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군 Sep 30. 2016

차이나타운

coinlocker girl

뭐가 그렇게 신나고
뭐가 그렇게 좋아?

안좋을건 또 뭐에요?
원해서 태어난건 아니지만
태어났으니 죽을 순 없잖아요
그럼 좋게좋게 살아야죠 뭐















중3 때부터 혼자 살았어요
그땐 지금보다 훨씬 더 돈이 없었구요
근데 어느날인가 햄버거가 너무 먹고싶은 거에요
그 때 주머니에 5천원이 있었는데
그게 일주일치 식비였어요
그래서 그.. 맥도날드에 가면 햄버거 팔잖아요
천원짜리 그냥 햄버거
딴거 아무것도 없이 빵에 패티만 들어있는거요
그걸 다섯개를 사서 냉장고에 챙겨놨죠
이틀에 하나씩 꺼네먹으려고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그 차가운 햄버거를 씹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구요

상황이 너무 좆같아서?

아뇨 억울해서
세상엔 맛있는 것도 좋은 것도 참 많을텐데
내 혓바닥엔 그 천원짜리가 너무 맛있다는게
그게 억울해서 눈물 났어요















증명해봐
니가 
아직
쓸모있다는 증명
















밥을 먹으면서 말하면 있잖아요
음식물이 바깥으로 튀어 나와요
그래가지고 밥먹으면서 말하며는 안돼요















내가 쓸모가 없네















끔찍할땐 웃어야 편해















죽지마 죽을때 까지















워더하이즈



















이렇게 쎈 김혜수를 본게 얼마만인지.


극장에서 상영할때 왜 가서 보지 않았는지 후회가 됐던 영화.


그만큼 김혜수를 위한 김혜수에 의한 김혜수의 영화다.
거의 원탑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
그녀의 대사보단 주로 눈빛 하나로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왜 김혜수인지 잘 알게 해 준다.


영화의 원제인 '코인로커 걸(coinlocker girl)' 답게 지하철 보관함 10번 칸에 버려져 이름이 '일영' 이라 불리게 된 한 소녀의 성장 드라마다.


인천 차이나 타운의 중국인(조선족?) 을 상대로 신분 위조나 인신매매를 통한 장기밀매를 업으로 살아가는 한 '가족' 안에서 일영이 감정을 배제한 채 살아오다가 어느날 사채를 빌린 남자의 아들을 만나, 순간 흔들리게 된다는 내용.


감독이 여지껏 회자되곤 하는 국내의 여러 누아르 영화가 부러웠는지 위에 쓴 여러 대사들 만큼 이상한 각을 잡고 뱉는 대사들이 쓸데없이 많은 영화 되겠다.


sf 장르 자체를 여전히 괄시하는 충무로의 태도 덕분에 한때 한국 영화는 되도않는 코믹한 조폭 시리즈가 홍수를 이루던 때가 있었고, 지금도 얼굴만 바꾼채 계속되는 조직 폭력배들의 이야기가 누아르라는 이름 하에 꾸준히 재탄생하는 실정이다(형사물도 마찬가지).


이미 많은 영화들에게서 영감을 얻은게 빤히 보이는 듯한 무수한 클리셰 속에서 빛나는건 김혜수의 눈빛과 거기에 압도 되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몇 안되는 배우들이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이가 홍주역을 맡은 조현철(과 박보검 / 매드 클라운이 조현철의 친형이라는 사실은 안비밀).




영화 '복수는 나의 것' 의 류승범과 다르게
빤히 정상인이 연기하는게 보이긴 해도
정말 간만에 이런 배우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다만 
벗는 연기로 데뷔한 여배우 치고 연기를 제대로 할 줄 아는 이가 없는 국내 영화 판에서 무슨 이유인지 찍는 영화마다 줄줄이 주연을 꿰차는 김고은이 나올때 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건 어쩔 수 없다.
(얼굴에 흙칠하고 쌍욕을 하며 괴성을 지른다고 다 누아르 연기가 아녀)


혜수누님 아니었으면 백만관객도 힘들었을 영화.




매거진의 이전글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