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cloverfield lane
-절 어쩌실 거죠??
-계속 살려 둘거야.
-지금 나랑 장난해??
-미셸!! 그 문 열지마아아앙ㅇ아ㅏㅇ앙아아ㅏㅏㅏㅏ!!!
본격, 헐리웃 대표 떡밥의 제왕, 'j.j. 에이브럼스' 의 잉여력이 빛을 발하는 영화.
나처럼 이전 영화, '클로버필드(cloverfield, 2008 / in coming 3부작-완벽히 이어지진 않고 세계관만 공유하는-을 만든다고 핢)' 를 재미있게 본 이들이라면 굉장히, 열렬하게, 흥분하며, 감탄하며 볼 수 있는 작품.
j.j. 에이브럼스는 클로버필드 때와 마찬가지로 제작에만 참여했는데, 거의 그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기저기에 떡밥들을 흩뿌려놨다.
미드 '로스트' 를 연출-프로듀싱-각본하며 쌓아온 덕력과 디테일을
클로버필드와 어떻게든 엮으려던 노력에 비해
본 영화는 굉장히 한정적이고 폐쇄적인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심리 스릴러이기 때문에
클로버필드나 j.j. 에이브럼스의 열렬한 광팬이아닌 이상
결말 부분에서 '야 이걸 영화라고 만들었냐' 라는 말을 뱉을 수도 있다.
대체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거여.10colverfieldlane
영화는 바로 위의 사진처럼 세 명의 주요 등장인물들만 등장할 뿐,
별다른 조연들이 없다.
연인(혹은 남편) 과 헤어진 후, 황급히 가출(?) 을 하는 미셸(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에게 의문의 자동차 사고가 난다.
깨어나 보니 그녀를 구해줬다고 주장하는 하워드(존 굿맨) 가 그녀를 사육하듯이 대하며
지구는 러시아(아니면 한국 북한), 혹은 외계인의 침공으로 인해 오염되어 밖으로 절대 나가면 안된다고 꾸준히 타이른다.
미셸이 깨어난 곳은 하워드가 만든 방공호 스타일의 작은 공간이고
그 건물의 제작을 도운 에밋(존 갤러거 주니어) 은 그들이 주장하는 원폭 투하 직전에 자발적으로 방공호에 들어왔다고 주장한다.
..는게 이 영화의 대강의 줄거리다.
후반부의 10여분을 제외한 영화의 플롯은 심리 스릴러에 가까울 정도로 미셸을 제외한 두 남성의 진실게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극이 흐를수록 퍼즐(영화 속에서도 실제 퍼즐이 자주 나오기도 한다) 이 맞춰져 가며 다소 충격적인(?) 진실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폐쇄된 좁은 공간 속에서 꽤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한다.
특히나 존 굿맨의 후반부 변모하는 모습들은 이 영화를 전형적인 납치극이라고 규정지어도 괜찮을 만큼 소름이 끼친다.
다만 후반부를 위한 극 흐름이 아닌만큼
세 사람간의 쓸데없는 대화 씬이나 텍스트들도 많아, 진실을 가리려 거짓 광고를 하는 낚시성 영화 처럼 보이기도 한다.
차라리 클로버필드처럼 생존게임만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다.
후반부의 하이라이트 씬은 하워드가 정신이 온전한 인간이었다면 미셸이 멍청한 짓을 한 것임에 틀림이 없을 정도로, 마치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활용되어 일반적인 관객의 입장에서 보자면 솔직히 어이가 없기도 하다.
하지만 하워드가 방공호 안에서 미셸에게 꾸준히 '밖은 위험하다' 라고 설파를 했으니 어느 정도는 연관성이 있는 이야기 이기도 하다.
j.j. 에이브럼스가 제목을 중간에 갈아 엎어서 지금의 제목을 지닌 영화가 되었다고 하던데
마치 감독에게 '후반부를 이렇게 하라' 고 언질한 느낌도 좀 나고.
난 굉장히 재미있게 봤지만(후반부도 후반부지만 초-중반의 심리극이 아주..) 떡밥들이 클로버필드 때 만큼은 없어서 좀 그랬다.
뭔가 정확한 답변을 제시해 준다거나 클로버필드에 나왔던 크리쳐들(혹은 롭-릴리 라던지) 이 재등장한다거나 할 줄 알았지.
본 영화를 보면 뜬금없이 나타나는 미증유의 존재에게 난도질을 당하며 나약한 인간의 한계를 보여줬던 클로버필드 때와는 달리,
한없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것 같은 '상상력' 에 기진맥진해 지기도 한다.
