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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06. 2016

벼룩의 자기 제한

벼룩 몇 마리를 빈 어항에 넣는다.
어항의 운두는 벼룩들이 뛰어오를 수 있는 높이보다
조금 낮다.
그 다음에는 어항의 아가리를 막기 위해서
유리판을 올려 놓는다.
벼룩들은 톡톡 튀어 올라 유리판에 부딪친다.
그러다가 자꾸 부딪쳐서 아프니까
유리판 바로 밑까지만 올라가도록 도약을 조절한다.
한 시간쯤 지나면
단 한 마리의 벼룩도 유리판에 부딪치지 않는다.
모두가
천장에 닿을락 말락 하는 높이까지만 튀어 오르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유리판을 치워도
벼룩들은 마치 어항이 여전히 막혀 있기라도 한 것처럼
계속 제한된 높이로 튀어 오른다.
 
 
 
 
 
 

이윽고 교수가 묻는다.


"이 실험을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죠?"


 
한 학생이 대답한다.


"과거의 경험에 매이면 현재의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거에 받은 심한 충격 때문에


현실에 대한 관점이 왜곡 되는 것이죠."


 
"그래요. 이 벼룩들은 이제 유리판에 부딪칠까 두려워서


위험을 무릅쓰려고 하지 않아요.


그냥 시도하기만 하면 성공의 길이 다시 열려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는데도 그 시도조차 안하는 것이죠."


 
다른 학생이 나선다.


"이 실험은 자신의 습관을 바꾸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시사하고 있어요."


 
교수가 동의 한다.


 
또 다른 학생이 덧붙인다.


"게다가 이 벼룩들은 새로운 정보를 구하려고 하지 않아요.


이미 경험한 것만을 영원한 진리로 여기고 있는 셈이죠."


 
그 말을 들은 교수가 대답한다.


"여러분은 인류의 가장 큰 문제점들 가운데 하나를


정확하게 보고있어요.


자기 의견을 스스로 만들어 낼 줄 아는 인간은 아주 드물어요.


그들은 대게 부모나 선생님이 말한 것,


아니면 텔레비젼 뉴스에서 들은 것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죠.


그럼에도 그게 자기들의 의견이라고 확신하면서


그것과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격렬한 입씨름을 벌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관찰하고 스스로 생각하기만 하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발견하게 되고


남들이 주입하는 의견에서 벗어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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