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1년 동안 섬기신 어머니의 권사직분 은퇴식이 있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엄마네 교회에 가서 오후예배를 드림.
가기 전에 꽃집에 들러 내가 준비한 꽃과 삼촌 오더를 받은 꽃을 사서 전달해 드렸다.
내 머릿속에 꽃선물이란 당일 구입해서 줘야하는 개념으로 잡혀있기 때문에 우리집 근처 꽃집을 이잡듯이 뒤져, 전화를 먼저 하고 방문했음.
두 세 군데에 전화를 했는데 오늘이 마침 일요일이라 문 연 곳이 별로 없어 꽃이야기는 영업을 하고 있다는 말에 가 보았다.
집에서 너무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예배시간까지 촉박했는데 사장님께서 후다닥 두 다발을 만들어주셔서 늦지않게 도착.
다른 분들께 받은 꽃들까지 더해져 우리 어머니댁은 꽃집이 되었다.
실로 오랜만에 교회를 간거였는데 6여년 전에 전 여자친구와 함께 등록했던 곳 말고는 따로 등록해서 다닌적은 없다.
나는 어릴 때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부터 모태신앙 출신인지라 성경 말씀이나 그런걸 귀에서 피가나도록 들으며 살았기에 청년기 초중반에도 열심히 다니곤 했음.
덕분에 이 나이가 되도록 제대로 된 짝 한 명 없는 현실이 가끔은 야속할 때가 있다.
분명 예비하신 반려자가 있기 마련일텐데 그동안 만나왔던 여자들 중에 기독교인이었던 때도 있었고 아닌적도 있었음.
하지만 나는 늘 지금이 중요한 사람이니까 현재 짝이 없음에 거의 매일 괴로워하며 잠이 들곤 한다.
전 여자친구와 그 전에 만났던 사람도 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전 여친은 정신적으로 좀 성숙한 사람이었어서 심적으로 의지가 많이 됐었고 그 전전 사람은 오직 외모적인 것만 내 스타일이었음.
아무튼 둘 모두 믿는 사람이라서 내심 약간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있었기 마련이었지만 결국은 모두 헤어지게 됐다.
그럼 생각하게 되지. 나는 열심히 주님을 믿는 사람인데도 왜 지금 짝을 찾지 못하는가!
그 때 그 사람들과는 왜 이별을 해야 했는가!
연약한 마음에 교회에 가기만 하면 당시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왜 지금 내 곁엔 아무도 없느냐는 불만만 머릿속에 맴돌게 된다.
오랜만에 교회에 갔던 오늘도 마찬가지.
벌써 몇 년이나 지난 인연들이었음에도 남들 다 하는 결혼도 못하고 혼자 방구석에서 이런 글이나 쓰고 있는 현실은 그야말로 참담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예비하신 사람이 있다는 건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됨.
(엥?)
지금 당장은 짝이 없는 독거노인이지만 당시의 두 사람은 내가 둘을 외면해야만하는 시그널을 받았다고 할까.
백번 양보해도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볼 수는 없고, 속된말로 조상님이 도우셨다는 거 말고는 말로 설명이 안되는 사건들이었다.
전 여친은 집이 매우 멀었기 때문에 집까지 바래다주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그날따라 바래다주고 싶은 마음이 정말 불현듯 들었었음.
그래서 7호선 전철을 타고 서울 한복판에서 몇 십분을 같이 나란히 앉아 가고 있는데, 하필 전 여자친구가 자신의 핸드폰에서 뭘 보여주고 있어서 같이 보고 있었음.
잠깐이라 한 1분 정도 같이 스마트폰을 보고있는데 갑자기 문자가 옴.
핸드폰을 열어둔 상태에서는 메시지 내용이 위에 살짝 보이는데 거기엔 다른 남성이 그날 잘 들어갔냐는 내용의 메시지가 있었다.
자초지종을 들으니 어머니의 성화 때문에 돈주고 소개팅 업체에 가입해 남자들과 맞선을 보고 있는 와중이었던 것.
그 뒤로 조금 더 만났던가 했던 기억인데 그쪽 어머니 때문에 꾸준히 소개를 받아야 된다는 말을 하길래 그러다 좋은 놈이 나타나면 나는 이러다 그냥 버려지는 건가 싶어서 얼마 안가 헤어지게 됐다.
정신적으로 의지가 많이 되서 참 괜찮았던 여자였는데 아쉬워도 뭐.
전전 여자친구는 고등학교 여교사였음(기간제).
가슴도 G컵인가 그랬고 키가 170cm 정도? 무엇보다 안경까지 쓰고 있어서 드디어 이상형을 만났나 싶었다.
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되어 그녀 집에서 같이 잠든 뒤 문득 새벽 2시 쯤에 깼는데 야밤에 카톡이 여러개 와있는 걸 봄.
그녀가 핸드폰을 안 잠그는 성격이어도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새벽에 계속 카톡이 오니까 무심코 봤더니 거기엔 이미 나 말고 사귀는 남자가 있는 상태였고 그녀석도 기간제 교사였던지라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안읽음 표시로 그냥 계속 대답 안하고 생까는 중이었다.
여자 얼굴은 좀 못났어도 몸매나 외형이 내 이상형이기에 당연히 사귀는 놈이 있을 줄 알아서 그녀석은 그냥 그러려니 함.
하지만 새벽에 계속 오던 카톡은 그남자꺼가 아니라 같은반 제자 꺼였다는 걸 알게됐다.
외적으로는 진짜 최고라서(살면서 가슴크고 키큰 안경녀 만나본게 이 때가 처음) 그냥 넘어갈까도 했지만, 윤리적으로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라는 걸 끝까지 견딜 수 없어서 헤어졌다.
그나마 최근(?)이었던, 소위 믿는다는 사람들의 행태가 이렇다.
나도 뭐 깨끗하진 않지만 적어도 누굴 만나면서 다른 여자는 만난적이 없고 무엇보다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성인이라면 미성년자를 건드리지는 않음.
(아닌게 아니라 법적으로도 건드리면 좋돼)
신앙이 있는 기독교인이라면 적어도 정상적으로 행동을 하려고 노력은 해야하지 않을까?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가?
그래서 이런 저런 이유들 때문에 딱히 교회를 나가야 한다는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등한시한지 벌써 몇 년 째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주님이 보여주신 기가막힌 타이밍이었다면?’이라는 생각도 들긴해서 집 근처의 교회에 나가 주일 예배만이라도 드릴까 라는 생각을 오늘 했다.
지금은 그냥 누굴 만날 생각도 새 여자를 갈망하는 욕망도 없고 단지 외로울 뿐이다.
오늘 꽃집 사장님이 기르시던 강아지가 나에게 안겨 열심히 애교를 부리는 걸 보고 나도 강아지를 키워야 하나 진지하게, 아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하루였음.
오늘 교회에서 설교시간에 들었던 말씀도 하필 이거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시편 23편 4절-5절 말씀.
내가 직접 찍은 달 이미지에 위의 성경문구를 넣어보았다.
나는 이제 그냥 개나 기르면서 혼자 살아야 할듯.
예나 지금이나 주님을 믿기는 하고 기도도 수시로 드리지만 교회만 나가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