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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03. 2016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

검정과 파랑
신 대 인간
낮 대 밤





내가 마음만 먹었더라면, 넌 이미 죽었어.





궁금하군, 당신도 피를 흘리는지.





놈이 적이 될 가능성이 1%라도 있으면 우린 놈을 쓰러트려야 해요.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되는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본격 영화 못만드는 재주가 있다는 걸 입증하는 영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왜 배트맨 시리즈의 리부트를 결심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왜 히어로물 영화에 감독이 그토록 중요하고,
왜 히어로물 영화에 설득력을 지닌 시나리오 작가들이 반드시 필요한지 아주 잘 보여주는 영화다.
그리고 주연에 대한 캐스팅도..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나 역시 '너무 심하게 많이 나오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그야말로 히어로 무비의 홍수속에 살고 있는 2016년인데,
이 영화는 마블이 본격적으로 영화판에 뛰어들기 전에 이미 여러 영화들로 재미를 톡톡히 봤던 디씨 코믹스의 원작을 스크린에 옮겨온 영화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에서 디씨의 간판인 배트맨과 슈퍼맨이 서로의 정의(?) 를 위해 다툼을 벌이지만
본작을 마블의 어벤져스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버린게 배가 아파 이제라도 자신들의 히어로 총집합 선물세트인 '저스티스 리그' 를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는게 크나큰 함정이다.

덕분에 영화는 쓸데없이 지루하고
어이없는전개로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철옹성처럼 쌓아올려진 어벤져스의 각각의 캐릭터가 지닌 '분위기' 와 '이야기' 를 너무 성급하게 이 한 영화에서 풀어내고 싶은 욕심은 잘 알겠는데(원래는 디씨 히어로들이 먼저 나왔고 마블이 비슷하게 따라한 모양새인데 늦어도 너무 늦었지 정말),
박평식 영화 평론가의 단 한문장의 평가 처럼, 말 그대로 '곱배기를 먹고 설사를 하는 느낌' 이랄까.


마블이 지닌 히어로물 영화의 특징은 전형적인 '팝콘 무비' 를 따라간다는 거다.
디씨의 강점은 이전 세대의 배트맨(후반부 한 두편 빼고) 시리즈에서 보여준, 심각하고 어두운 분위기였고.

특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리부트 3부작은 대중과 평단 모두를 사로잡은 전무후무한 디씨 히어로물의 '바이블' 로 자리매김한 것에 비해
잭 스나이더 감독의 본작은 그냥 시커멓기만 하다.
(참고로 다크나이트 시리즈와 전혀 무관하다. 캣우먼도 안나오고 로빈도 없다)


대사가 별로 없다고 해서 어두운게 아니고 심각하게 무게만 잡는다고 해서 어두운게 아니란 얘기다.


'마블처럼 총천연색의 활력 넘치는 히어로물 보다는 우리는 우리 식대로 좀 심각하고 어둡게 가보자' 라는 그네들의 다짐은 잘 알겠지만
밤에 비가 내린다고 심각해 지는건 아니잖아?
(문제는 이제 마블의 히어로들은 슬슬 진지한 무게감마저 생성해 내고 있다는 것 - 올해 5월 마블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로 또 한번 정점을 찍을 듯)



색깔이 전혀 다른 두 코믹스를 자꾸만 비교해서 좀 짜증이 난다면 이제 이 영화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자.


최초, 본작이 제작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슈퍼맨은 당연히 헨리 카빌이고, 그럼 배트맨은 누구지? 크리스쳔 베일? 이라는 궁금증이 많았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벤 에플렉이 새로운 브루스 웨인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데어데블' 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히어로치고 굉장히 굼뜨고 어딘가 육중한 액션들이
보는 내내 답답함을 선사해 주던 그 벤 에플렉이 또 히어로물을 찍는다니!



그래선지 본작의 티져들과 예고편에선 무던히도 하늘을 응시하고 있는 배트맨의 모습을 많이 담았다.



