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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12. 2016

radiohead 2집 앨범리뷰

the bends

written by radiohead
produced by john leckie
mixing by sean slade & paul q. kolderie, john leckie & radiohead
engineered by john leckie, nigel godrich, chris brown, jim warren
with assistance from guy massey & shelley saunders
recorded at rak, the manor & abbey road
mixed at forte apache & abbey road
mastered & digitally edited by chris blair at abbey road



1. planet telex
2. the bends
3. high and dry
4. fake plastic trees
5. bones
6. (nice dream)
7. just
8. my iron lung
9. bullet proof..i wish i was
10. black star
11. sulk
12. street spirit (fade out)



'creep' 의 대히트로 데뷔 신고식을 톡톡히 치뤘던 '라디오헤드(dariohead)' 의 소포모어 앨범.

락부심에 쩔어 사는 내가 아니기 때문에 항간에는 이 앨범이 라디오헤드 앨범들 중 단연 탑에 오를 정도라 한다. 우스갯소리로 앨범을 전부 다 듣고나면 메인 커버에 있는 마네킨(정확히는 심폐소생술을 위한 더미에 보컬 '톰 요크-thom yorke-' 의 얼굴이 오버랩) 의 표정처럼 된다는 말도 있고. 조용하고 우울한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식 리스너이기 때문에 저 수식어들에 100% 동의하지는 않지만, 라디오헤드가 'creep' 의 그늘(?) 에서 벗어나려 애썼다는 사실은 데뷔앨범(pablo honey) 이 발표되고 2년이 지난 다음에야 본작이 발표됐다는 사실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보컬인 톰 요크의 유명한 멘트인 '노래 한 곡으로 밴드를 판단하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는 말도 2집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알법하다).

'얼터너티브(alternative)' 라는 장르가 새로운 '대안' 으로, 미국 밴드들을 주축으로해서 견고하게 다져질 무렵에 라디오헤드는 나타났고, 한때 '브리티시 인베이젼(british invasion)' 이라는 단어도 미국 음악판에 종종 쓰여왔던, 속칭 '음악 강대국' 으로 불리던 영국이었지만 차고 넘치던 미국발 얼터너티브 밴드들 사이에서 라디오헤드 하나로 그나마 자존심을 지켰다고 할까. 그만큼 그 시절엔 라디오헤드와 'creep' 이 가진 색채와 특성 자체가 고귀(?) 했고 특별(!) 했다.

하지만 앞서 밝힌대로 라디오헤드는 'creep' 이 너무나 싫었고(국내 내한때에도 아마 셋 리스트에 없던걸로 기억한다. 같은 영국밴드 '오아시스-oasis-' 의 브레인인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 또한 '너희가 아무리 신곡을 만들어도 대중들은 'creep' 을 원한다' 며 독설을 날리기도), 톰 요크나 밴드의 ''creep' 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 이 없었다면 아마 라디오헤드는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 라는 불명예가 줄창 따라다니는 밴드가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까놓고 말해서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라디오헤드' 하면 'creep' 이라고 여지껏 답변하긴 한다만).

어쨌든 그런 노력하에 쌓여진 본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밴드가 앞으로 나아갈 전체적인 방향성을 아주 잘 응축해 놓은 색채를 띄고있는데, 음반 전체를 아우르는 무드라고 해야하나? 그런 모종의 '분위기' 가 한결같아서 앨범을 다 듣고나면 진정으로 'creep' 을 뛰어넘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앨범이다('creep' 한 곡의 색을 지우려, 이 한장의 앨범 전체가 '대응' 하는 그런 느낌이다).

나는 물론 락부심에 쩔어살지 않기 때문에 소싯적에 본 앨범을 찾아 들었던건 아니고(나도 'creep' 하나로 연명하던 팬-?- 이었다), mbc 예능 프로인 '무한도전' 의 한 에피소드에서 본 앨범에 실려있던 'high and dry' 가 흘러나오는걸 캐치해서 앨범까지 구입하게 된 케이스다. 앞서 쓴 대로 본 앨범을 다 듣고나서야 '아 'creep' 을 뛰어 넘었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금은 예전에 하던 음악과는 전혀 다른, 장르 자체를 탈피해 정말이지 실험적인 음악들을 주로 하는 밴드가 되어버렸지만 이런 어쿠스틱한 우울함이야말로 라디오헤드가 지닌 가장 큰 무기가 아니었을까.



