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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 week 1 movie

곡성

by 노군

그들이 놀라고 무서워하여 그 보는 것을 영으로 생각하는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


-누가복음 24장 37절~39절






넌 네 의심을 확인하러 이곳에 왔다. 내가 진실을 말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왜 하필이면 자네 딸이냐고? 그래, 그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냐고? 자네는 낚시 할 적에 뭐가 걸릴건지 알고 미끼를 던지는가? 그 놈은 미끼를 던진 것이여. 자네 딸은 그 미끼를 확 물어분 것이고.






절대 현혹되지 마소.






미끼를 삼켜버렸네.






겁나게 무서불쟤?










제대로 약 빨고 만든 코미디영화.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아. 이 영화는 코미디구나!'

나홍진 감독이 인터뷰에서 누누이 밝힌 강력한(?) 자신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코미디라고?? 뭔 개소리야? 하는 이들에게 이 링크 를 바친다)



본작은 타이트하게 선 굵은 수컷들의 혈전을 그렸던 '추격자(2008)'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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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로맨스 영화(!) 라고 자부하는 '황해(이엘 때문?)' 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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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5년만에 '코미디' 영화로 돌아온 나홍진 감독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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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1년 전에 이 영화의 존재를 알게된 건,

바로 '황정민' 이 주연으로 나온다는 영화의 정보 때문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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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을 보지 않아도 풍기는 황정민의 옷차림새 덕분에,

공식적인 정보가 뜨기 전부터 '박수무당인 황정민이 귀신을 쫓는 내용이구나' 하는 선입견을 가졌던 영화다.



하지만 슬슬 개봉 날짜가 확정되고 공식적인 예고편이 나오면서 부터는

'뭔가 다른' 영화같다는 생각은 넌지시 들었다.



워낙 스포일러가 강한 댓글들이 많기에 '절대 댓글을 읽지 말라' 는 전언을 어디선가 들은 뒤로는

최초로 공개된 예고편만 보고 그 어떤 정보도 없이 본 영화를 감상했다.

그 결과 나에겐 굉장히 흥미로운 영화가 되었다.



다시한번 분명히 말 해 두지만,

당신이 어떤 영화를 '극장에 가서 직접 봐야겠다' 라고 느끼는 때가 온다면(그게 스틸컷이든 예고편이든 소문이든 '스포일러 성 이야기' 만 아니면 된다),

그냥 아무 정보 없이 개봉날 이후 스트레이트로 바로 극장에 가서 보길 권한다.




많이 준비하고 길고 긴 제작기간 덕분에 아주 많은 것들이 뒤범벅된 느낌의 영화지만,

곡성은 본심을 잃지 않는 집중도와 은유, 그리고 '관객이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 꽤 잘 빠진 수작이다.



영화의 주 내용은,


낯선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나타난 후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사건들로 마을이 발칵 뒤집힌다.
경찰은 집단 야생 버섯 중독으로 잠정적 결론을 내리지만
모든 사건의 원인이 그 외지인 때문이라는 소문과 의심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간다.

경찰 ‘종구’(곽도원)는 현장을 목격했다는 여인 ‘무명’(천우희)을 만나면서
외지인에 대한 소문을 확신하기 시작한다.
딸 ‘효진’(김환희)이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으로 아파오기 시작하자 다급해진 ‘종구’.
외지인을 찾아 난동을 부리고,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불러들이는데...


..라고 한다.



저 위의 '감독 링크' 를 타고 가서 기사를 읽은 사람들(특히 영화를 보고 온 사람들) 은 알겠지만

극 초-중반부에만 극도로 쏠려있는 '개그 코드' 는 '이게 무슨 장르의 영화인가' 하며 알쏭달쏭해 진다.

(거의 모든 개그 씬에서 킬킬거리면서 미친듯이 웃었다)



연쇄살인마와 보도방(?) 주인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로 입봉을 했던 감독(게다가 전무후무한 수상이력을 만든) 인지라

그간 한국형 스릴러-형사물(특히 '살인의 추억') 을 오마쥬하는 장면들임에 틀림없는 씬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 사이 사이를 비집고 미스테리한 사건으로 극의 흐름을 놓칠듯 놓치지 않는게 이 영화의 초-중반이다.

그 후 황정민이 정식으로 등장하면서 관객들은 '환기' 비슷한 현상(음악도 급작스럽게 울리고) 을 겪게 되는데,

정의의 사도인냥 멋지게(?) 등장하는 황정민이 그렇게 듬직하고 멋져보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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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 연기도 거의 신기에 가깝게 잘한다)


여기서 한가지.