그래서 괜찮으려나.. 싶었던 거지.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배트맨의 수트는 정말 역대 최악이었으며
벤 에플렉님은 여전히 육중하시고 굼뜨신 몸동작들을 또 한번 보여주셨다.
(본 영화를 봐야만 나오는 브루스 웨인의 저스티스 리그 예지몽-?- 속에서 타격계열의 둔탁한 공격에 정말 이 영화를 vip 쿠폰으로 본게 참 다행이었다는 안도감을 주었다)

왜 벤 에플렉은 영웅 수트만 입으면 그렇게 굼떠보이는지, 그리고 왜 그리도 뚱뚱해 보이는지,
대체 왜 이 영화의 제작자들은 벤 에플렉을 섭외했는지 나로써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지점이다.
(진짜 마스크 안어울리는 인간이여 벤 에플렉은. 박쥐 마스크 터지는 줄)





이 영화가 지닌 또 하나의 약점은 바로 허술한 전개.

'절대 선' 으로 일컬어지는 슈퍼맨과 '어둠의 자식' 의 대명사(?) 인 배트맨이 싸우는건 좋다 이거야.
그런데 나름 '저스티스의 시작' 이라는 거창한 부제를 달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두 히어로가 힘을 합치는 지점이 그냥 '우연' 에 기댔다는게 참 어이가 없었다.

나름 유구한 역사(?) 가 있는 저스티스 리그인데 이렇게 그냥 막 대충 시작되도 되나? 하는 느낌.

차라리 두 히어로가 싸움을 하다가 공동의 적이 툭. 하고 튀어나와서 일단 힘을 합치기로 한거였다면 그래도 봐줄만은 하지.
(일단 새 적이 툭. 튀어나오기는 핢)

배트맨과 슈퍼맨을 한 영화에서 보는 메리트는 그냥 흐지부지 날려버리고
왜 둘이 같은 편이 되는지는 후반 액션 10여분에 대충 몽땅 쏟아 붓고는
'와 진짜 잘만들었어!!! 제목은 '저스티스의 시작' 으로 가자!!!!!!' 라고 자위하는 잭 스나이더 감독과 워너 브라더스가 슬몃 보이는 것 같다.
('친구' 라는 대사가 나올때 정말 손이 사라지는 줄...)





또한, 캐릭터들을 너무 남발해 버렸다.

일단 두 영웅의 싸움판을 렉스 루터가 짜고


둠스데이가 후반부에 난입하며 스토리 라인(과 하이라이트 액션씬) 을 끌고가는 모양새인데,

둘 다 모두 '그냥' 휘발되어 버린다(후반 액션씬 10분에 모두 우겨 넣었지. 재주네 재주여).

디씨 코믹스의 세계관에서 조커 이후로 굉장히 매력있는 두 빌런을 한 편에 낭비하는 저력.

아마도 고인이 된 히스레져의 조커가 없었다면 분명히 제시 아이젠버그의 렉스 루터도
나름 스포트라이트를 받을만한 연기를 보여준게 분명하지만 의외로(!) 메인 빌런인데도 등장 씬이 별로 없다.

예상보다 지능적이지도, 극악 무도한 악인으로도 보여주질 않는다.
이게 다 히스레져 때문이야 ㅠㅠ


왜 이 영화를 봄 시즌이나 여름 시즌에 내 놓지 않았는지 이제 좀 알것 같다.
(봄엔 시빌워가 버티고 있지. 여름은 '또' 워너 브라더스가 만든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배치했고)


이 쯤 되면 전 세계 히어로물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새로운 '조커' 가 등장하는 디씨 코믹스의 또 다른 안티 히어로물인 '수어사이드 스쿼드' 도 안심은 못할 기세다.

워너가 이따위로 영화를 만들어 낼 줄, 제작자로 본작에 참여한 크리스토퍼 놀란도 몰랐을거야 아마.



마지막으로 '저스티스 리그' 의 떡밥을 푼다고 풀었는데,
'얘들아 이게 떡밥이야! 우리 이거 만들 거거든??!! 기대해!!!!!!' 라고 사정하는 듯한 모습이 참...