1. planet telex
첫 곡부터 사운드 스케이프가 데뷔앨범과는 비교도 안됨을 보여준다. 디스토션 잔뜩 머금고 줄창 딜레이되는 기타 사운드가 여러 효과음들과 함께 범 우주적인 인상마저 가져다준다. 곡의 가사의 후반부(why can't you forgive me) 는 'creep' 을 잊지못하는 팬들에게 하는 일침같은 그런..

2. the bends
앨범의 전체적인 타이틀이기도 한 제목의 곡이다. 기본적으로 우울함을 잃지 않고 반사회적인 가사와 더불어 흉포한(?) 사운드로 점철되어있는 넘버. 'bends' 는 스쿠버 다이빙에서 너무 빠른 호흡으로 인해 몸의 구성조직과 혈액에서 질소 등의 가스가 기포화되어 생기는 상태라 한다. 최민우 평론가가 쓴, '이 음반을 메이져 코드로 바꾼 뒤 창 밖의 빗소리를 노래하면 '트래비스(travis)' 의 'the man who' 가 되고, 기타에 대한 세심한 고려를 뺀 자리에 키보드의 아르페지오를 바르면 '뮤즈(muse)' 의 'origin of symmetry' 가 됩니다. 어쿠스틱 연주로 바꾸면 '콜드 플레이(cold play)' 의 'parachutes' 가 되며, 뭉갠 전자음을 두텁게 바르면 '엘보우(elbow)' 의 'asleep in the back' 이, '이브닝 버젼(evening version)' 으로 투명하게 리믹스 하면 '스타세일러(starsailor)' 의 'love is here' 가 되죠' 라는 기가막힌 평가가 있을정도로 라디오헤드의 음악적 성과 중에서 퍽 중요한 역할을 하게된 곡 되겠다. 들어보자.

3. high and dry
나조차도 앨범을 찾게만든 곡(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라디오헤드 음악은 지루해서 태생부터 싫어했다). 그만큼 좋은 멜로디와 기-승-전-결을 알맞게 갖춘 좋은 곡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꽤 세심하게 써내려간 가사가 일품. 항간엔 프로듀서의 권유로 본 곡을 넣었다고 한다(팔리게 하려고, 싱글로 가장 먼저 커트도 됐고).

4. fake plastic trees
잔잔한 어쿠스틱 사운드에 숨어있는 사회고발적(?) 가사가 멋진 트랙. 상업적으로 리믹스되어 톰 요크와 밴드들의 심기 또한 불편해졌었다는 후문. 이래저래 말이 많은 앨범이다. 그만큼 당시 라디오헤드에 거는 기대가 장난이 아니었다는 이야기겠지.

5. bones
행복과 절망은 가끔 본인과 상대적 입장에 놓인 타인과 비교를 하면서 얻거나 또는 소멸되거나 하기 마련인데 이런 가사를 지닌 곡을 들으면 뭔가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 있다. 나보다 낮은 위치의 사람들을 보며 '그래도 나는 괜찮구나' 라고 행복감과 안위에 젖어 사는가? 혹은 나보다 나은 위치의 사람들을 보며 '쟨 나보다 낫구나' 라고 열등감과 불행감에 젖어 가는가? 행복은 자신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sbs 힐링캠프에 나왔던 이지선님이 그랬다. 맞는말이다. 이래저래 쓸데없는 말을 써 놓은것 같은데, 곡의 진행은 참 좋다. 분명 적절한 박자감 덕에 흥은 나는데 가사 덕분에 어딘가 석연치 않은 느낌의 곡.

