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executive producer yang hyun suk
producer tablo
recording engineer 한재응 신성권 이지훈
recording director tablo 최필강 dee. p choice37 teddy
recording studio yg studio, seoul.
mixing engineer jason robert @ the lab, las angeles. yanhyun suk
additional mixing 한재응
mastering engineer tom coyne @ sterling sound, new york.
creative director chang, seong eun
art work & design 장성은 이현주
assistant design 김슬기
printing (주)신우문화
executive supervisor 양민석
1. up featuring 박봄 of 2ne1
2. don't hate me
3. 사랑한다면 해선 안될 말
4. 춥다 featuring 이하이
5. 아까워 featuring 개코 of dynamic duo
6. 비켜
7. 악당
8. chost (interlude)
9. kill this love
10. new beautiful
'에픽하이(epik high)' 라는 이름으로 근 3년만에 내 놓는, 일곱번째 정규앨범.
소품집 ep였던 'epilogue' 이후로는 2년만이다. 3년 사이에 에픽하이의 멤버 디제이 투컷(dj tukutz) 과 미쓰라 진은 군 문제를 해결하였고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캐내디언인, 프런트맨 타블로(tablo) 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학력위조 문제에 시달렸었다(솔로도 내고). 타블로가 홀로 yg 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면서 나머지 멤버들 역시 제대 후 yg로 편입되었다. 그 뒤 나온 첫 앨범이라 많은 사람들이 어떤 시너지를 보여줄지 기대하고 있었는데 결과는 에픽하이에게 yg의 색채가 너무 많이 덧입혀진 느낌이랄까(어떤 이는 빅뱅의 뽕댄스를 에픽하이가 하는 앨범이라고도).
한 인터뷰에서 멤버들이 밝혔듯이, 본 앨범을 준비하던 시기엔 너무 어두운 음악들(의도적으로 그런게 아님에도) 만 작업이 되던 차에 본인들이 먼저 yg측에 작곡자들 좀 붙여달라고 했었단다. 그래서 이런 팝 성향 짙은 앨범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이쯤에서 국내 힙합 씬의 에픽하이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오버그라운드 씬에 나와서 앨범을 팔고 예능을 하면 힙합이 아니라고 손가락질 하던 시절도 있었다. 에픽하이는 거의 최초로 힙합음악을 표방하면서 예능 판에서도 아주 찰지게 굴렀던 전무후무한 그룹이었고, 그 즈음 댄스곡과 다름없는 'fly feat. amin. j of soulciety' 로 종전의 히트를 치기도 했다.
유독 한국에서만 힙합의 정통성 내지는, 자신이 힙합이라고 우기는 뮤지션의 오버씬이나 예능 출연을 두고 힙합이냐 아니냐 왈가왈부 말이 많은것 같은데, 댄스가수가 랩을 한다고 다 힙합이 아니라는 말은 맞고 에픽하이처럼 예능에 나오거나 댄스곡을 한다고 힙합이 아니다 라는 말은 틀리다. 이건 해당 뮤지션의 음악이나 가사를 쓰고 곡을 쓰는 랩퍼의 진정성에 어느정도 기준을 맞춰볼 수 있는 지점인데, 애초에 오리지널리티가 외국 힙합을 베끼기 시작한 것부터인 한국의 힙합에서 이런걸 따져대는것도 좀 우습긴 하지만, 작가주의적 성향이 짙은 랩퍼가 댄스그룹에서 오래 붙어있기 힘든것 처럼(주로 솔로로 빛을 더 보기도 한다), 타블로 역시 팔리는 곡(비록 댄스곡이라도) 을 쓸 줄 알고 무엇보다 작사를 천재적으로 쓰는 인물이라서 실력만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이 팔리는 곡들로 앨범을 내니 그 어느때보다 물어 뜯는 사람들이 많던 앨범이다.