(특히 긴장감 팽팽한 음악과 사운드가 한 몫 했지)
사방이 꽉 막힌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랄까.
이런 괴작(?) 을 꾸준히 제작하는 j.j. 에이브럼스의 패기가 참 부럽고 고맙다.
누가 요즘세상에 이런 쓸데없는 sf 영화들을 내 놓겠는가.
난 이런 sf 물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요샌 다들 히어로 무비에 빠져 살아서 클로버필드 10번지 같은 영화를 보면 참.. 뭐랄까..
가뭄의 단비 같달까?
(본 포스팅 맨 위에 써 넣은 미셸의 '지금 나랑 장난해??' 의 대사가 들어있는 '배경 씬' 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최고야!!)
사랑합니다 쌍제이님♥︎
+
쓸데없는(?) 떡밥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j.j. 에이브럼스가 연출을 했던 '슈퍼 8(super 8, 2011) 의 주유소가 등장한다던지 하워드의 딸인 메건의 정체라던지, 유독 많이 등장하는 파리의 에펠탑이라던지.
특히 퍼즐조각에 대해(그리고 하워드에 대해) 여러 이야기들이 있으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마치 양덕님께서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쌓아올린 떡밥 정리 포스팅의 주소를 써 드릴테니 가서 한번 보시길.
http://blog.naver.com/leejunho_/220671041107
++
당연하게도(?) 이 영화의 일등공신은 하워드를 연기한 존 굿맨이다.
연세가 많으심에도 불구하고 예전보다 굉장히 육중한 몸(왜 굳이 몸집이 '헤비한' 존 굿맨이 캐스팅 됐는지 영화를 보면 아. 하고 알게된다) 으로 연기를 하셨는데
옷에 맞춘 듯 딱 맞는 역할을 했달까.
(특히 쥬크박스를 틀며 몸을 흔드는 장면에선 심지어 귀여우시기까지 하심)
오래오래 연기해 주세요. 건강 좀 잘 챙기시고.
(계단 몇 개 오르내리는데 숨 헐떡이다 돌아가시는 줄...)
그리고 여주인공인 미셸역의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너 이새끼 나 납치한거지?.jpg
저 의심의 눈초리가 정말 예술이다.
하워드를 극 내내 쉴새없이 의심한다.
그녀라는걸 '인지' 하고 보는게 아마 이 영화에서 처음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필모그래피가 꽤 많은 여배우라서 나중에 하나하나 챙겨보게 될 지도.
+++
영화의 중-후반부에 해당하는, 미셸이 '낮에'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창의 씬이
게임 '포탈(portal) 2' 의 엔딩 씬과 상당히 닮아 있어,
짤은없지만
영화의 저 장면, 미셸 시점에 이런 들판이 실제로 나옮.jpg
''하프라이프' 와 '포탈' 이 동시에 영화화 된다던데, j.j. 에이브럼스가 감독이나 제작을 맡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와중에 검색을 조금 해 보니
실제로 각본 작업 중이라고.
이젠 그냥 상상만 해도 이루어 지는구낰ㅋㅋㅋ
워낙 떡밥이 무궁무진했던 게임들이기에 떡밥의 제왕인 j.j. 에이브럼스가 만들면 흥행과 덕후 양산은 떼어 놓은 당상이랄까.
포탈 시리즈의 열렬한 팬들이 직접 만든 단편 영화.portal
링크는 여기에♥︎
https://www.youtube.com/watch?v=4drucg1A6X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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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이 워낙 망작이라서 우연히도 국내 극장가 초 비수기에 등장한 이 클로버필드 10번지가 예매율 1위를 하던 순간이 있었는데 좀 놀랐다.
얼마나 배트맨v슈퍼맨이 쓰레기이면 클로버필드10번지에도 밀릴까.
배트맨 v 슈퍼맨을 잘 팔릴 줄 알고 주말 상영시간 50번 넘게 잡았던 cgv의 쓰레기같은 좌석 점유율 방식이 상반기부터 엇나가는게 참 고소했달까..
아니, 쌤통이려나? ^^
(참고로 cgv의 좌석 차등제 도입 이후 영화 예매하는데에 단 1원도 쓰지 않았다. 그동안 vip 쿠폰과 cj 포인트로만 봤다. 좀 재수가 없어 쟤네 이제. 롯데 시네마가 좀 극장도 많이 열고 팝콘도 맛나게 구우면 뒤 안돌아보고 롯데 시네마로 바로 넘어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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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예고편이나 포스터에 후반부 하이라이트 씬을 굳이 보여주는데,
그러지마..
모르고 봐야 뒤통수를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