숨도 잃게된다. 영화를 여는 이 중요한 스토리는 개연성이 전혀 없고 중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이 정신나간게 틀림없는 극단적인 플롯이 분명하다. 게다가 미국 대통령은 덩치만 큰 어른에 북한 위원장은 말이 안 통하는 고집불통, 한국 대통령은 이성적인 평화주의자로 분류되어 세 사람이 시종일관 좁은 핵잠수함 안에서 티격태격하는데 등장인물들의 깊이가 없고 캐릭터에 대한 고민없이 대충 쌓아올린 헐거운 종잇조각같은 모습들만 보여준다. 거기에 툭하면 등장하는 쓸데없는 어설픈 개그씬들은 몰입을 방해하고 마지막에 현 정권에 대한 국뽕으로 끝나는 묘한 결말은 이 정권이나 저 정권이나 똑같은 새끼들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 되시겠다.
하지만 좁디 좁은 핵잠수함이라는 배경에서 펼쳐지는 각종 암투와 강철비2 정상회담 런닝타임 중반 이후의 핵잠수함 전투씬은 상당히 몰입감있게 잘 만들었다. 마치 관객이 스크린에 빨려들어가 게임을 하는 듯 타국의 잠수함들끼리 서로 어뢰를 주고받는 상황들은 이전에 보여줬던 멍청한 스토리를 상쇄하고도 남을만한, 아주 멋진 장면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쿠키영상에 등장하는 한국 대통령과 북한 위원장의 광화문 연설 장면은 지금 정권을 잡고있는 대통령이 만약 같은 자리에서 연설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그럴 것 같은 모습이라 왼쪽 애들에게는 큰 감동으로 비춰질 수 있고 오른쪽 애들한테는 '통일마저 국민에게 떠넘기냐' 라고 쌍욕을 날릴만한 장면이다.
결론적으로 강철비2 정상회담은 한북미 세 정상이 정상회담을 하다 납치를 당한다는 설정만 괜찮고 나머지는 죄다 쓰레기통에 쳐박아버리는 고딴 영화 되시겠다. 리뷰 초반에 전작보다는 확실히 나은 속편이라고 쓴 이유는 영화 중반부터 펼쳐지는 잠수함 전투씬이 강철비 1편과 강철비 2편 전체보다는 그나마 나은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냥 핵잠수함 전투영화로 만들었다면 그래도 칭찬은 받을만 했을텐데...
자신의 정치사상을 영화로 만들거라면 확실한 고증과 그럴듯한 스토리라인이 있어야 한다. 이런 영화는 그냥 꿈 속에서만 상상하시고 끝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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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의 쿠키영상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나온다. 북한의 위원장이 한국에 내려와 광화문에서 한국의 대통령과 통일에 대한 연설을 하면서 쿠키영상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