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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12. 2016

브로콜리 너마저 베스트 앨범리뷰

골든-힛트 모음집 [앵콜요청금지.]

broccoli, you too?

덕원 bass
류지 drum
잔디 keyboard
향기 guitar

녹음 윤덕원
믹싱 박윤정, 오승훈 (7, 9)
마스터링 성지훈 (jfs mastering studio)
디자인 인희
logo/typo 김기조
매니지먼트 강준식

m/v videobroccoliyoutoo
live video offbeat
배급 미러볼뮤직
제조 엠테크



cd 1

1. 춤
2. 끝
3. 청춘열차
4. 봄이 오면
5. 잔인한 사월
6. 말
7. 마침표
8. 2009년의 우리들
9. 보편적인 노래
10. 그 모든 진짜 같던 거짓말
11. 앵콜요청금지.


cd 2

1. 유자차
2.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3. 속좁은 여학생
4. 두근두근
5. 편지
6. 꾸꾸꾸



메마른 21세기 음악시장에 촉촉한 감수성을 노래하는 몇 안되는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 의 베스트 앨범.

'좋은 멜로디', '좋은 노래' 하나로 정면 승부를 펼치는 가수는 지금의 음악 판에 몇 없다. 미친듯한 외모를 지녔던가 미친듯한 고음을 시원하게 불러제끼던가 이도저도 아니면 예능에 나와서 신나게 뒹굴던가. 이 셋 중의 하나가 있어야 반드시 성공한다. 하지만 브로콜리 너마저는 음악성 딱 하나로 성공했다. '성공' 이라고 까지 부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는 하지만, 희망 없는 작금의 음악 씬의 판도에 본인들의 색깔 만으로 정규앨범 두장을 커버한다는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그것도 인디밴드가 말이다). 본격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 송이 된, '아메리카노' 를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은 격으로 만들었다던 '십센치(10cm)' 도 아닌 이상 정규앨범 두장을 커버한다는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그것도 인디밴드가 말이다). 본 앨범은 예전 기획사에다 앨범의 판권을 쥐어주고 나온 브로콜리 너마저의 보컬이자 브레인인 '덕원' 의 열정 하나로 만들어진 앨범 되겠다. 지금도 중고 음반 거래시장에서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 '앵콜요청금지' 타이틀을 지닌 데뷔 ep 앨범과 아직 '계피' 의 목소리가 담겨있는 정규 1집앨범(보편적인 노래) 를 그리워하고 구하지 못하는(심지어 저작권 때문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듣기조차 안되고 있는) 자신들의 팬들을 위해 그시절 노래들을 모아 재녹음한 앨범이다(그래서 덕분에 보컬도 곡 자체도 이전과는 많이 바뀌었다). 딱히 덕원과 그당시 보컬 계피 사이에 트러블이 있었다기보다 '루오바 팩토리' 라는 기획사와 덕원과의 갈등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긴 말 보다 덕원 본인이 직접 밝힌 기사의 전문을 ctrl+c ctrl+v 해 놓겠다.


[weiv]: 브로콜리 너마저의 '어제'를 이야기할 때 계피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만났고 또 어떻게 헤어지게 되었는지 당사자 한 명의 담담한 소회를 듣고 싶네요. 

덕원: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같이 밴드 하자'라고 공고를 올렸거든요. 잔디와 현호는 이미 합주를 하고 있었고요. 저 같은 경우 '아무나 와라'라고 생각했는데, 딱 한 명 연락이 왔어요. 사실 1집을 만들기 전까지만 해도 제게는 노래(곡)의 힘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었어요. '누가 불러도, 어떻게 연주하든, 노래만 좋으면 다 된다'라는 생각이었죠. 그런 전형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고, 어느 정도는 이루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요즘엔 조금 바뀌기는 했어요. 어쨌든 그렇게 밴드 멤버가 되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계피의 음색이 좋잖아요? 

[weiv]: 브로콜리 너마저의 정규 1집 앨범은 루오바의 이름을 달고 나왔잖아요? 이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계피는 밴드를 나와서 루오바에 남아 가을방학으로 활동하고 있고…. 

덕원: ep를 내고 활동하던 도중에 루오바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의가 왔어요. 직접 밴드 일을 많이 해 왔지만 어느 정도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기에 같이 일하게 되었지요. 사실 [앵콜요청금지]는 제가 개인적으로 만든 건데 제작자로서의 권리를 어느 정도 포기한 셈이에요. 지금 생각에는, 제작자로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 수입으로 함께 정규 1집을 제작하게 되었는데, 결국 그게 문제가 되더라고요. 루오바는 일 처리는 깔끔하게 하는 곳이었지만 여러 가지로 잘 맞지 않았어요. 그쪽에서는 이 밴드를 통해 뭔가 만들고 싶은 부분이 있었던 것 같고, 그게 저희 밴드의 의사와 반하는 부분이 있었죠. 

