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가붕가 레코드
1. 관악청년포크협의회 | 밤새
2. 청년실업 | 포크레인
3. 아마도 이자람 밴드 | 비가 축축
4. 술탄 오브 더 디스코 | 일요일 밤의 열기
5.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 | 석봉아 (열정 ver.)
6. 치즈스테레오 | dance very much
7. 아침 | 딱 중간
8. 생각의 여름 | 동병상련
9. 장기하 | 만약 니가 아주 나쁜 놈이라면
10. 장기하와 얼굴들 | 별일 없이 산다
11. 붕가붕가 중창단 | 외로운 게 외로운 거지
붕가붕가 레코드의 책, '지속 가능한 딴따라 질' 에 보너스로 끼워져있던 컴필레이션 앨범.
장기하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부터 존재했던 붕가붕가 레코드라는 인디 레이블이 책 한권을 펴냈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 비지니스적인 면들과 그동안 걸어온 발자취들을 아주 자질구레하게 써 놓은 책이라서, 읽는동안 이래저래 공감도 많이 되고 배울것 또한 많았다. '갑자기 서울대생들이 인디음악판에 쏟아져 나오는' 기현상을 그들 나름대로 풀어놓은 책 옆에 살포시 끼워넣은 자신들 산하(혹은 친분위주로 얽혀있는)의 밴드들(혹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추려넣은 홍보용 씨디 한장을 듣게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책보다는 이 한장의 비매품 앨범이 더 마음에 들었다. 말 그대로 '홍보용' 씨디였지만 지금은 구할 수도 없는 음악들도 여러개 담겨있어서 꽤 쏠쏠한 음반이다. 이 앨범 덕분에 '아침' 과 '아마도 이자람 밴드' 를 알게되었으니 더 없이 고마웠다. 비록 붕가붕가 레코드를 떠난 '브로콜리 너마저' 의 옛 음악들이 빠져있는게 아까웠지만. 어쨌든 책을 구입하지 않으면 손에 넣기 어려운 앨범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정식 앨범으로 취급받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앨범이라는 점이 이 앨범을 더 모호하게 만들지만 결론적으론 좋았다(이제는 책이 발매된지 꽤 지난 시점이니, 이 음원들을 mp3 파일로 구할 수 있으려나..).
관악청년포크협의회 | 밤새
앨범의 첫 곡. 붕가붕가 레코드가 음반사업을 시작하며 첫번째로 발표했던 '관악청년포크협의회 vol. 1 -꽃무늬일회용휴지 / 유통기한' 이라는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된 '첫' 곡이다. 현 브로콜리 너마저의 덕원이 만든 곡으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여러 사운드들과 잔잔한 기타음이 버무려진 나른한 곡이다.
청년실업 | 포크레인
한때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등이 소속되어 활동했던 청년실업 이라는 밴드의 1집 앨범(기상 시간은 정해져 있다) 에 실린 곡. 제목처럼 포크레인(excavator) 과 포크(folk) - 레인(rain)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동음이의어적 말장난같은 가사가 인디밴드 다운 수려함을 보여주는 곡.
아마도 이자람 밴드 | 비가 축축
아마도 이자람 밴드의 첫번째 싱글앨범에 수록된 곡. 이 곡을 듣기전에도 아마도 이자람 밴드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노래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터라, 이 앨범을 통해 그들의 팬이되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 일요일 밤의 열기
언제나 반은 장난처럼 보이는 붕가붕가 레코드의 초기 시절을 수놓았던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곡. 그동안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발표했던 앨범들에선 볼 수 없는 '미공개' 곡이다. 붕가붕가 레코드의 녹음 엔지니어 '나 잠수' 라는 사람이 이 그룹의 핵심 멤버. 요즘에도 '오피스 그루브' 를 표방하여 활동을 하고 있지만 나에게 그닥 감흥은 없다. 컴퓨터로 찍어낸 댄서블한 음악을 하는 그룹.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 | 석봉아 (열정 ver.)