6. (nice dream)
제목처럼 꿈을 이야기하며 부조리한 공상의 그것으로 뒤덮여있는 가사가 매력적인 곡이다. 잔잔한 바다를 유영하는 듯한 톰 요크의 목소리나 곡의 전체적인 사운드 역시(가끔 파도도 치지만) 참 좋다. 가사에선 깊은 상실감이 느껴지기도 하다.

7. just
인트로의 통기타 사운드가 마치 '너바나(nirvana)' 의 'smells like teen spirit' 을 쏙 빼닮아서 귀에 확 감긴다. 톰 요크는 자기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는 친구에 대해 썼다고 하는데, 그건 모르겠고 뮤직 비디오가 참 재미있다. 제목 그대로 '그냥' 인것 같은데 엔딩에선 어딘가 미스테리한 느낌마저 든다. 뮤직 비디오의 톰 요크는 마치 '시드 비셔스(sid vicious)' 같다.

8. my iron lung
음악을 조금이라도, 나만큼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본 곡의 인트로에 삽입된 기타리프는 분명 어디에선가 들어봤을거다. 이 곡은 아마도 본 앨범의 정체성을 가장 확고하게 다져낸 곡이 아닐까. 바로 'creep' 을 사랑해 마지않는 모든 이들을 위해 만든 곡이기 때문이다. 굉장히 자조적이며 사운드는 앨범에서 가장 흉폭하다(라이브 역시 '광기' 를 보여준다고들 하니 한번쯤 찾아봐도).

9. bullet proof..i wish i was
매일, 매 순간마다 방탄조끼가 되고싶다는 바램을 담은 곡.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주고받는 가시돋힌 말들은 얼마나 절망적인가. 제 아무리 강철 심장을 지닌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제 아무리 더러운 독설이라도 아무렇지 않게 튕겨내고 싶은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아련하게 싱잉을 하는 톰 요크.

10. black star
'검은 별에 죄를 덮어씌우자' 라는 가사를 지닌 곡. 앞곡과 왠지 연결선상에 놓여있는 듯한 가사 덕분에 톰 요크의 목소리가 더욱 애절하게 들리는 곡이다. 곡 자체는 리드미컬함.

11. sulk
1987년 영국에서 일어난 총기사건에 관한 가사를 지니고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고, 공상적인 내용만 눈에 띈다. 잔잔한 호수에 멀리 멀리 더 크게 퍼져나가는, 돌을 던지고 얻을 수 있는 물결같은 사운드를 지닌 노래(뭔소리야).

12. street spirit (fade out)
단순한 기타리프로 굉장한 우울감을 선사하는 넘버. 이 곡도 'my iron lung' 처럼 어딘가에서 스치듯 들은 기억이 있다. 정체가 모호한 사운드를 지닌 우울한 음악들은 '야, 나 우울하다' 라고 으시대는것 같아 별로인데, 이 곡은 시종일관 뚜렷하게 실체를 보여줘 친절하다. 앨범을 닫는 마지막 곡.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렇게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듣고나면 비로소 '아, 'creep' 따위 이제 생각안나' 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뻥). 그만큼 'creep' 의 망령(?) 에게서 벗어나고자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그래서 더욱 이렇게 우울함으로 점철된 앨범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된다(본인들을 스타 밴드로 굳혀준 곡을 미워해야만 하는 실정이라니). 앞으로 기회가 되면 차근차근 라디오헤드의 앨범을들 듣게 될 테지만 본작만큼 일관성있고 우울함을 가져다 주는 앨범은 또 없을듯. 쓸쓸한 가을-겨울에 듣기 참 좋은 앨범이다(그만큼 싱글 커트도 많이 됐던 앨범).


추천곡
high and dry, my iron lung, street spirit (fade out), nice dream.


뭔가 열반의 느낌마저 나는 듯한 앨범의 재킷.jpg



정직하고 착실한 폰트의 트랙리스트.jpg

하지만 안은 난리.jpg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이 더미랑 닮은 짤을 본것 같은데 어디다 뒀는지 찾을 수가 음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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