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 week 1 movie

라이킷 댓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노군 Sep 29. 2016

주성치에 대한 단상 part 1

all about chow sing chi

처음부터 주성치를 좋아했던건 아니다.

어릴때
홍콩-중국 영화라야봤자 tv에서 해 주던 황비홍이라던지
vhs 시절 부모님이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오신
오복성, 성룡 영화들 등이 전부였으니.

아 또 있다.

주말의 명화에서 더빙해 주던 장국영의 금옥만당, 종횡사해정도?

어린시절 영화를 접하게 되는건 순전히 부모님의 취향이 100%이기 때문에, 액션-느와르 보다 코믹한 영화를 더 선호하신 덕에 정무문이라던지 영웅본색 같은 영화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주성치 같은 경우는 주인공이 좀 마이너한 캐릭터가 많아서 존재 자체를 모르고 산거지.
(..라기보단 성룡이 시작이자 끝이었음)

아무튼 주성치를 '영화' 라는 장르로 인지하고 처음 본게(극장 가서 제대로 본게) 아마도 '소림축구' 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리고 그가 존경해 마지않던 '이소룡' 과 중국 특유의 무협-액션 영화들의 오마쥬 덩어리였던 쿵푸허슬 역시 극장에서 볼 수 있었다.

주성치 특유의 재치와 3류개그, 그리고 희대의 신파는 날 아주 강하게 끌어당겨서 그 뒤로 내노라하는 그의 영화는 모조리 찾아서 봤던 기억이다.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들 중 하나인 희극지왕.

주성치표 드립력이 굉장히 물이 올라있는 영화다.

여기에서 주성치는 복지관 같은 곳에 기거하면서 1류 배우를 꿈꾸는 엑스트라로 나온다.

영화의 오프닝.jpg

희대의 뻐드렁니(누나 미안..) 여배우였던 막문위와의 콜라보.

최고의 스타인 막문위가 엑스트라였던 주성치에게 감탄하는 대목이다.

그 뒤로 주성치에게 '소녀' 의 감성을 전수받으러 호스티스 장백지가 찾아오게 되고(무명이었던 그녀가 아마 이 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기억이..),

연기를 배우고 가르치며 두 사람은 사랑이 싹트게 된다.

집도 절도 없는 주성치의 저 한마디가 장백지를 울리게 된다.
(대책없는 인생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더 뭉클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개똥같은 인생에서 탑스타의 반열 가까이에 오르지만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리고 주성치의 영원한 반쪽인 오맹달.

연기력 하나로 주성치에게 특수임무를 맡기는 형사로 나오는데, 임무를 수행하는 장면들도 꽤 멋있게 그려진다.

영화 도신에 대한 오마쥬인 '도성' 에서 주성치는
사물을 꿰뚫어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로 나온다.
(오맹달은 그의 삼촌)

유치하고 더러운 개그가 여전하지만 전설로 남은 주성치의 '자체 슬로우모션' 씬은 정말 명장면이다.

극중에서 실제로 오맹달과 '도신' 을 보며 "저사람은 왜 저렇게 느리게 걷죠?" 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늘 3류로 치부되던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일종의 자신감(혹은 디스리스펙) 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말로 주성치는 홍콩 영화계에서 왕따라는 소문도 있고, 이래저래 그들과 같은 레벨에 끼지 못한 설움 같은게 있는지)

그리고 희극지왕만큼 재미있던 영화가 바로 '식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