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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01. 2016

이아립 2집 앨범리뷰

12pok byungfung 2nd screen 누군가 피워놓은 모닥불

all songs, words, images. earip.

recorded at cafe 4floor in seoul, korea
except 02 track bass played by mana, 04 track piano played by beyang
acoustic touch by lim jisun at 경계가 지워진 책상
profile photo_abra, oh abra at tyoko



1. 저절로 흐르는 곳, 낮은
2. 헤드라잇 춤
3. 움직이는 동안에
4. 물음표를 찍어요
5. we are the universe
6. 너무너무바빠요.cliche
7. 베로니카
8. 누군가 피워놓은 모닥불



밴드 스웨터의 보컬 이아립의 두번째 솔로 프로젝트 앨범.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음역의 소유자 라거나 라이브가 얼마나 뛰어난다거나 하는건 중요하지 않다. 1990년대 부터 활동을 해오던 스웨터는 2002년 어느날 문득 대중에게 말 그대로 '청량하게' 다가왔다. 이아립의 야들야들한(!) 음색은, 스웨터가 조금만 더 '팔리는' 음악을 만든다면 대번에 성공을 거머쥘 수 있을만큼 달콤하고 여리다. 하지만 인디 밴드로 시작했던 탓인지 현재로서는 간간히 정규 앨범이나 본 앨범같은, 이아립의 심하게(!) 개인적인 앨범들만 나오고 있다(스웨터의 음악이 개인적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이 앨범은 2005년부터 이아립이 직접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판매했던 '반도의 끝' 에 이은 두번째 개인 앨범이다(이 앨범을 판매할 당시, 앨범이 아니라고 본인 스스로 못박았었지만). 이 앨범엔 '반도의 끝' 보다 조금 많은 곡을 담고 있는 씨디 한장과 이아립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그림들과 사진들, 그리고 작은 노트 두개가 동봉되어 있다. '자우림' 으로 프런트 우먼 밴드의 새로운 길을 열었던 김윤아와 동갑내기인 이아립은, 그녀가 좋든 싫든 김윤아와 종종 비교되곤 했다. 현재는, 철저한 솔로 프로모션을 시작했던 김윤아와는 달리 이아립은 지극히 개인적인 방법으로 또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 자신의 또다른 재능으로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연다던지, 본 앨범의 여러 아트웍 처럼 본인 손으로 창조해낸 결과물을 프로젝트로 내 놓는 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난 두 뮤지션 다 좋아하지만 두 사람의 이미지를 그려보라면 김윤아는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속에 있는 가희. 이아립은 혼자 작은 방에 앉아 기타를 뜯는 소녀가 떠오른다. 어찌들으면 나약한 이미지를 풍기는 이아립의 보컬 스타일은 그녀만의 매력이 있다. 개인적으로 발표하는 본 앨범을 조금 더 많은 이들이 손쉽게 찾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절로 흐르는 곳, 낮은
댄서블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에도 그녀의 목소리가 어울린다는걸 보여주는 앨범의 첫번째 곡.

헤드라잇 춤
어쿠스틱 기타의 강-약 리듬이 돋보이는 곡. 그녀의 창법보다 약간 뒤에 배치되어 있는 재잘거리는 듯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움직이는 동안에
드럼 대신 콩가같은 드럼이 들어가 있는 슬로우 곡. 어쿠스틱 기타가 곡 전체를 이끌어 간다.

물음표를 찍어요
비가 내리는 날 들으면 정말 잘 어울릴만한 곡. 눈물을 머금은 이아립의 음색이 일품이다.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빗소리가 담겨있다. 앨범의 재킷(?)에 코드가 들어있는 유일한 곡.

we are the universe
'사람들은 저마다 하나의 우주' 라는 메시지를 담고있는 곡. 어쿠스틱 사운드 위에 조근조근 대화하는 듯한 구성과 예쁜 코러스가 담겨있다.

너무너무바빠요.cliche
너무 바쁜 나머지 여러가지를 놓쳐가는 사람들을 나긋나긋하게 노래한 곡. '음악 감상할 시간 조차 내게 내기 힘든가, 말했나요 그것이 나를 사라지게 했단걸' 이라는 대목이 포인트.

베로니카
작은 스피커로 녹음한 듯한 드럼과 반복되는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뱉듯이 노래하며 교차하는 목소리의 곡. 

누군가 피워놓은 모닥불
멜로디언 소리와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 위에 이아립의 나레이션이 담겨있는 곡. 앨범의 전체적인 타이틀이다.



이 앨범을 알게되고 구입하게 된건 순전히 우연한 일이었다. 이아립이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지도 몰랐고 평소 스웨터의 음악은 1집 말고는 잘 듣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개인 홈페이지를 우연하게 알게 되어 우연하게 가보게 되었고 우연하게 본 앨범을 구입할 수 있었다. 현재는 오래전에 절판된 상황이지만, 얼마전 세번째 프로젝트가 발매된 느낌이다. 그녀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한번 들러봐도 좋을 듯. 아직도 밴드 스웨터 보다는 영화 '버스, 정류장' 의 ost 속,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 의 이아립이 생각난다.


추천곡
너무너무바빠요.cliche, 저절로 흐르는 곳, 낮은, 물음표를 찍어요.





세월의 흔적을 이기지 못해 색이 바랜 커버.jpg




전체적으로 조금 저렴한 느낌이다.


엽서 형태의 스틸 사진들.jpg


그녀의 모습도 몇 장 들어가 있다.jpg






나름 괜찮은 시도였던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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