(요즘엔 랩퍼나 힙합 뮤지션의 예능 출연 자체를 놓고 손가락질 하진 않는다. 오히려 음지-?- 에 있던 사람들이 '좀 해보려' 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서 팬들이 반기는 정도? tv에 나오지 않는다고 활동을 하지 않는건 아닌 힙합 뮤지션들이기에 공연 위주로 활동을 하는 -주로- 언더 씬에 있는 랩퍼들은 오히려 가끔 tv에 나왔을때 파급효과가 배가 되는 현상이 있긴 하다)
'춥다 featuring 이하이' 단 한곡만 빼고 에픽하이의 밝은면만 일부러 부각시킨 것 같은 본 앨범은 마치 b-side가 존재할 것 같을 정도로 훌륭한 멜로디와 팝에 가까운 댄스곡들이 즐비한 앨범이다. 한 꺼풀 더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면 2년간 쉬었으니 팔리는 곡들만 줄창 만들어 내서, 저작권료 좀 챙기려는 아니꼬운 꼼수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정도로 수록곡들은 듣기 좋고 귀에 쉽게 감긴다. 좀 너무한 말 같다고 생각된다면 9년 넘게 한국에서 랩퍼로 활동해온 이들이 yg에 들어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런 곡들을 발표했다는것 자체가 더 우습지 않나?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타블로가 바보도 아니고 말이다. 차라리 2014년에 발표한 '신발장' 처럼 본 앨범이 나왔다면 오히려 쉽게 수긍할 수 있었을거다.
어쨌든 그만큼 에픽하이의 음악 커리어에서 가장 가볍고 또 가장 대중적인 앨범이 됐다.
1. up featuring 박봄 of 2ne1
2년만에 에픽하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이는 첫번째 트랙. 마치 타블로의 솔로앨범(열꽃) 에 수록되어 있는 '밑바닥에서 feat. bumkey' 의 후속작 같은 느낌의 힘있는 곡이다. 제목 그대로 '위' 로 올라가자는 긍정적인 가사가 아드레날린을 촉진시킨다. 더블 타이틀곡.
2. don't hate me
메인 타이틀곡. 앞 곡과 마찬가지로 에픽하이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타블로의 그 간의 심정(왓비컴즈는 잘 있나?) 을 잘 표현한 것 같아 재미있는 곡이다. 세상 사람들 모두 손가락질을 해도 당신 한명이 손뼉 쳐 주면 상관없다는 긍정의 끝을 보여준다. yg의 간판 그룹, '빅뱅(bigbang)' 의 '지드래곤(g-dragon)' 과 작업을 같이해, 이름이 꽤 알려져 있는 작곡가 'choice37' 이 작곡과 편곡에 이름을 올렸다. 아 그래서 이런 곡이... 중간에 삽입되어있는 여자 목소리는 당연히 김윤아(of 자우림) 인줄 알았는데 강혜정이라고 해서 깜짝.
3. 사랑한다면 해선 안될 말
발랄한 분위기는 차치하고 에픽하이 특유의 가사유희가 돋보이는 넘버. 제목 그대로 연인 사이에 사랑한다면 해선 안될 말들로 점철되어 있는 곡 가사가 포인트. 좋은 댄스곡이다.
4. 춥다 featuring 이하이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 시즌 1에서 yg의 수장 양현석이 데려온 '이하이' 와 함께한 넘버. 타블로와 굉장히 합이 잘 맞아 보이는 그녀의 행보중 하나다. 디지털 싱글로 선공개 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에픽하이가 가진 가사적 힘과 이하이의 애절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빛을 발한다.
5. 아까워 featuring 개코 of dynamic duo
여자에게 패기있게 '나한테 오지 않을바엔 걔한테서도 떨어져라' 라며 충고하는 남자의 곡이다. 임자있는 여자가 마음에 들었을때 남자가 주로 하는 허세인데, 누군가 그랬다. '골키퍼 있다고 골 안들어가냐' 라는 말에, 대체 누가 걔한테 선수자격 줬냐고. 치기어린 남자의 허세송이다. 유일하게 본 앨범에서 yg의 입김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곡. 써 있는대로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의 랩퍼 개코가 함께했는데 랩은 안하고 싱잉을 했다. 그냥 그래.
6. 비켜
음원 프로모션에도 애초에 cd에만 들어있을거라 명시해 놓은 넘버. 곡 제목도 그렇고 타블로가 학력위조 사건 이후 공식적(지드래곤의 'one of a kind' 앨범에 '불 붙여봐라' 가 히든트랙으로 있긴 하지만 정말 앨범을 구입하지 않으면 모르고 넘어갈 수 있을 곡이니 패스) 으로 모든 헤이터들에게 하는 말인줄 알고 앨범을 구입한 이들이 꽤 있을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욕설을 자음으로 표현하기도 했고, 직접 거론은 안하지만 은유적으로 일련의 사건들을 언급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시원은 한데 뭔가 좀 이상한 트랙이 되어버렸다. 그냥 시원하게 까라고. 그렇게 억울했으면.
