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 week 1 movie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by 노군

절대로 적당히 하면 안돼, 알겠지?






넌 박살낼 줄만 알지, 뭔가 만들어낼 줄은 모르잖아.






넌 내가 갈고 닦아 놓은 편한 길을 그저 걸어왔을 뿐이야!






-내가 맥도날드에서 감자튀김을 팔아도 날 좋아해 줄거야?

-너만 행복하다면.






take on me

take me on






그녀의 눈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날 것 같아.






HAPPY SAD.






나도 더럽게 열정적이었을 때가 있었다고!











존 카니가 또??



'원스(2006)' 이후로 '비긴 어게인(2013)' 까지 '음악 영화 전문 감독' 으로 낙인이 찍혀버린(!) 존 카니 감독의 신작이다.


그동안의 존 카니 감독 영화 속 주인공들의 나이를 보면 30~40대에서 20대 중-후반 사이였는데

싱 스트리트의 주인공들은 에이지를 확 줄여서 십대로 갔다.

그것도 1980년대의.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 영화는

80년대 팝 음악에 대한 감독의 헌사다.



영화의 주 내용은,


‘코너’는 전학을 가게 된 학교에서 모델처럼 멋진 ‘라피나’를 보고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라피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덜컥 밴드를 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한 ‘코너’는
급기야 뮤직비디오 출연까지 제안하고 승낙을 얻는다.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도 잠시,
‘코너’는 어설픈 멤버들을 모아 ‘싱 스트리트’라는 밴드를 급 결성하고
‘듀란듀란’, ‘아-하’, ‘더 클래쉬’ 등 집에 있는 음반들을 찾아가며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다.

첫 노래를 시작으로 조금씩 ‘라피나’의 마음을 움직인 ‘코너’는
그녀를 위해 최고의 노래를 만들고 인생 첫 번째 콘서트를 준비하는데…

첫 눈에 반한 그녀를 위한 인생 첫 번째 노래!
‘싱 스트리트’의 가슴 설레는 사운드가 지금 시작된다!


..라고 한다.



지금 보면 지극히 촌스러운 음악이 영화 내내 흐른다(게다가 뮤직 비디오도 종종 나온다).

그런데 너무 좋은거지.


예전엔 지금처럼 겉멋(그 때 그러는게 겉멋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이 없는

핵심을 찌르는 가사들(날 받아줘, 날 데려가줘 - take on me) 이 주를 이뤘는데,

감독이 영화에 쓰려고 새로 만든 사운드 트랙들보다 영화의 배경음으로 흐르는,

그 당시 히트곡들이 주인공들의 감정들과 이야기의 흐름에 너무 잘 맞아 떨어졌다고 할까.


이제는 올드팝 코너에 자리하고 있을법한 시대의 명곡들을 다시 찾아 듣고싶게 만든다.



물론 영화에 직접적으로 쓰인 곡들도 좋다.

일부러 영화의 배경을 80년대로 고른게 티가 나는 사운드와 가사가 유치하고 없어보이지만 퍽 들을만 하다.

(특히 코너가 라피나에게 띄우는 연가인 'to find you' 가 흐르며 가사도 나오는데, 라피나가 그 곡을 들으며 눈물을 흘릴 때 나도 행복한데 슬픈 눈물이 흘렀다. "내가 태어난 날부터 지금까지 널 찾은거야")




음악도 음악이지만 영화는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지.


집안의 몰락과 전학 간 학교에서의 순탄치 않은 생활,

한 눈에 반한 여자를 찾았지만 이미 임자가 있는 그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일상에서 새로운 곳으로 향한 도전.



청소년들이나 20대 초반의 세대들이 보면 공감이 많이 되고 도움도 많이 될듯한 귀여운 영화다.

(그리고 흘러간 희대의 명곡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존 카니 감독은 음악 영화 장르에 이제 어느 수준의 반열에 오른 듯 보인다.

(사운드 트랙 곡 초이스도 거의 미쳤지)

그리고 주요 배우들이 거의 무명에 가까운 인물들로 채워져 있는데,

그것 또한 나름 신선하고 새롭다(어디선가 얼핏얼핏-누굴 닮은거지 주로- 본듯한 얼굴의 인물들도 있지만 이정도면 신선하지).