[weiv]: 계피와 루오바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밴드의 의사와 반한' 부분을 조금 더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덕원: 그쪽[루오바]에서 바란 것과 저희가 하고 싶었던 게 달랐어요. 사실 그랬기 때문에 계피가 루오바에 남게 된 부분도 있었겠죠. 거기서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를 원하니까 슬슬 밴드가 백 밴드처럼 취급당한다고 느꼈죠. 그런 상황에서 밴드와도 마찰이나 의견 차이가 많았어요. 멤버들이 모두 원하지 않던 "앵콜요청금지" 재녹음 수록을 하기도 했고, 그들이 원하는 점에 맞추면 곡이 한정되게 만들어지거든요. 브로콜리 너마저는 더 로킹한 밴드였구요. 사실 라이브에서 계피가 부르지 않는 곡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1집 녹음할 때도 제가 부르는 곡은 많이 뺐어요. 당시에는 같이 일하는 입장에서 양보해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결과적으로는 아쉬움으로 남아요. 


..라고 합니다. 인디밴드들에게도 '기획사의 횡포' 따위가 존재한다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본 앨범에 실려있는 곡들은 싱글에도 담겨있던 여러 데모 버젼의 곡들 또한 들어가 있어서, 브로콜리 너마저를 사랑해 마지않는 뭇 팬들에겐 더 없이 좋은 선물같은 앨범 되겠다(물론 원곡이 주는 감흥보다야 덜 하겠지만). mp3 파일 조차 '귀찮은' 요즘같은 시대에 인터넷 여기저기에 흘러다니는 이들의 절판된 앨범의 음원들보다 '그 앨범' 을 더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건 이들이 정말 '좋은 음악' 을 하고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계피가 있던 브로콜리 너마저가 계피나 브로콜리 너마저에게나 흥행력이 가장 좋았던 시절이긴 하지만, 그 뒤로 두 사람(혹은 팀) 의 음악이라던지 흥행력이라던지 하는건 예전만 못한게 사실이다. 뭐 이미 다 지난 일 가지고 무슨 소리냐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덕원의 음악에 계피의 목소리는 환사적인 조합이었었다는 이야기다(가을방학의 2집도 밍숭맹숭하고 브로콜리 너마저는 휴지기 상태로, 대신 덕원의 솔로 앨범이 나와있는 지금이다). 어쨌건 브로콜리 너마저에는 빼어난 외모를 지닌 이가 있는것도 아니고, 뛰어난 보컬리스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예능에 나와 구른적도 없고(mbc 파업때 mbc tv 프로그램의 어딘가에 나와서 '졸업' 을 부른게 전부다), 그저 담담하게 음악인이 할 수 있는걸 해 나가고 있다. 나른하고 여리여리한, 그리고 측은하기까지 한 따뜻하지만 나약한 감성을 노래하는 브로콜리 너마저가 계속 계속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이왕이면 계피도 다시 들어오면 금상첨화고). 지금도 이런 음악을 하는 뮤지션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cd 1

1. 춤
남녀 사이의 연애를 '춤' 에 비유한 노래다. 원곡보다 조금 더 농익은 덕원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본 앨범을 여는 첫 곡인데 정규 1집의 첫 곡이었다.

2. 끝
데뷔 ep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 데모느낌의 원곡보다 훨씬 또렷한 음질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한층 락킹해졌다.

3. 청춘열차
역시 데뷔 ep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이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청춘을 그렸다. 하지만 옆에 그대가 있다면 나아 가야만 하겠지.

4. 봄이 오면
계피의 목소리에 효과를 줘, 빠른 비트를 가지고 있지만 한층 아련한 느낌을 주던 원곡 보다 훨씬 락앤롤에 가까운 사운드로 재탄생시킨 넘버다. 계피의 목소리 대신 덕원이 노래도 하고 랩도 하니 조금 심심하긴 하다. 그래서 사운드를 더 증폭시킨 듯. 원곡은 1집 앨범에 담겨있다(재킷에 써 있는 순서는 청춘열차와 뒤바뀌어있음).

5. 잔인한 사월
모나리자가 표지로 되어있는 싱글 앨범으로도 발표한적이 있고, 본 앨범의 선공개곡으로도 발표됐던 곡. 앞서 나왔던 '끝' 처럼 싱글에 담겨있던 데모느낌보다 훨씬 또렷한 음질을 즐길 수 있다. 달뜨던 3월이 지나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는 4월, 갈 곳이 없이 오롯이 혼자 남은 이의 심정을 담았다.

6. 말
브로콜리 너마저의 첫 앨범에 실려있던 첫 곡이었다. '이제는 어떤 말을 어떻게 하는 것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말이 되는 걸까 / 그러면 네가 했던 그 모든 얘기들은 이제는 아무것도 아닌 말이 되는 걸까' 라는, 여자조차 캐치하기 힘든 서정적인 가사가 매력인 곡이다. 마치 팬시점에서 흘러나올법한 예쁜 계피의 목소리에 잘 어울렸던 곡인데, 남자가 부르니 화자가 정 반대가 되어버리는 기묘한 경험을 가져다 준다(남자가 이러면 찌질하단 소리로 치부하곤 하지).

