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군 Oct 03. 2016

크라잉 넛 6집 앨범리뷰

불편한 파티

produced by crying nut
recording producer crying nut & 김남윤
recorded at tobada studio
record engineered by 김남윤, 이상면, 이상혁
mixed & mastered by 김남윤 at south poul lab
photo by 송휘성 at dmx studio
designed by 김명주
ucc by 한성호 at inifan
management 김웅, 안준석 at drugrecords
brass session with kingston rudieska (track 9, 10) (trombone 최철욱, trumpet 오정석, saxophone 정재현)
featuring with 이자람 (track 9)
narration 홍초현 (track 10)
차렷경례 고아성 (track 2)
supported by world sound (orange amp), guitar net, 대신악기, 미디 스테이션



1. cryingnut song
2. 착한아이
3. 불편한 파티
4. luna
5. 만취천국
6. 비둘기
7. 귀신은 뭐하나
8. wake up
9. 가련다
10. 가배물어 咖啡物語
11. rose bang
12. 빈자리
13. 생일축하
14. gold rush

bonus 크라잉 넛 영상
1. cryingnut song
2. cryingnut song making
3. 비둘기



대한민국 홍대 음악을 대표하는 크라잉 넛의 여섯번째 앨범.

솔직히 지난 5집의 곡들이 너무나 좋아서 '이들이 더 이상 뭘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게 사실이다. 데뷔앨범 만큼은 아니지만 국내 록 명반의 반열(그런게 있다면) 에 놀려놓아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90년대 중반부터 홍대 인디씬에서 뜨겁게 연주하며 경력을 쌓고 세기말에 데뷔 앨범을 발표, 15년동안 공연하고 앨범 내고 결혼하고 군대 갔다오고 아이를 갖는등 꾸준히 살아왔다. 


어느덧 멤버 모두가 서른을 훌쩍 넘겨버렸지만 이들을 보면 '패기' 라던지 '열정' 같은 젊음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여전히 어울린다. 비단 음악에서 느껴지는 것들 때문에 그런건 아니다. '젊음의 열기' 를 날것 그대로 담아낸 듯한 데뷔 앨범(말달리자) 과 약간 다듬어진 2집(서커스 매직 유랑단), 유려하게 한땀 한땀 잘 깎아만든 3집(하수연가), 군입대전 마지막 정규 앨범이었던 4집(고물 라디오), 제대 후 아주 작정하고 만들었던 5집(ok 목장의 젖소), 그리고 그 사이사이 라이브 앨범 한장과 시대의 흐름에 편입했었던 여러 디지털 싱글들을 살펴보면 분명 이들의 음악은 '발전' 했고 뭔가 다른걸 보여주려는 노력이 확실히 느껴진다. 


이번 6집은 종전의 앨범들보다 약간 유려해진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 안에서 여전히 크라잉 넛 특유의 '재미' 와 '록 스피릿' 을 전파하려는 의도도 확연하다. 진지하게 이야기 하려 하지 않고 에둘러가면서 사회를 곱씹는 가사들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크라잉 넛이 걸어 가는(그리고, 걸어 왔던) 길이 현재의 인디 씬에 있는 무수한 뮤지션들에게 '옳은 길' 이 될 수는 없겠지만 '방향성' 만큼은 뚜렷하게 제시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cryingnut song
앨범의 문을 여는 인트로. 13년만에 공식(?) 주제가가 나왔다(물론 크라잉넛 주제가 라고 하면 2집의 '서커스 매직 유랑단' 이 제일 어울리지만). 오프닝에 등장하는 키보디스트 김인수의 아코디언이 특유의 서글픔을 전달하지만 곧이어 마치 외국 민요를 듣는듯 경쾌한 비트가 흐른다. 가사라곤 '크라잉 넛!!' '라라라-' 밖에 없는 곡이지만 멋지다.

착한아이
앨범의 첫 곡. 타이틀 곡이다. 부클릿에도 적혀있지만 앞부분, '차렷, 선생님께 경례~(이 부분에서 사운드가 조금 찢어짐)' 는 영화 '라디오 데이즈' 에서 인연이 닿았던 고아성이 맡았다. 말 잘듣는 착한아이와 밤새 인터넷만 하는 나쁜아이를 대조시켜 그들 특유의 에둘러 표현하기를 완성해 냈다. 뮤직 비디오는 꽤 유치하지만 크라잉 넛 아니면 할 사람이 없는 짓들을 일삼아서 즐겁다(함께 프로젝트 공연을 하던 김창환 아저씨도 나옴).

