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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12. 2016

씨비매스 3집 앨범리뷰

appeal

executive producer : 김동준
album producer : 개코, 최자, j-win a.k.a dyno-soul
project supervisor : 이주원 for massmediah ent.
sponsored by nike, hiphop camp, south pole, tintin, dj honda
styling : 고경민, 이동옥
photograph : 정진성
album design : 박해얼
management : 정소화, 순훈기
all song recorded at sound solution studio by 임승현 a.k.a mr. sync
all song mixed at machostudio by 박재범 a.k.a macho, assisted by 서명주
mastered at sonic korea by 전훈



1. intro
2. 동네 한 바퀴
3. 서울블루스 pt. 2(soulcity) feat. 웅산
4. 그 양반 이야기 feat. 유진아
5. 휘파람 feat. t, 이주한 (assoto union version)
6. 오아시스 feat. jk 김동욱
7. 노박사 심리클리닉
8. mr. liar
9. 흔적 (abstract version)
10. in my lifetime feat. hey
11. 벗 feat. 신예원
12. 진짜 feat. 신예원 (mo' funk version)
13. 동네 한 바퀴 feat. epikhigh (massmediah version)
14. shout out remix



그야말로 뉴밀레니엄에 혜성처럼(?) 등장해, 90년대 말 부터 시작된 한국 힙합의 중흥기를 이끌고 별똥별처럼 사그러져간 프로듀서겸 랩퍼 '커빈(curbin)', 개코, 최자로 이루어진 '씨비매스(cb mass)' 의 마지막 앨범이다.

아마 국내 힙합 음악판에서 전무후무한 일이 아니었나 싶을정도로 희귀한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 와 함께 국내 오버그라운드 힙합을 이끌던 씨비매스의 해체다. 그냥 해체라면 뭐 별로 덧붙일 말이 없겠지만, 아는 사람들은 익히 아는(일명 '귀빈-vip- 사건' 이라고 일컬어지는) 씨비매스의 멤버 커빈의 횡령(?) 사건 덕분에 팀이 와해가 됐다. 

소싯적 드렁큰 타이거와 씨비매스를 보고 마이크를 잡았던 랩퍼가 몇명이던가. 한국에서 힙합음악(서태지, 이현도, 현진영도 있었지만 일단 차치하고) 을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아주 좋은 본보기를 보여줬던 팀중에 하나여서 팬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변화를 원해!(나침반)' 라며 대중적인 이미지를 최대한 배제하고 힙합의 본모습(?) 을 외쳐대던 데뷔앨범(mediah) 은 여전히 회자되는 명반으로 자리하고 있고, '휘파람' 하나로 대중과 평단 모두를 만족시켜 거의 한국 힙합의 클래식의 반열에까지 오른 2집(matics) 은 또 어떤가. 그리고 역시 전무후무했던 국내 힙합씬에서 '크루(소속사 상관없이 이익추구가 아닌 100% 친분만으로 서로의 앨범을 도와주던)' 의 개념을 거의 최초로 도입했던 인물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예전에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랩퍼 '데프콘(defconn a.k.a. 힙합 비둘기)' 이 말했던것 처럼 돈이 많으면 문제도 많이 생긴다고 하던가. 자세한 속 사정들이야 씨비매스를 벗어나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로 부활한 최자와 개코, 그리고 당시 직접적으로 금전적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힙합 그룹 '에픽하이(epik high)' 의 세사람이 가장 잘 알겠지만, 우리가 듣고 보고 읽었던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이 아닐까.

어찌됐든 본 앨범은 원래 2.5집(리믹스 몇 곡과 신곡 몇 곡) 으로 발표할 예정이었다고 한다(앨범 준비중에 저런 사단이 일어났던거고). 하지만 음반 계약(당시의 크림레코드사) 을 애초에 정규앨범 세장으로 했기 때문에, 3집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발매되었다. 

