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 이라는게 있다.
사람 사이에도 그런게 있다.
이 나이쯤 되면 말이다.
사람 사이에 뭐가 있어봤자 뭐, 별반 다르겠어? 다 같은 사람인데
라는 생각은 이십대 초반에 했었고,
살아가면서 그 갭은 점차 점차 넓어지고 늘어난다.
전혀 헐거워지지 않는다.
예전 남자친구와 거리 때문에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남자친구 사는 곳이 어디였냐고 물었더니 유럽이었다고 한다.
그녀의 취미는 해외여행이라고 했다.
얼마전엔 스페인을 다녀왔고 유럽 등지를 좋아하고 이미 갔다 왔다고 한다.
뭔가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았다.
그냥 저녁 한끼 같이 먹는 거였는데
같이 앉아있는 내가 미안할 정도로 빛이 나는 사람이었다.
뭔가 나 따위가 말을 섞기도 민망한 그런 사람.
차가 없어 집에 바래다 주지도 못하는게 참 뭐랄까
ㅂㅅ같았달까?
이 나이 먹을때 까지 나는 뭐 하며 살았나 싶었다.
여태껏 비자도 여권도 한번 만들어 보지 못했던 내 삶이 굉장히 비루하게 느껴졌다.
남과 비교를 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을 여기저기에서 종종 봤다.
늘 밥 먹으며 한 회 씩 보는 유일한 미국 드라마 '오피스' 시즌 8에 나왔던 이상한 ceo인, '제임스 스페이더(최근엔 어벤져스2의 울트론 목소리를 맡았다고 한다)' 의 대사가 떠올랐다.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본인 나름의 기준으로 '위너' 와 '루저' 로 나눠, 위너쪽에 속한 사람들 하고만 점심 식사를 가졌었는데,
거기에 항의하는 루저쪽 사람들에게 했던 말이다.
위로를 주는 글귀들이나 명사들의 강연은 결국엔 우울해 지는 본인의 기분을 마취 시키려
되도않는 자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사는게 이지경까지 되니 인지가 된다.
물론 나는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이다.
군대에 가기전엔 정말이지 이 세상의 모든건 썩었고,
여기에선 살기 위해 먹는데 먹기 위해 살라며
늘 좋은거, 더 나은거, 한층 안락한 거만 따지는 세상이지만
지구 반대편엔 굶어 죽어가는 아이가 있다는 현실이 굉장히 부조리하다고 늘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제대 하고 나서도 세상은 바뀐게 별로 없었다.
더 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다만 내가 소외된 사람들에게 해 줄 수 있는게 뭘까 하고
생각을 넘어 실천에 옮기는 인간이 되었다는게
가장 큰 변화였다.
내 힘으로 단박에 바꿔버릴 수 있는 세계는 아니니까.
아무튼
여전히 부정적인 사고로 살았더라면 진작에 한강에 몸을 던졌던지 손목을 그었던지 했을 인간이다.
결론은,
그 갭 이라는걸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내 힘으로 이리저리 바꿀 수 있는 1도의 각조차 엄두도 나지 않는 사람을 만나보니
그동안의 내 삶과 인생은 뭐였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거다.
내가 할 수 있던 얘기는 그저 영화 몇 편이 좋았다는 말,
누구누구의 음악이 좋다는 말,
어떤 책의 작가와 어떤 화가의 뒷 이야기 정도였다.
한파가 온 내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꾸준히 뭐라고 뭐라고 지껄였었는데, 저것들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성경에도 쓰여있을거다.
인간들에게 신이 했다던, '자식을 낳고 번성(번창?) 해라' 라는 말.
누구를 만나던 뭔가
괜히 내 욕심에 남의 인생을 망칠것 같은 기분이 늘 든다.
오지도 않은 미래에 괜히 겁먹은게 아니라 지금껏 살아온걸 뒤돌아 보니 그렇다.
집으로 오는 길에 내가 걸어온 길은 참으로 보잘것 없고 비루한 인생이구나 싶었다.
+
갭 이 영어였다니 처음 알았어 -.-
갭[gap]
발음 : 갭
명사
1. 사람과 사람, 집단과 집단, 현상과 현상 사이에 존재하는 의견, 능력, 속성 따위의 차이. ‘간격2’(間隔), ‘차이’, ‘틈1’으로 순화.
-세대 간의 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