'국제시장(2014) - 베테랑(2015) - 히말라야(2015) - 검사외전(2015)' 으로 쭉- 이어졌던 황정민의 필모그래피에서 볼 수 있듯이

그만이 지닌 '분위기' 나 '연기 톤' 따위가 본 영화로 인해 또 너무 휘발되고 소모되는게 아닐까(이미 '검사외전' 에서 황정민 연기의 한계를 본 느낌이었달까) 싶은 우려가 있었는데,

나홍진 감독의 재치(?) 로 황정민은 거의 조연에 가깝게 치고 빠진다.



황정민의 광팬들은 아쉬운 지점이겠지만

박수무당인 일광이 지닌 파괴력을 보면 꽤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초-중반의 코믹한 분위기에도 절대 갈지자로 걷지 않는 주인공 종구는

곽도원의 체중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거의 이 영화를 종횡무진하다시피 처음부터 끝까지 활발한 동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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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곽도원이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한 영화랄까.


..라기엔 아주 약간 아쉬울 정도로

그의 딸로 나온 효진역의 김환희양의 연기가 황정민에 버금가는 신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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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살다 이런식으로 연기를 하는 아역배우는 본적이 없을 정도.



어쨌든 이 영화는


개봉 이후 꾸준히 밀고있는 슬로건처럼

극중에서도 '절대 현혹되지 말라' 고 관객을 계속 다그친다(일종의 드립인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코미디' 발언-난 코미디 영화로 인정-도 '미끼' 지).

그리고 사람이 한번 마음을 먹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을정도로 커져버리는 '의심' 에 대한 일종의 질문과 대답을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어차피 영화에 대한 시원스런 '답' 은 관객이 생각하는 '그것' 이라고 나홍진 감독이 직접 밝힌 바 있다)



출구가 없어보이는 곡성의 배경이 꾸준히 나와줘서 참 멋지다는 생각과 함께

어수선한 영화의 분위기 덕분에 '일반적인' 관객들은 호불호가 강하게 나뉘는 영화이기도 하겠구나 싶었다.

(외지인 역할의 '쿠니무라 준' 아재는 정말.. 어후.. 아직도 기분이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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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의 개봉 시즌에 나홍진 감독의 이 카드를 뜬금포로 꺼내 든

배급사와 투자자에게 처음엔

'대체 왜? 캡틴 아메리카가 개봉한지 3주 밖에 안된 이 시점에 승산도 없는 싸움을 왜??' 라고 생각했었는데,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의 괴물같은 관객동원력을 충분히 희석시킬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영화다(실제로 본작이 현재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의 천만 관객 돌파를 저지-?- 한 모양새기도 하다).



다만 나홍진 감독이 여기저기에 흩뿌려놓은 맥거핀들에 한 번 걸려 넘어지면

겉잡을 수 없이 혼돈이 생겨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약간 어려울 수 있다는게 함정.

(나도 기회가 된다면 두 번 극장에서 보고 싶은, 꽤 오랜만에 이런 감정을 들게하는 국내 영화다. 왜냐하면 정말 후반부에 장모가 없었는지, 영화 중-후반부에 마을에서 묘하게 둥근 빛이 나던건 무엇이었는지 제대로 보기 위해서. 버섯은 그냥 딱 봐도 페이크고..)



'선' 과 '악' 의 경계를 두고 저울질하듯 관객을 조롱하는 듯한 나홍진 감독의 연출력과 각본이 빛을 발하는 영화다.

(맥거핀에 있어선 거의 신의 경지에 도달하지 않았나..)




영화의 끝자락에서

무명이 종구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은

누구라도 설왕설레하게 될거다.

(일광의 알몸 씬이 괜히 들어간게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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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간만에 여러 생각을 하게 해 주는 국내 영화였다.


나홍진횽 사랑해.








+

이 영화, '곡성' 을 통해, '곡성 특수(!!!)' 를 노리는 분이 한 분 계셨으니,

그 이름하야 유근기 전라남도 곡성 군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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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링크



이 분의 말 본새가 어찌나 청산유수이신지,

코미디 영화 이지만 전체적으로 음울한 분위기가 깔려있는 영화, '곡성(哭聲 - 슬피 우는 소리)' 을 보고 실제 '곡성' 에 대해 안좋은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심어지지 않을까 해서 기고하신 글이라고 한다.


기사의 핵심을 발췌하면 이렇다.


오히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군을 찾아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초록잎의 발랄함과 갈맷빛 사철나무의 들뜨지 않는 엄정함에 감탄할 수 있다면 우리 곡성에 올 자격이 충분하다. 유리창에 낀 성에를 지워가며 그리웠던 사람들을 그려본 사람이라면 곡성에 와야 한다.



캬~~~~~~~~~~~~~~~~~~~~~ 우리(?) 군수님 표현력좀 보소~~~~~~~





이봐 거기 자네. 이리와서 잠시 앉아보게.



이래도 문과를 돈도 안된다며 멸시할텐가!!!!!!!!!!!!!!!!!!!!!!!!!!!





나도 나중에 꼭 가봐야지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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