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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Sep 27. 2016

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아무것도 우연히 일어나는 건 없답니다. 당신은 내가 왜 당신 청각을 못살게 군다고 생각하시나요?
단지 그것이 합법적이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무엇보다도 청각이야말로 외부의 자극에 비교적 방비가 허술한 감각 중 하나이기 때문이지요.
눈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눈꺼풀을 가지고 있습니다. 냄새를 피하려면 코를 붙들고 있기만 하면 되고요.
오래 그러고 있다 해서 그리 고통스런 것도 아니지요. 맛을 거부하기 위해선 뭐 흔히들 해온 절식이나 단식이라는 방법이 있지요.
촉각 역시 법이라는 것이 막아주고 있어요.
누군가 당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당신 몸을 건드리려 하면 언제든 경찰을 부를 수 있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나 인간이란 단 하나의 약점, 즉 귀를 가지고 있다 이겁니다."

-중략-

"신분이든, 국적이든, 개인 이력이든, 정신적-신체적 특징이든, 그 모두가 당신이 내가 아닌 다른 누구라는 걸 말해주고 있으니까요."
"여보게, 자네가 그렇게 보잘것없는 성분들로 자신을 규정하는 걸 보니 그리 까다로운 사람 같지는 않구만. 이거야말로 인간 두뇌의
특징이라고나 할까. 본질적인 것을 회피하기 위해 조잡스런 세부에만 스스로를 집중시키지."










예전에 '타인은 곧 지옥이다' 라고 사르트르 라는 사람이 그랬단다.
노통브는 그 말이 무색하게 들릴정도로 '지옥은 자기 자신' 이라신다.

역시(?) 외국 작가들은 독자들도 이미 자신과 엇비슷한 독서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가정 하에 글을 쓰는지,
이 책을 국내에 번역한 분께서 '역주' 로 적어놓은 깨알같은 글씨가 영 눈에 거슬렸던 책.

그만큼 생경한 작가와 그들의 저서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나오고 별 헤괴한 이론들과 신기한 말장난들이 책에 두께와 반비례로
치덕치덕 쌓여 있는..




ps. 결말을 보고선 '아!' 하는 탄성을 지른다고 어딜가나 광고하던데 난 중반부 부터 대충 짐작한지라 그닥 충격적이라거나 놀랍진 않았다.
한편의 1인극의 코미디를 보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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