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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07. 2016

자우림 8집 앨범리뷰

蔭謨論 (음모론)

producer 紫雨林
recording and mixing engineer yoshimura kenichi
additional vocal producer 김홍집

김윤아 vocals, keyboards, programming
이선규 vocals, guitras, programming
김진만 bass guitar, programming
구태훈 drums, percussions, programming

additional musicians
고경천 keyboards on 혼자가 아니야, from : me@iwaswrong.com to : you@aremy.net
이지원 strings arrangement on 피터의 노래
심상원 김미정 정현주 violin 피터의 노래
임은진 cello on 피터의 노래
이지숙 viola on 피터의 노래
김윤일 chorus on ev1
정희주 백세은 chorus on happy day

recorded and mixed at doobdoob studio
assistant engineer 이지홍 오단영 오소라

mastering engineer 황병준
mastered at soundmirror studio

design 엘리펀트
photographer 목나정
wardrobe stylist 오영주

promotion 추태엽 손영난 정석권
marketing 김주미 민효정 이지희



壹. happy day
貳. idol
參. ev1
四. 꿈에
五. peep show
六. red rain
七. 혼자가 아니야
八. 踏踏
九. from : me@iwaswrong.com to : you@aremy.net
十. 피터의 노래
十壹. snowdrop



무려 3년만에 내 놓은 자우림의 여덟번째 정규앨범.

물론 2009년에 발표했던 미니 앨범이 있긴 하지만 자우림 멤버들의 말 그대로 철저히 청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불친절한 앨범이었기 때문에(게다가 그 어떤 수확이랄것도 없었던)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래도 그 점이 자우림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자 최고의 약점이라 말하고 싶다. 청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제 멋대로의 음악 작업. 물론 본인이 직접 곡을 만들어 나가는 뮤지션이라면 어느 누가 대중들의 외면을 즐기겠냐마는 '자신이 좋은걸 청자들도 좋아해주면 그 뿐.' 이라는 논리 속에 틀어박혀 있는 자우림은 본 앨범에서도 그 논리를 가감없이 드러낸다. '김윤아' 라는 자아가 가진 잣대로 좌지우지되는 밴드의 색깔을 유난히 싫어하는 평론가들이나 자우림의 안티들은, 자우림이 가지고 있는 '한국에 몇 없는 여성 프런트 밴드' 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미운오리' 라도 보고있는 냥 애증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있다. 딱히 상대방을 바닥으로 끌어내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변태가 아니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한국에 몇 안되는 대중성 있는 밴드를 독려하진 못할망정 바닥으로 내 치고 싶은 심정이라니. 그냥 자우림이 싫으면 듣지 않으면 그만이다. 안그래도 일주일간 tv에 밴드가 등장하는 시간이 여전히 편협한 대한민국인데, '정말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자우림은 본 앨범을 준비하면서 왕년의(?) 뮤지션들을 모아놓고 가창력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에 출연했었다(김윤아는 또 김윤아대로 컴페티션 프로그램에 출연). 평소 tv 라는 매체와 소통이 됐다-안됐다 하는 밴드여서 나도 불안불안해 하며 시청도 몇번 했었는데, 본 앨범이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존의 자우림이 가지고 있는 색체라면 '미디어' 같은 거대 자본으로 굴러가고 있는, '대중매체' 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라던지 하는걸 한방에 뒤 엎는 결과물을 들고 나올거라 예상했다(앨범의 타이틀도 거창하게 '음모론' 이 아닌가!). 하지만 앨범의 타이틀이 가지고 있는 모종의 호기심은, 선공개 됐었던 'ev1' 과 'peep show'. 딱 두 곡 뿐이다. 다른 곡들은 앨범의 타이틀과 무관하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바로 이 지점 쯤에서 '대중' 과 '마니아' 의 선이 갈린다. 두 부류 자체를 비교한다는 것이 어폐가 있지만서도, 맹목적인 '마니아' 들은 잔뜩 부풀었던 기대감이 무너졌을때에도 그저 쌍수들고 환영하겠지만 '대중' 들은 그렇지 않다. 예전 자우림의 음악 성과들을 운운해 가며 쓸데없는 신변잡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결국 맹목적인 '안티' 가 될 수 있다(이 부분에선 또 몇몇의 '대중' 이 '마니아' 로 레벨 업 될 수도 있긴 하다). 어쨌든 본 앨범은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의 기대가 나도 조금 컸기 때문에 약간의 실망감을 감출 수 없던 앨범이다. 



happy day
본 앨범은 전작(7집 - ruby, sapphire, diamond) 에서와 마찬가지로 마치 뮤지컬을 보는 듯한 김윤아의 창법이 빛을 발하는 앨범이다. 앨범의 오프너로 위치해 있는 본 곡 역시 마찬가지다. 인생을 즐겁게 노래한 곡. 브릿지 부분이 훌륭하다. 김윤아가 출연했던 컴페티션 프로그램에서 그녀가 눈독들였던 두 소녀들을 코러스로 초대했다.

