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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03. 2016

부산행

원래 아빠는 그렇게 희생하는거야.






이 사람들 감염됐어!











전대미문의 한국형 좀비 블록버스터.



시도는 좋았다.

칸 영화제에 초청받아, 영화 '곡성' 에 버금가는 갈채를 받았다고 하니 꽤 고무적인 오프닝이 아니었을까.





덧붙여 칸에서 이 영화를 봤던 해외 매체 기자들의 단평을 옮겨보자면,



1. 기차 속의 계급


봉준호의 ‘설국열차’처럼 ‘부산행’도 계급적인 반란과 양극단의 윤리를 잘 꼬집어 묘사한 영화다. 또한 가식적이지 않은 재미를 가진 작품이다. 연상호 감독이 연출했던 애니메이션 연출작(‘돼지의 왕’, ‘서울역’, ‘사이비’)을 통해 영화적인 감각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니 그가 실사영화로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물론 좀 더 많은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연상호 감독 특유의 혹독하고 자멸적인 인류관은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말이다. 아시아 친화적인 장르영화를 찾는 바이어라면 이 ‘기차’를 타야할 것이다."



2. 좀비


"기존의 재난 영화나 아포칼립스 영화처럼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누가 어떻게 잡아 먹히거나, 좀비로 변하느냐는 것이다. 어느 캐릭터가 희생하여 고귀한 죽음을 죽을 것인지에 대한 내기를 겨우 할 수 있을 정도로 전개가 빠르다."



3. 마동석


"잘생긴 주인공 공유는 자신의 캐릭터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못한다. 물론 가족보다 직업에 더 몰두한 매우 전형적인 남자 역할이라는 것은 안다. 그러나 공유의 희미한 '석우' 연기는 전체 스토리에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지만, 못 준다. 영화 속의 10대 커플처럼 불필요한 데다, 진부한 배역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건, ‘세심한 몸짱’ 마동석이다. 다층적이고 우습기도 한 그는 액션 장면에서도 활약이 대단하다. 너무 재미있어서 그가 주인공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4. 김의성


"봉준호의 ‘설국열차’처럼 ‘부산행’은 열차라는 소우주에서 여러 사회계층을 묘사한다. 이 캐릭터들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재앙이 닥치자 서로를 보호하는 2급 승객들. 자기 자신만 걱정하는 1급 승객들. 그리고 열차의 직원들. 가장 혐오스러운 캐릭터는 김의성이 연기하는 중년 사업가 다. 그는 고속버스 회사 대표인데, 비용절감 문제로 발생되었던 2년 전의 세월호 사고를 연상시킨다."



5. 공포와 서스펜스


"매우 잔혹한(또 장관인) 피투성이 내용이 예측할 수 있는 반전으로 인해 약화되며 영화 말에는 약간 과장된 감상으로까지 연결된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내용과 비교할 때,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관객을 놀라게 만든다. 주인공들은 약간 짜증날 정도로 오랫동안 좀비를 응시하는데, 이런 연출이 긴장감 조성에는 적절해 보인다. 공포와 서스펜스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부산행'을 재미있게 또 공감하며 볼 것이다. "



..정도.



이 영화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한국에 퍼져, 우연치않게 부산행 ktx를 탄 공유와 수도권에서 운좋게 열차에 탑승한 '생존자' 들이 열차 안에서 생존하는 이야기다.


연상호 감독의 다른 작품들을 전혀 보지 않아서 그의 스타일이라던지 연출력이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연설명에 조금 더 친절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감상을 주는 영화다.


왜 바이러스가 시작 됐는지, 왜 부산인지 어떤 경로로 퍼져나가기 시작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하지만


기차 안으로 한정을 지은 폐쇄적 공포와 좀비의 만남은 굉장히 독특하고 창의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열차 안에서 주인공들이 드문드문 플랫폼으로 나가는 씬에선

분명히 '밖' 인데 무서우리만큼 적막한 고요가 열차 안과 다를 바 없는 공포감을 줄때.


'한국형 좀비' 라는, 역시 제한적이자 독특한 소재.

총기 소지가 허용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느닷없이 좀비를 눈 앞에 맞닥뜨렸을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것도

이 영화가 지닌 강점이라 하겠다.

(해외 좀비 영화들은 총질-도끼질을 해 대며,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액션 스릴러' 장르 정도로 규정되어 버렸지)



영화를 보는 내내 나였다면 어땠을까

어디로 가야 살 수 있을까 하는 질문들을 던지게 했으니

어느정도는 성공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남는게 별로 없고

ktx가 가져다 주는 폐쇄감, 속도감을 빼면 이렇다할 독창성 역시 발견되지 않는다는게 이 영화의 함정이다.



그동안 우리는 해외 좀비물에 너무 길들여져 있어서 인지

화끈한 액션도 이렇다할 반전도

그리고 명확한 해답도 주지 않는 이 영화가

기대한 것 보다는 '별로다' 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

외신 기자들의 평처럼 '마동석' 하나로 볼만한 영화가 됐다. 이 영화는.





"터널 끝나면 들어간다."



마블리 없었으면 어쩔뻔 했어 이거..





++

극중에서 초반에 등장하는 '가출소녀' 라는 캐릭터명을 지닌 여자가 심은경을 묘하게 닮았다 싶었는데









진짜 심은경이었다.






지난 '써니' 때도 그렇고 이런 발작(?) 일으키는 역할에 탁월한 듯.

(일부러 심은경을 그런 역할에 특별출연시킨 감독도 참ㅋㅋㅋ)
















+++

영화 후반부에 김의성(용석역) 이 몇 몇 사람들에게 감염이 됐다는 선고(?) 를 내리는데





요즘 한국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개인의 이기심을 넘어 집단 이기심이라는게 살짝 보였다.


자신이 눈 앞에 보고 있는대로

보이는 사실 그대로를 믿지 않고

생존과 이기심과 '무리' 라는 안전망에 종속되어 있으려는

그런 어떤

'감정'.



그 장면만은 나쁘지 않은 연출이었다.






++++

한국 영화에서 영영 '신파' 를 버리지 못하는, 모종의 악령에 역시 지배되어 있는 영화지만

'해운대' 라던가 '감기' 꼴이 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인 영화다.








+++++

부산행은 원래 7월 20일에 정식 개봉을 하는 영화다.

하지만 이번주말(7월 15일) 에 선개봉하는 식으로 변칙 개봉을 했는데

관객의 호응이 좋다.

그만큼 부산행을 기다려온 관객들이 많은 탓이겠지만

'유료 시사회' 라는 명목으로 개봉 1주 전부터 주말 위주로 한정 상영을 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정식 개봉 전 객석 점유율을 점치고자 변칙적으로 시행하는 사례인데

덕분에 내일(7월 18일) 부터 정식 개봉일인 7월 20일까지 논스톱으로 객석이 열렸다.


앞서 개봉했던 '나우 유 씨미 2' 역시 이런 방법으로 욕을 좀 먹었는데

이럴거면 개봉일을 앞당기던가

스크린 쿼터제 운운하지 말던가 했으면 좋겠다.


좋은 영화라면 공룡 멀티플렉스에서 안틀어줘도 관객들이 찾아가서 볼 테고

변칙 개봉 해서 욕도 안먹고 할텐데..



http://www.sportsworldi.com/content/html/2016/07/17/20160717000582.html?OutUrl=naver



부산행의 배급사인 'new' 에는 양아치들만 있는건지.




덕분에 나는 이번 주말에 '데몰리션' 과 '에브리바디 원츠 썸' 을 못봤다(두 영화 다 하루에 딱 두 번 하더라). 


고맙다,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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