붕가붕가 레코드의 색깔과 가장 잘 매치가 되는 밴드,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의 1집 앨범(고질적 신파) 에 실려있는 곡. 부제 그대로 신디 사이저를 십분 활용해, 원곡보다 훨씬 열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곡이다.
치즈스테레오 | dance very much
언제나 '기타-베이스-드럼' 으로 이루어진 쓰리 포지션을 고집한다는 치즈스테레오의 첫번째 싱글앨범(oh yeah) 에 실려있는 곡. 붕가붕가 레코드가 이들을 소개하는 거창한 수식어만큼 굉장한 음악을 하는지는..
아침 | 딱 중간
앞서 나온 아마도 이자람 밴드의 '비가 축축' 마냥 '아침' 이라는 밴드를 알게해준, 아침의 첫 싱글앨범(거짓말꽃) 에 수록되어 있는 곡. 이 곡을 먼저 듣고 해당 싱글을 구입해 나머지 곡들(불신자들-거짓말꽃-불꽃놀이)을 들은게, 나에게 그들에 대한 굉장한 시너지효과가 일어난 이유다.
생각의 여름 | 동병상련
얼핏들으면 조성모처럼 들리는 보컬이 귀를 의심케 하는 곡. 생각의 여름이라는 원맨 밴드(아마도)의 1집 앨범(생각의 여름) 에 수록된 곡. 첫 곡, '관악청년포크협의회 | 밤새' 와 비슷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장기하 | 만약 니가 아주 나쁜 놈이라면
이 앨범을 가장 기다리게 만들었던 곡. 장기하가 솔로 데뷔를 생각하기도 전에 만들어진듯 하다(2004년 '뺀드뺀드짠짠 2' 라는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됐었다고 함). 정말로 듣도보도못한 음악 스타일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장기하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했던 '싸구려 커피' 의 원형.
장기하와 얼굴들 | 별일 없이 산다
장기하와 얼굴들 1집 앨범(별일 없이 산다) 에 수록되어 있는 곡. 뭐라고 그러는지 계속 듣고싶어지는 가사와 진중한 사운드가 매력인 곡이다.
붕가붕가 중창단 | 외로운 게 외로운 거지
앨범의 마지막 곡. 붕가붕가 레코드의 초기 모습을 볼 수 있는 곡이다. 서울대생들 중 음악을 좋아하는 무리들이 모여 녹음한 음원을 앨범에 그대로 실었다. 덕분에 사운드가 많이 조악하고 리드 보컬은 안쓰러울 정도지만 훗날 재 녹음되어 눈뜨고 코베인의 싱글 앨범(파는 물건) 에 실리게 된다. 재미있는 가사와 '현장성' 을 살린 코러스가 포인트.
이 앨범 한장으로 붕가붕가 레코드가 추구하는 걸 들을 순 없지만 그래도 그들의 색깔을 충분히 유추해 낼 수 있다. 자조적이고 싸구려처럼 보이는 그들이 왜 한국 인디씬의 새로운 대안이 되었는지 음악과 책을 들어보면 알 수 있을 테다.
추천곡
장기하 | 만약 니가 아주 나쁜 놈이라면, 청년실업 | 포크레인.
책에 살포시 끼워져있던 앨범.jpg
특별히 독특한건 없다. 이맘때만 해도 음악 하나로 승부하던 붕가붕가 레코드였으니까.
한가지 독특한걸 꼽자면 역시나 붕가붕가 레코드의 수석 디자이너 김기조의 저 폰트랄까. 딱 봐도 직접 손으로 한땀한땀 만든게 티가 난다.
책과 본 앨범으로 아침과 아마도 이자람 밴드의 앨범(그리고 미미시스터즈의 그 망할 데뷔 앨범까지) 을 몇 장 샀으니 책과 앨범은 소신을 다한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