크레딧을 보면 타이틀 곡(동네 한 바퀴) 과 리믹스되어있는 곡들을 뺀 나머지 곡들은 커빈의 입김이 들어가 있지 않다(여담으로 앨범 재킷 속에 들어있는 멤버 각자의 'thanks to' 엔 커빈만 두 사람을 언급했고 최자와 개코의 파트엔 커빈이 없음). 그만큼 최자와 개코가 앨범의 전체적인 프로듀싱(j-win a.k.a dyno-soul 도 함께) 을 했다는 얘긴데, 1집때만 커빈와 이윤상이라는 이름의 프로듀서가 곡을 만들었었고 2집('휘파람' 을 최자가 만들었다니 - '스피너스(spinners)' 의 'i'll be around' 를 통째로 샘플링하긴 했지만) 때 부턴 작곡자에 커빈보단 최자나 개코의 이름이 더 많다. 좋든 싫든 본작은 '다음 한 수(다이나믹 듀오)' 를 위한 준비과정 같은 앨범이 된 셈이다. 앨범을 내고 활동도 아마 같이 했지 싶은데 문자 그대로 '비지니스' 만을 위한 활동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본 앨범에 함께한 이들을 살펴보면 지금 다시 참여하라고 해도 못 불러모을 인물들만 모아놨는데, 어려운 시기에 여기저기서 도와주는 사람이 많이 나타나준 덕에 그래도 이정도 뽑아내지 않았나 생각한다.

씨비매스 전작들의 '휘파람' 이나 '나침반' 같은 히트넘버는 없지만, 원곡보다 훨씬 잘 빠진 리믹스 곡들이나 본 앨범의 존재 이유인 '동네 한 바퀴' 의 메스미디어 버젼을 보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앨범임에 틀림없다. 커빈이 돈 가지고 장난만 치지 않았다면 아마 다이나믹 듀오도 없었을테고, 세 사람은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며 잘 나가는 힙합 기획사 사장님들이 되어있었겠지(다이나믹 듀오는 현재 아메바 컬쳐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세 사람의 활동기간이 짧았던 만큼 아쉬움과 어이없음이 같이 떠오르는 씨비매스의 3집이다.



1. intro
씨비매스의 정체성을 규정했던 2집의 '행진 feat. dj wreckx' 의 최자의 멘트를 필두로 에픽하이의 멤버 '디제이 투컷(dj tukutz)' 의 스크래치로 이루어진 인트로다.

2. 동네 한 바퀴
앨범의 타이틀 곡. 원곡(? massmediah version) 보다 다소 여유있는 랩핑으로, 그리고 방송용 가사들로 풀어간게 포인트다. 'cb mass는 내친구' 의 연장선같은 느낌의 넘버. 재미있는거 한가지는 뮤직 비디오에 최자와 개코는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씬이 나오는데 커빈은 혼자 블링블링하게 승용차를 타고 나온다.

3. 서울블루스 pt. 2(soulcity) feat. 웅산
제목대로 1집에 실려있는 '서울 blues featuring 서영은' 의 연장선에 있는 곡이다. 그렇다고 리메이크라거나 그런건 아니고 제목에 걸맞게 서울의 우울한 모습들을 그려낸 또다른 트랙이다. 다이나믹 듀오의 음악들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서울의 차갑고 씁쓸한 모습.

4. 그 양반 이야기 feat. 유진아
본 앨범을 듣기전, 트랙 리스트만 보고 모두들 '커빈의 이야기인가!' 라는 오해를 샀던 곡. 들어보면 그건 아니고, 리드미컬한 훵크(funk) 비트에 한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의 한 청년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5. 휘파람 feat. t, 이주한 (assoto union version)
2001년 결성하여 2003년에 앨범 한장(sound renovates a structure) 달랑 내 놓고 사라진 밴드 '아소토 유니온(asoto union 트랙 리스트의 철자가 다른데, 씨비매스 앨범엔 저리 써 있음)' 과 함께 했다. 편곡 전체를 아소토 유니온에게 일임했기 때문에 힙합 느낌이 물씬 풍기던 원곡보다 훨씬 여유롭고 어쿠스틱하게 풀어낸게 포인트다(녹음실의 현장감은 보너스). 그리고 윤미래(t) 의 코러스는 원곡의 애즈원꺼 보다 아주 녹지. 근데 드럼을 김반장이 안치고 유철상(김반장의 본명) 이 침.

6. 오아시스 feat. jk 김동욱
두 랩퍼가 '사랑' 을 오아시스에 빗대어 하는 이야기. 애절한 jk 김동욱의 보컬은 그렇다 치고, 한국 mc top 5에 손꼽히는 개코의 그시절에도 여전히 찰진 랩핑이 일품이다.

