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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03. 2016

이레셔널 맨

irrational man

한 모금 하실래요?






걱정은 자유의 현기증이에요.






-좋아, 뭘 원해? 원하는거 아무거나 골라봐.

-미니 손전등이요.

-미니 손전등? 아주 실용적인 선택이야.

-이건 실용적이 아녜요.

-실용적이 아니라고?

-내가 실용적이라고 생각하는게 싫어요.













어느 한 살인자의 이야기.



이 영화는 솔직히 좀 낚여서 봤다.


감독이 우디 앨런인 것도 몰랐고, 호아킨 피닉스가 교수로, 엠마 스톤이 학생으로 나오는 로맨스 물이라고 예고에서 그러길래 보고싶다는 생각이 덜컥 들어서 봤는데,

엔딩이 좀 허무했달까.


우리 앨런식 코미디는 이런 류구나 싶었다.

(개인적으로 우디 앨런 영화들은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어중간한 지점으로 보고있다)



영화의 주 내용은


생기 넘치고 매혹적인 철학과 학생 ‘질’은 새롭게 전임 온 교수 ‘에이브’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독창적인 사상을 지닌 놀라운 달변가 ‘에이브’는 이상과 다른 현실로 인해 지독한 삶의 염증을 느끼고 있다. 
 ‘에이브’의 고통과 감성에서 로맨틱한 환상을 자극받은 ‘질’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마력에 사로잡힌다. 
  
 그들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며 점점 가까워지지만 ‘에이브’의 잃어버린 생의 의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어느날, 그들은 한 식당에서 부도덕한 판사에 대한 이야기를 엿듣게 되고, ‘질’은 판사가 심장마비에 걸렸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 순간, ‘에이브’는 자신의 모든 감각이 살아남을 느끼고 ‘질’과의 사랑에도 활력을 찾게 된다. 
  
 그런데 며칠 후, 바로 그 판사가 조깅을 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이 때부터 자그마한 시골 마을은 미스터리한 소문으로 들썩이기 시작하는데..


..라고 한다.



이 문구만 보고 영화를 봤다면 그렇게 낚이진 않았을 텐데.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다.


영화가 지니고 있는 특유의 톤이라던지 말과 텍스트로 마치 홍상수의 영화처럼 지리하게 나열되어지는 대사들 역시 좋았다.

오랜만에 상큼하지만 이성적인 역할을 맡은 엠마 스톤도 좋았고

무엇보다 냉소적이고 자기파괴, 삶의 염증에 시달리는 연기가 일품인 호아킨 피닉스도 좋았다(아마 'her' 이후에 본 그의 영화가 본작이라서 앞으로 호아킨이 주연한 영화는 믿고 볼 듯).



다만 어떻게든 자신의 정당성(과 삶의 연장) 을 위해

무슨 짓이든 마다하지 않게 갑자기 돌변해 버리는 에이브의 캐릭터가 좀 아쉬웠달까.

에이브의 치밀함에 반비례하는 '우연' 에 기대 버리는 연출도 좀 아쉬웠고(위 사진의 엠마스톤의 표정처럼 헛웃음이 나온다 저 씬에선).



앞서 봤던 '데몰리션' 도 그랬지만

중년 즈음이 되면 

지리멸렬한 삶의 무게에 어쩔 줄 모르게 되는 것 같다.

나는 과연 어떨까.





+

'데몰리션' 처럼 재지한 블루스 풍의 ost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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