7. 악당
예전부터 에픽하이가 영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팬들이라면 여러 곡들에서 봐 왔을거다. 이 곡은 제목처럼 영화에 등장하는 정의로운 영웅보다 약간 삐딱한 '악당' 이 더 좋다며 그들을 찬양하는 재미있는 곡이다. 본 앨범에서 언어 유희의 정점을 찍는 넘버. 앞서나온 'don't hate me' 뮤직 비디오에선 온갖 악당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8. chost (interlude)
뒷 곡 'kill this love' 를 안배한 짧은 브릿지 곡. 굳이 없어도 되는, 자리만 차지 하는 트랙이다(앨범의 타이틀이 '99' 가 된 이유는, 에픽하이들이 데뷔 9주년이라 99라고 지었다고 하던데 그럴바엔 이 곡 빼고 그냥 아홉곡으로 했어도 뭐 그닥 큰 상관은 없는). 이 곡도 cd에만 있다.
9. kill this love
마치 에픽하이의 오래전 파트너, '플래닛 쉬버(planet shiver)' 와 공동작업을 한 듯한 느낌의 일렉트로닉 넘버다. 아무리 yg의 작곡가 '최필강' 이 도왔다곤 하지만, 작곡을 맡은 타블로의 능력이 이정도로 늘었다는 사실이 놀라운 곡. 쉬면서 마냥 논게 아니었어. 가만히 보면 좀 섬뜩한 가사.
10. new beautiful
앨범을 닫는 마지막 곡. 에픽하이식 희망 메시지를 전달하는 곡이다. 늘 타블로가 입버릇 처럼 말 해오던 '소외된 이' 들을 위한 앤썸. 이젠 노블리스 오블리주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힘이 된다. 외골수같은 타블로의 색이 가장 많이 들어가 있다.
음모론은 음모론이니까 어느 정도 선에서 끝나는 맛에 생각해 보기 마련인데, 해가 갈수록 yg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일루미나티랑 프리메이슨과 연관이 되어있다는 이야기가 많아진다. 본 앨범의 전체적인 디자인도 유독 삼각형이 많고 미키마우스 모자에 악마의 숫자 6을 뒤집은 '99' 라는 타이틀을 굳이 억지로 끼워맞춘게 너무 티가나서, 일루미나티 입단기념으로 앨범을 이렇게 낸다는 음모론이 떠올라 좀 웃기기도 한 앨범이다(삼각 로고를 본따 제작한 기타 피크는 이번 앨범의 'don't hate me' 를 '그린데이-green day-' 의 'basket case' 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했다는 드립을 치며 끼워 넣은거 같은데 이딴거 선물로 안줘도 돼 인간들아). 에픽하이의 6집(e) 에서 타블로가 일루미나티를 제대로 깠다가(lesson 4) 학력위조 사건에 휘말려 고생 좀 하고, 안되겠다 싶어 yg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참 웃기다. 누군가는 일루미나티가 동방의 이런 작은 나라에 신경이나 쓰겠냐고 코웃음을 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이만큼 집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이런 생각들을 하면 참 무섭지 않아?' -힘든 시기를 거친 연예인들을 영입해 재기에 힘써주는건 정말 인정-
뭐 방금 한 말은 그냥 여흥이고,
어쨌든 음악적으로나 기획사 빨로(타블로 솔로때는 그렇다 쳐도 에픽하이의 yg멤버십 카드를 볼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나 그 어느때보다 화려하게(?) 컴백을 했던 에픽하이다. 앨범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한결같아서 에픽하이의 음악적 커리어 중 가장 엉성한 느낌도 지울 수 없지만, 그만큼 가볍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앨범이다.
추천곡
new beautiful, 악당, 사랑한다면 해선 안될 말, 춥다 featuring 이하이, don't hate me.
그린데이 드립을 치며 넣어준 기타피크.jpg
..를 빼면 앨범의 타이틀이 소박하게 적혀있다.jpg
yg화 된 세사람.jpg
삼각 삼각 삼각의 향연.jpg
본 앨범엔 에픽하이 세명의 코멘트가 적힌 싸인지가 랜덤으로 들어가 있는데, 나는 보다시피 디제이 투컷.jpg
yg 사단의 앨범엔 꼭 들어가 있는 패밀리 카드(?) 를 에픽하이의 이름으로 보게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