7. 마침표
데뷔 ep 에서 '앵콜요청금지' 만큼 좋아했던 곡. 원곡에 비해 템포가 다소 늦춰진걸 느낄 수 있다. 몽환적이고 아련한 여성 보컬을 드러머 류지와 키보디스트 잔디가 나눠 불렀지만 정말이지 조악한 사운드로 녹음된 원곡보다 아련하지가 않다.

8. 2009년의 우리들
데뷔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 한 음 한 음 짚어가던 기타 사운드에 딜레이를 걸어 좀 더 몽환적인 느낌으로 표현했다. 마치 졸업을 앞둔 05학번 대학생들의 추억곡 같은 노래다.

9. 보편적인 노래
1집 앨범의 타이틀로 지정됐던 곡. 브로콜리 너마저가 지닌 또 하나의 강점은 드럼 사운드를 참으로 따스하게 표현한다는거다.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데, 간결하고 명확하게 플레이 한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본 곡에선 그게 어떤건지 느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본인들이 하는 사랑은 특별하다고 느끼지만, 끝나고 나면 보편적인 만남과 일들이 되어버리는 그런 마음을 노래했다.

10. 그 모든 진짜 같던 거짓말
원곡은 '브로콜리o마저' 라는 타이틀의 세번째 데모 ep 에 담겨있다. 작은 가사를 웅얼거리는 짧은 곡으로 표현됐다.

11. 앵콜요청금지.
모두가 기다려온 곡일거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음악 커리어에 총 세번이나 실리게 되는 영광(?) 을 얻은 곡인데, 데뷔 ep 의 눈물을 한껏 머금고 부른 듯한 첫번째의 계피와, 템포가 조금 빨라지고 사운드가 전체적으로 다듬어졌던 정규 1집의 계피, 그리고 (아마도)본 앨범의 류지 까지.. 세월이 흐를수록 브로콜리 너마저에 보컬 계피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ep의 처연함이나 1집의 애절함 보단 차분함을 느낄 수 있는 곡. 헤어진 연인에게 보내는 가슴아픈 연서다(그나마 덕원이 부르지 않은게 천만다행).


cd 2

1. 유자차
1집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 정박으로 담담히 진행되던 원곡에서 드럼을 빼고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 곡 전체를 커버했다. 조금 더 나른해 짐. 유자차를 다 마시고 봄 날로 가자는 내용의 곡.

2.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1집 앨범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cf에도 쓰임) 곡이다. 1집의 분위기를 그대로 계승해 여전한 발랄함을 뽐내는 넘버. 속상한 마음을 어딘가에 풀 수 없는 마음을 노래했다. 원곡은 참 좋아했었는데.

3. 속좁은 여학생
역시 1집에 수록되어 있는 곡이다. 포인트만 딱. 딱. 짚는 사운드로 바뀌었다. 그래서 좀 더 귀여워진 곡. 코러스는 분명 달리는 분위기인데도 귀여움. 사과가 서투른 여학생을 노래했다.

4. 두근두근
역시 1집에 수록되어 있는 곡이다. 개구장이 같던 원곡보다 뭔가 원숙미가 느껴지는 여성 보컬이 묘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템포도 굉장히 느려졌다. 소심하지만 배려깊은 마음을 그렸다.

5. 편지
역시 1집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 원곡에 비해 뭔가 음정도 낮아진 느낌이고 템포 또한 느려졌다. 제목 그대로 헤어진 연인에게 띄우는 편지.

6. 꾸꾸꾸
붕가붕가레코드에서 발표됐었던 '수공업 소형음반' 중 하나인 '꾸꾸꾸 싱글' 앨범에 수록되어 있던 곡. 귀여워 미칠 지경의 가사가 매력이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꾸꾸꾸에 대해 노래했다.



본 앨범은 마치 계피의 존재를 어떻게든 탈피하려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력이 엿보이는 앨범이다. 하지만 예전 어떤 앨범의 리뷰에서도 말 했듯이 이런 앨범을 발표해 봤자 예전 앨범의 가치가 더욱 높아져만 갈 뿐, 이들의 공연 같은 곳에서 '앞으론 이 버젼으로 부를것' 이라는 어떤 공표같은 느낌이어서, 썩 좋지만은 않다. 본 앨범은 원테이크로 녹음되었다고 하는데, 편곡이나 곡의 화자가 교체된 것 말고는 크게 눈에 띄질 않아서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됐을법한 느낌의 앨범이다. 어쨌든 (정말 아쉽지만)브로콜리 너마저에 이제 더이상 계피는 없다. 인터넷이나 여러 곳에 아직도 계피를 그리워하고 왜 브로콜리 너마저에서 더이상 계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은 넘치지만(덕원의 입장에선 그 자체로 스트레스가 될 수도).


추천곡

잔인한 사월, 꾸꾸꾸, 보편적인 노래, 청춘열차.





따스한 목도리같은 느낌의 재킷.jpg







2cd다. 멋지다.



재킷은 제목과 가사집이 나뉘어져있다.



가사집의 앞면과 뒷면을 뒤집고 재킷의 제목을 맞추면 아귀가 잘 맞음.jpg



요딴식으로.jpg


동봉된 크레딧 페이지를 보면 브로콜리 너마저의 로고부분이 검게 타버린(?) 걸 볼 수 있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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