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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03. 2016

데몰리션

demolition

무언가를 고치려면 전부 뜯어내 버린 다음, 중요한게 뭔지 알아내야 해.






챔피언 자판기 회사에게.






남자가 아내를 잃으면 홀아비고

아이가 부모를 잃으면 고아지만

아이를 잃으면?

그런 단어는 없네.

있어서는 안될 일이니까.






바쁜 척만 하지 말고 고쳐주세요.

비올 땐 날 못보겠지만 밝은 날엔 나를 생각해.






-그녀와 왜 결혼했어요?

-쉬워서.






-너는 'fuck' 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구나.

-그래서요?

-제대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거야.

-그게 망할(fuck) 무슨 뜻이에요?

-그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fuck' 은 대단한 단어지만, 너무 많이 사용하면 가치를 잃어. 그리고 멍청이처럼 들려.

-fuck you.

-그렇지. 난 아무 감정도 안 들고 넌 멍청이 같고.






-아빠 뭐 하세요?

-시즌이잖니. 준비를 해야해. 거름을 줘서 흙을 준비시켜야지.

-사람 부를게요.

-그 사람들이 매미나방을 아니?

-네?

-매미나방. 걔들이 나무를 망쳐. 애벌레에서 시작하지. 잎을 먹고 알을 낳고..

-그리고 이 동네로 매미나방이 온다구요?

-정확히는 모르지만, 살충제 뿌리라고 해 두렴.






-정확히 어디가 공허하신 거에요?

-가슴 부분 전체가요.

-언제부터 그랬죠?

-글쎄요.. 10~12년 동안요.

-당신 심장의 한 부분이 없어요.

-네? 어쩌다 이런 거예요??

-물린 자국으로 봐서 매미나방 같네요.

-fuck.











자동차 사고로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



무엇보다 제이크 질렌할은 이 영화에 최적화 되어있다고 말하고 싶다.






선글라스를 썼는데도







느껴지는






제이크 질렌할의 무표정한 얼굴.jpg





결혼을 하기 전부터 공허감에 시달리며(?) 살던 성공한 투자 분석가 데이비스는

아내가 차사고로 죽은 다음날에도 아무렇지 않게 회사에 나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가 죽은 날 병원에 있던 자판기의 고장으로 자판기 회사에 편지를 쓰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소통의 창구를 마련하게 되는데


그 지점이 데이비스가 무감각한 세상을 부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실제로 자신 주변의 모든 것들을 부수기도 하고...)



영화의 주 내용은


“슬프게도… 그녀가 죽었는데 괴롭거나 속상하지도 않아요”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성공한 투자 분석가 데이비스(제이크 질렌할) 
 다음 날,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한 그를 보고 사람들은 수근거리고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살아가는 데이비스는 점차 무너져간다 
  
 “편지 보고 울었어요, 얘기할 사람은 있나요?” 
  
 아내를 잃은 날, 망가진 병원 자판기에 돈을 잃은 데이비스는 
 항의 편지에 누구에게도 말 못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어느 새벽 2시, 고객센터 직원 캐런(나오미 왓츠)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뭔가를 고치려면 전부 분해한 다음 중요한 게 뭔지 알아내야 돼” 
  
 캐런과 그의 아들 크리스(유다 르위스)를 만나면서부터 
 출근도 하지 않은 채, 마음 가는 대로 도시를 헤매던 데이비스는 
 마치 자신의 속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망가진 냉장고와 컴퓨터 등을 조각조각 분해하기 시작하고 
 끝내 아내와의 추억이 남아있는 집을 분해하기로 하는데…



..라고 한다.



모던하기 짝이없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허함과 무감각함을 얘기하는 영화다.


감독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2013)' 의 장 마크 발레.


'대체 이게 왜 힐링 영화인가' 라고 질문하는 사람이 많을것 같은데

그만큼 뻔하지 않게 약간은 독특한 방식으로 영화를 풀어나갔다.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공허함과 외로움, 고독 등을 느끼게 마련인데

자신이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는 매개체가 나이를 먹어갈 수록 점차 줄어들고 무뎌져 가는 현실이 참 씁쓸하다.

(데이비스 역시 그런 무감각함을 환기시켜주는 장치들로 '고통' 을 선택-?- 하는 사람들 중 하나다)

(왜 그럴때 있지 않나, 감기나 몸살 따위에 걸렸을 때 혹은 어딘가 다쳐서 몸이 욱씬거릴 때 비로소 '나는 살아 있구나' 라고 느낄때 말이다)




다행히 영화는 해피엔딩(?) 이라서


다시금 제대로 된 제 2의 인생을 살게된 데이비스의 짤을 올린다.













+

분장을 한 거 겠지만 나오미 왓츠 누님은 정말 많이 늙었다. ㅠㅠ










++

공허함을 배가시키는 사운드 트랙이 좋았다.


https://youtu.be/5ZUw78FXpG4?list=PL1riMRHQCW_oLVM7rfdpkcmVZ6gE8Zr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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