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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03. 2016

에픽하이 리믹스 앨범리뷰

remixing the human soul

executive producer : allen choi + epik high, map the soul
music produced by epik high and planet shiver

recorded, mixed by mr. sync @ ark sound
mastered by choi hyo young @ sonic korea
cover + booklet artwork by hailie
designed by hailie + kevin kim + rapbong



1. fly higher
2. love love loveless
3. breakdown the wall
4. 버려진 우산
5. 1분 1초 a little memory
6. fanatic
7. back to the future
8. you are the one
9. high skool dropout
10. remap the soul

hidden track - 전자깡패



한국 힙합그룹, 에픽하이가 최초로 약속을 지킨(!) 에픽하이와 플래닛 쉬버가 공동작업한 에픽하이의 리믹스 앨범.

언제부턴가 에픽하이의 앨범이나 타블로의 프로젝트 앨범에 '다음' 을 기약하는 메시지들이 한켠에 써 있거나 타블로 스스로 '다음엔 이러이러한게 나올 것이다' 라고 선언하곤 했었는데 그 약속을 최초로 지킨 앨범이 바로 이 앨범이다. 내 기억으론 에픽하이 정규 5집 앨범(pieces, part one) 귀퉁이에 써 있지 않았나 생각 되는데, 아무튼 이 앨범은 한국 힙합 뮤지션으로는 거의 최초가 아닐까 생각되는 프로젝트다. 


에픽하이의 원곡에서 따온 전 곡의 리믹스와 편곡을 일렉트로닉 그룹, 플래닛 쉬버 멤버들(dj friz, dh-style, philtre) 이 담당했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예상했던 음악들은 나오지 않았다(당연히 에픽하이들이 작업 할 줄..). 플래닛 쉬버는 에픽하이 스스로 자회사를 설립하고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영입하는 와중에 흘러들어온(?) 케이스 이기 때문에(이전에도 가끔 에픽하이와 작업), 이 앨범으로 플래닛 쉬버의 이름도 알리고 에픽하이의 프로젝트에도 도움이 될 법 했지만, 결과적으론 플래닛 쉬버라는 그룹의 이름만은 잘 알려졌다는 기억이다. 


처음 이 앨범을 들었을때 느낀 기분은 '왜 발표를 했나' 였다. 성의라곤 눈씻고 찾아볼 수 없는 재킷 디자인에 원곡을 신나게 망쳐놓은 여러 곡들. 평소 에픽하이와 타블로의 행보를 꾸준하게 지켜봐온 사람으로서는 '이번만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렉트로니카 성향의 음악을 별로 즐겨듣지 않는 내 취향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fly higher
앨범의 타이틀 곡. 안그래도 댄스 느낌이 나는 원곡(3집 fly)을 클럽 분위기에 아주 제대로 어울리게 만들어 냈다. 대부분의 가사를 지우고 스크래치에 의존 하며 amin j 의 코러스 대신 플래닛 쉬버의 dh-style 이 코러스를 불렀다.

love love loveless
신디 사이저 덕분에 원곡(4집 love love love) 보다 훤씬 더 일렉트로닉 한 느낌을 살린 곡. 포인트를 확실히 집어내는 philtre 의 재능은 탁월.

breakdown the wall
훅 부분을 제외한 보컬 전체를 원곡(5집 breakdown) 보다 다소 답답하게 만든 곡. 멀찌감치 뜀박질을 하는 느낌의 훅.

버려진 우산
담담하게 애절했던 윤하의 코러스(5집 우산) 를 버리고 리사의 목소리를 기용한 곡. 원곡보다 더 거친 느낌의 비오는 효과음을 곡 전체에 깔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웅웅 거리는 훅도 조금 아쉽다. 

1분 1초 a little memory
원곡(ep lovescream) 의 기승전결을 잘 표현해낸 곡. 마치 로봇 목소리 처럼 표현한 1-2절 앞 소절들이 포인트.

fanatic
인트로에서 제목처럼 격정적인 피아노 선율이 귀를 잡는 곡. 훅을 제외한 1-2 소절들의 비트를 지우고 피아노 사운드에 기댄게 포인트.

back to the future
원곡 (5집 the future) 의 분위기와 정 반대되지만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인트로가 압권인 곡. 무엇보다 얀키가 등장하는 세번째 소절의 긴박하고도 웅장한 사운드가 고조되는 분위기를 아주 잘 살려냈다.

you are the one
앞서 나왔던 fly higher 와 비슷한 느낌의 곡. 원곡 (5집 one) 의 지선의 코러스를 버리고 호란의 코러스를 넣었다. 7분이 넘는 런닝타임을 가지고 있어서, 보다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해 냈다.

high skool dropout
앨범에 실린 여러 비슷한 맥락의 곡들 덕분에 앨범에서 가장 튀는 곡이된 곡. 원곡 (2집 high skool) 의 핵심 포인트만 가져오고 나머지 가사들은 다 지워버렸다.

remap the soul
앨범의 마지막 곡. 인트로에 피아노 사운드를 살짝 깔아서 원곡 (스페셜 앨범 魂 : map the soul map the soul) 보다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후반부의 신디 사이저도 같은 역할).

hidden track - 전자깡패
이 곡의 존재를 차라리 공표 하지 않았다면 더 눈에 띄었을 히든 트랙.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 에서 에픽하이와 함께 참가한 무한도전의 멤버 '정형돈(a.k.a. mc빡돈)' 과 삼자돼면이라는 팀을 결성 한 뒤 원래는 이 곡으로 출전하려 했지만 살짝 숨겨뒀던 곡. 대회엔 왜 이 곡 말고 '바베큐' 라는 곡을 들고 나갔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아마도 '여름' 이라는 주제에 어울리지 않아서?), 아무튼 제목처럼 재미있는 곡이다. 이 곡에선 무려(!) 에픽하이 앨범 최초로 디제이 투컷의 랩도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앨범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곡.



앞서 말한것 처럼 한국 음악 씬에서, 그것도 힙합 씬에 있는 그룹이 '리믹스' 앨범을 발표 한다는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신곡도 없고). 그만큼 이 앨범에 대한 기대도 컸었고 '타블로' 라는 네임벨류가 가져다 주는 시너지 효과도 컸었다. 외국에서 히트했던 리믹스 앨범들 중 린킨파크의 'reanimation' 은 내 머리속에도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으로 남아, 에픽하이도 뭔가 깜짝 놀랄만한 걸 들려주리라 생각했었는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라고, 그저 푸념해 본다(제일 놀랐던건 그나마 '전자깡패' 정도?).


추천곡
1분 1초 a little memory, hidden track - 전자깡패, back to the future.





나름 가장 느낌있는 편에 속하는 앨범의 커버에 담긴 일러스트.jpg






본인들도 마음에 들었는지 백커버, 씨디 밑 부분에 다 들어가 있다.jpg


디자인 한놈 나와. 라고 하고싶을 정도로 낙서같은 그림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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