히어로 무비 매니아들만 알 법 하게 컴퓨터에서 각 히어로들이 지닌 로고만 보여주는 걸로 끝냈어도 될 것들을
굳이 풀 영상으로(원더우먼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 다) 소개한다.

무슨 자기소개 시간인줄.

마블이 왜 떡밥의 장인인지 설득이 되는 지점들이었다.



그래도 마냥 거지같은 영화만은 아닌게, 갤 가돗이 연기한 원더우먼이 그래도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극중에서 사복(거의 드레스) 차림의 그녀와 원더우먼의 수트를 입은 그녀의 분위기는 너무 많이 다르다.


진짜 그녀는 이 영화의 핵이자 빛이며, 진정한 구원자다.

'어? 쟨 뭐야?' 하는 와중에 영화가 끝나버려서 그렇지,
본인 생각보다 강력한 악당을 보고 씩- 웃는 싸이코스러운 원더우먼을 이런 망작에서 볼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영화를 보고 나오면 그녀의 미친 미소 밖엔 기억이 안낢).

원더우먼 캐릭터는 옛날 옛적부터 드라마 시리즈다 뭐다 해서 너무 많이 소비되었기 때문에, 그녀 특유의 이미지라던지 심지어 코스튬마저 좀 지루한 감이 있었는데

갤 가돗이 그 우려를 한방에 부숴준다.
등장 시간이 극악하게 짧은게 함정이지만.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영화가 끝나기 10분 전에 들어가서 후반부의 액션씬만 보고 나오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원더우먼이 왜 이 영화에 등장한건지 약간의 팁이라도 주고 가지 그냥 얄짤없이 끝나버린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도 쿠키 영상 하나 없고.

마치 워너 브라더스가 "원더우먼 단독 영화랑 '저스티스 리그' 본 편들에서 확인해~" 라고 하는것 같아서
마케팅 참 거지같이 한다 싶었다.

일단 기대는 되는 원더우먼 단독 영화.갤가돗날가져요엉엉



배트맨 대 슈퍼맨은 성수기 바로 직전인 비수기에 굳이 개봉을 한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영화다.






+
'맨 오브 스틸' 에서 처음 나온, 슈퍼맨의 음속 돌파 사운드는 분명히 그 땐 소름이 끼쳤지만
이젠 좀 지겹다.
(히로인인 로이스 레인의 무작정 슈퍼맨을 기대하는 그 행동들도 지겹고)

아, 그러고 보니 배트맨은 짝이 없네 ㅠㅠ

훗날 원더우먼이 배트맨의 짝이 되려나?






++
결과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 영화가 망작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그동안 너무 마블의 팝콘 히어로물에 길들여졌거나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가 너무 감명 깊어서가 아닐까.


디씨 코믹스의 배트맨을 한동안 극장에서 못 보게 만들었던 장본인인,
1997년에 개봉했던 조엘 슈마허 감독의 '배트맨과 로빈' 대신 이 영화가 그 당시에 개봉했다면
아마 지금쯤 마블은 명함도 못 내밀고 어벤져스 대신 저스티스 리그가 판을 치고 있었겠지.




+++

슬픈 벤 에플렉.sadaffleck

우리의 벤횽이 시름에 잠겨있어!.sadaffleck

힘내요 벤 에플렉.

배트맨 솔로무비는 감독까지 생각하고 있다던데 부디 제발 실행에 옮기진 말고...



https://www.youtube.com/watch?v=wtfoRESVir0

슬픈 벤에플렉 찡...







++++
배트맨 대 슈퍼맨 삭제씬

https://www.youtube.com/watch?v=s-MUzvASr8s


댕 댕 댕 댕 댕 댕

어휴 이걸 왜 지웠담.








+++++
결국 수어사이드 스쿼드 재촬영 결정.


http://m.media.daum.net/m/entertain/newsview/20160402105506058




뚝심 있게 밀고 가지 왜 굳이..

진짜 갈피를 못잡네 디씨..

재촬영하면 이도저도 아니게 될텐데 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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