idol
앨범의 타이틀 곡. 본 곡의 제목과 앨범의 타이틀만 보면(그리고 기존의 자우림이 가지고 있는 모종의 메시지 전달력을 떠올리자면), 아이돌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현재 음악판을 신랄하게 꼬집을 줄 알았건만 오히려 이 곡은 아이돌 찬양곡이다(물론 김윤아가 말하는 '아이돌' 과 한국 음악 시장에서의 '아이돌' 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지금의 대중이 원하는 '아이돌' 과는 정 반대의 반전을 노래한다는건 재미있긴 하지만 노랫말에 짤막하게 등장하는 김윤아의 아이돌에 주목하는 이들은 몇명이나 될까(노래방에선 해당 뮤지션들의 이름이 잘못 표기된게 허다하다고..). 뭐, 이것저것 다 집어치우고 흥겨운 락앤롤이다.

ev1
앞서 소개했던 대로 본 앨범이 풀리기 전, 선공개된 곡이다. 친환경을 자랑하며 등장했던, 'ev1' 이라는 전기 자동차의 비극을 노래했다. 앨범의 타이틀과 꼭 맞아 떨어지는 곡이다. ev1 의 역사에 대해 궁금하다면 한번쯤 검색을 해 보길 권한다.

꿈에
한때 자우림과 한 무대에 서던 박정현의 노래중에 동명의 곡이 있다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의 곡과 비슷한 가사를 가진 곡이다. 박정현의 그것과는 정 반대로 차분한 노랫말이 은은한 분위기를 가져다 준다.

peep show
앞서 나온 'ev1' 과 함께 선공개됐던 곡. 과거나 지금이나 '눈 가리고 아웅' 하기 좋아하는 여러 직업군(? 혹은 매체) 들을 비판하는 노래다. 나긋했던 'ev1' 과는 달리, 의외로 댄서블한 비트를 가지고 있는 곡.

red rain
곡의 분위기가 압권인 트랙. 굳이 '비' 라는 가사를 쓰지 않았더라도 비 내리는 흑백의 '신시티' 의 뒷골목이 떠오르는 곡이다. 곡의 말미로 갈수록 정장을 입고 캉캉춤을 우울하게 추는 댄서들이 떠오르기도..

혼자가 아니야
7집에 있던 'something good' 과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는 희망곡. 조근조근 조심스럽게 희망을 꿈꾸던 소녀가 곡의 분위기에 따라 조금 마니악한 희망을 품은 정신병자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걸 잘 보여주는 트랙이다.

踏踏
앨범에서 유일하게 기타리스트 이선규 혼자 작사-작곡을 맡은 곡. 이선규가 프런트로 등록되어있는 '초코크림롤스' 의 2집이 여전히 기다려지는건 그가 가진 이런 발랄함 때문이다. 제목은 '답답' 이지만 곡은 유쾌하다.

from : me@iwaswrong.com to : you@aremy.net
본 곡의 제목을 보자마자 자우림의 데뷔작이었던 'purple heart' 에 수록곡인, '이틀전에 죽은 그녀와의 채팅은' 이 떠올랐다. 헤어진 연인에게 띄우는 수줍은 앙탈같은 곡. 각 소절에 깔린 키보드 사운드가 좋다.

피터의 노래
영화 '콜롬비아나(2011)' 의 프로모션때 사운드 트랙으로 쓰인 곡. 현악 사운드를 기용한 장중한 분위기때문에, '피터팬' 을 추억하는 어른이들에게 좀 더 깊이 다가오는 곡이다.

snowdrop
앨범을 닫는 곡. 6집(샤이닝) 과 7집(blue marble) 에 이은, 앨범 엔딩곡이지만 앞의 두 곡과는 달리 발랄한 분위기에 살짝 정치적인 향신료도 첨가시켰다.



어차피 자우림은 김윤아가 8할이다. 곡은 멤버들 개개인이 만들고(이것조차 김윤아의 지분이 월등히 많지만), 편곡을 다 함께 하므로 비로소 '자우림' 의 음악이 완성된다고 했던 김윤아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그래도 자우림은 김윤아가 8할이다. 그녀의 곡이 없는 자우림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그럴 일은 영원히 일어나지 않겠지만). 본 앨범의 성패와는 상관없이 자우림의 밴드 홈페이지에서 열렸던 비밀 라이브 공연 초대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비록 약간 억지성이 있고, 출제된 문제에 문제가 조금 있었을 지언정.


추천곡
꿈에, happy day, 踏踏.





앨범의 컨셉을 위해 앨범을 봉투에 담았다.jpg










정작 타이틀에 걸맞는 곡은 몇 곡 없지만 컨셉에 맞게 디자인 되어있다.


저 김윤아 짤을 가장 좋아하는데(안경을 써서 그런건 아녀) 자우림은 b컷을 뱉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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