정말 누구 말대로 '곡성' 보고 놀란 가슴 '싱 스트리트' 로 힐링 됐다.

(이제 혼자 있을 때 머릿속에 '외지인 할배' 가 더이상 보이지 않아염)



345345345.jpg?type=w1


끌끌끌끌.. 혼또니 소나노까(本当にそうなのか / 정말 그럴까)?









+

영화 초반, 주인공 코너의 덩치가 너무 외소하게 나온다(고등학생이 맞나 싶을 정도로).

특히 절친이 된 토끼 성애자, '에먼' 과 함께 있을 때(극 초반부, 에먼의 집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만들 때) 에먼에 비하면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기 까지 한다. 코너의 몸이.


그런데 극이 흐르고 코너가 음악적 자기 '색' 을 점차 찾아갈 즈음

감독이 일부러 그런건진 몰라도(아니겠지, 나만의 착각이겠지),

코너와 에먼이 곡 작업을 하며 앉아있는 위치를 수시로 바꾸는 씬이 나오는데

에먼 보다 코너가 훨씬 크게 보이는거다.

(영화를 찍으면서 금세 그렇게 자랐을리는 없는데 말야)

굉장히 희한한 경험이었다.






++

주인공 코너는 극중에서 본인이 자극을 받은 새로운 뮤지션의 패션도 종종 따라하는데,

펑크는 아니었지만 딱 봐도 '그린데이' 의 '빌리 조 암스트롱' 처럼 보이는 씬이 나온다(생김새도 닮았다).



53453.jpg?type=w1



43534543.jpg?type=w1



(그럴리는 없겠지만)이미 생명력을 잃은 더블린에서 기회의 땅인 런던에 무던히 가고 싶어하는 라피나와

처절한 생활 환경 속에서 희망이라곤 '음악' 밖에 없는 코너의 인생이

그린데이의 'american idiot' 앨범이 지닌 전체적인 스토리(이 앨범이 유기적으로 다 이어져 있는 '록 오페라' 인건 이제 다들 알지?) + 톤과 너무 닮아있어(영화는 아메리칸 이디엇 만큼 어둡진 않다만),

존 카니 감독이 빌리 조 암스트롱을 닮은 남자 아역 배우를 캐스팅 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자신만의 아메리칸 이디엇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던게 아니었을지.. 아니었을거야 아마.. 영화에서 자꾸 백 투더 퓨쳐 1편의 졸업파티 얘기도 하고 그러니까..)



훗날 그린 데이의 전기 영화에 반드시 주인공으로 나와야 할 인물 중 한 명이다 페리다 월시 필로(주인공 코너 역. 이 영화가 데뷔작) 는.







+++

코너의 전쟁같은 삶에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는 친 형 브렌든과



4353434634.jpg?type=w1





아무때나 '음악 만들자' 며 문을 두드리면 항상 웃으며 '콜' 해주는 (토끼 성애자)친구, 에먼을 둔 코너가 부러웠다.



43534534.jpg?type=w1




힘든 일상에 날 달래주는건 음악밖에 없는 삶이 뭔지 아니까

외동에다 친구도 많이 없는 나는 그런 코너가 너무 행복해 보였다.

(옛날 뮤지션들은 정말 코너와 에먼처럼 수시로 친구네 집에서 음악과 데모를 만들곤 했겠지)





++++

약간 유치하고 엔딩곡이 속 시원히 가슴을 뻥- 뚫어주지도 않기에

기대한 것 만큼 좋은 영화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바로 사운드 트랙을 구입할 정도로 영화는 괜찮다(비긴 어게인도 그랬지. 극장에서 나오자마자 사운드 트랙 앨범구매).

여러 영화들에 밀려, 원스나 비긴 어게인만큼 흥행하진 못하고 있는데,

원스나 비긴 어게인을 재미있게 봤다면

싱 스트리트는 극장에서 놓치면 반드시 후회할 영화다.





ps. 음악인에겐 역시 뮤즈가 있어야 혀.






+++++

싱 스트리트는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 쿠키영상은 없다.

다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아담 리바인이 부른 go now 의 녹음 당시 사운드가 깔린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하드코어 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