불편한 파티
앨범의 전체적인 타이틀이 된 곡(재킷도 타이틀에 맞춰 제작). 앞서 나왔던 '착한아이' 처럼 유쾌한 사운드 위에 세상의 여러 문제들을 담아냈다. '우린 끝없이 놀고 싶은데 세상은 망가져만 가네'.

luna
제목에서 느껴지듯, '달' 의 이미지를 노래한 곡. 여유있는 리듬의 분위기 있는 곡이다. 엔딩에 불쑥 나타나는 유명한 코러스(lion sleeps tonight) 가 포인트.

만취천국
5집에 들어있던 '마시자', 'my world' 와 비슷한 맥락의 곡. 거침없이 전진하는 사운드에 굉장히 멜로디컬한 싱잉이 짜릿함을 안겨준다.

비둘기
문제의 곡. '입 노가다' 를 예상케 하는 끝없는 후렴구로 웃음을 자아내기 보다는 따라 부르는데에 굉장한 노력을 필요케 한다. 뮤직 비디오가 앨범에 동봉(?) 되어 있는데, 두번째 소절을 맡은 김인수가 등장하는 장면에선 '서커스 매직 유랑단' 의 귀환을 보는듯 하다.

귀신은 뭐하나
제목 그대로(귀신은 뭐하나 저런놈 안잡아 가고..) 여러 세상의 단면들이 등장하는 곡. 소절과 후렴 사이사이를 매끄럽게 이어놓은 구성이 깨알같다.

wake up
거친 오프닝 뒤로 조금은 진중한 목소리로 '일어 나' 라고 말하는 곡. 다른 곡들보다 확연히 크게 녹음된 드럼 사운드가 포인트 이다.

가련다
'아마도 이자람 밴드' 의 보컬, 이자람이 함께한 곡. 5집의 '새' 와 살짝 비슷한 느낌이 들지만 그 곡보다는 조금 더 리듬감이 있고 흥겹다. 게다가 이자람의 코러스가 최고.

가배물어 咖啡物語
신기한 노래-지독한 노래 를 잇는 느낌의 곡. 대책없이 흥이나고 끝없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는 노래다. 보컬 박윤식의 일갈(내려라 내려라 더 퍼부어라) 이 끝내준다. 이런 곡이 바로 크라잉 넛 최고의 장기. 그나저나 아가씨는 왜 안오는지...

rose bang
베이시스트 한경록의 솔로 곡이다. 마치 4집의 '오드리' 를 연상케 하는 진행이 아련함을 더한다.

빈자리
귀에 감기는 후렴구가 매력인 곡. 담담하게 진행되는 각각의 소절들이 여운을 남기는 가사와 함께 묘한 느낌을 준다.

생일축하
처음 이 곡을 들었을때 '크라잉 넛 도 6집 가수쯤 되니까 이런 이벤트 용 곡도 만드는구나' 싶었다. 조용하게 시작해서 마냥 달리는 짧은 곡.

gold rush
앨범의 마지막 곡. 3집의 '몰랐어' 와 4집의 '귀뚜라미 별곡', 5집의 '튼튼이의 모험' 처럼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대곡이다. 전작들의 노래들 보다 한층 풍성해진 사운드가 일품.



앨범엔 어디에 써야할지 난감한 단어들이 적혀있는 말풍선으로 된 스티커와 히든 영상들이 깨알같이 담겨져 있다. 자신들을 한결같이 지지해주는 팬들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 이리라. 홍대 씬을 오랫동안 살아 내면서 앞으로도 계속 좋은 음악을 들려줬으면 좋겠다.


추천곡
가배물어 咖啡物語, 만취천국, 가련다.





앨범 컨셉에 맞게 커버도 그렇게 꾸며졌다.jpg




크라잉넛 불후의 명곡인 비둘기가 씨디에 디자인되어 있다.jpg


불편한

파티.jpg


스틸컷 중간중간 마네킹과 합을 맞춘 사진들이 재미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the lonely island 1집 앨범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