7. 노박사 심리클리닉
지금(2015년 여름) 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켜 자숙중인 방송인 노홍철의 흑역사가 담긴 스킷 트랙이다. 노홍철이 길바닥에 나가기 전, 최자-개코와 학교 선후배 사이여서 곧잘 어울려 다니곤 했는데, 지금은 바른생활 이미지-긍정 이미지로 먹고 살지만 그당시의 노홍철은 변태같은 이미지(돼지 발정제 사건도 있고) 라, 그의 찰진 입담과 한껏 변태스런 어투로 꾸며진 드라마 스킷이다. 뒤에 나오는 'mr. liar' 를 위한 트랜스 젠더(여성이 된 남성) 인터뷰(?) 인데, 정말 쓸데없이 너무 긴게 아닌가.. 훗날 노홍철은 다이나믹 듀오 1집에서 택시 기사로 등장하기도 한다.

8. mr. liar
이 곡도 트랙 리스트만 봤을때 '그 양반 이야기 feat. 유진아' 처럼 커빈에 관한 이야기인가 했지만 그건 또 아니고, 한국에서 '힙합음악' 을 하며 먹고 사는 본인들을 빗대어 자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트랙이다. 그냥 웃으며 흘려듣기엔 가시가 많은 곡.

9. 흔적 (abstract version)
2집에 실린 동명의 곡의 리믹스 넘버다. 원곡에 실려있는 이상은(a. k. a. lee-tzsche) 의 파트를 덜어내고, 한층 더 쓸쓸한 분위기를 담아냈다.

10. in my lifetime feat. hey
산뜻한 '헤이(hey)' 의 코러스와 느긋한 템포, 그리고 물 흐르듯 잔잔한 비트가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곡. 본 앨범에서 'shout out remix' 말고 커빈이 프로듀싱을 맡은 유일한 넘버다.

11. 벗 feat. 신예원
마치 일련의 사건 이후 세명이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듯한 생생한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공식적으로 세 사람이 마지막으로 한 신곡이구나. 최자-개코 인성 진짜 갑인듯(앨범 제작비 떼인 에픽하이는 대체 무슨 죄람).

12. 진짜 feat. 신예원 (mo' funk version)
1집에 수록된 몇 없는 명곡 중 하나다. 진짜 원곡보다 훨씬 좋은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녹음상태도 그렇고 신예원의 목소리도 그렇고, 다소 파티 지향적이었던 원곡에 비해 흥은 몇 겹 썰어내고 오롯이 리드미컬만을 담아냈다.

13. 동네 한 바퀴 feat. epikhigh (massmediah version)
원래 이 곡이 오리지널이고 2번 트랙이 방송을 안배한 넘버라는 소문이 있다. 커빈을 빼고 최자, 개코, 그리고 에픽하이가 랩을 했다. 2번 트랙보다 훨씬 살갗에 와 닿는 솔직한 가사와 타블로의 재기넘치는 랩핑이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좋은 곡(커빈이 함께한 곡에도 타블로의 코맹맹이 목소리는 실려있다).

14. shout out remix
제목대로 2집 outro에 보너스로 들어가 있는 곡들(mirror ball, shout out) 중 shout out을 리믹스 했다. 당시 히든트랙이 초판과 재발매 판에 따로따로 각 각 한 곡씩 싣는 바람에 적잖은 소년들이 당황을 하곤 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2집엔 shout out이 들어가 있다. 어쨌든 씨비매스의 이름으로 녹음한 마지막 트랙이다. 그래서 그런지 꽤 진취적인 사운드를 지닌 원곡에 비해 약간 진중한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 엔딩 부분에 음악이 중간에 끊기는 느낌이 참 짠하다. mirror ball 은 영화 '조폭 마누라' 에 쓰였었고 shout out 은 '신라의 달밤' 에 쓰였었다.



씨비매스가 한창 활발히 활동할 때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안듣는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그들이 '대세' 였던 시기가 있었다. 이제는 벌써 십년도 훌쩍 지난 세월이지만, 좋은 음악들과는 정 반대로 멤버들의 불화로 인해 팀이 껄쩍지근하게 해체 됐어도 클래식은 남고, 다이나믹 듀오는 여전히 왕성하게 음악 활동 중이다. 평생 씨비매스로 된 새로운 음악은 나오지 않겠지만 앨범 세장으로 끝내기엔 너무 아쉬운, 국내에 몇 없는 힙합 그룹이었다.


추천곡
동네 한 바퀴 feat. epikhigh (massmediah version), 진짜 feat. 신예원 (mo' funk version), mr. liar, 휘파람 feat. t, 이주한 (assoto union version).




자세히 보면 저기 크림 레코드 로고 위에 세 사람의 사진이 있다.jpg








이제는 다시 못보는 둘보다는 셋.jpg



앨범의 땡스 투에 커빈 혼자 두 사람(과 에픽하이) 을 언급했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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