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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12. 2016

hedwig ost 앨범리뷰

hedwig and the angry inch

music lyrics and original score by stephen trask
executive producer michael de luca, amy henkels, mark tusk
produced by christine vachon, katie roumel, pamela koffler
written for the screen and directed by john cameron mitchell



1. tear me down
2. origin of love
3. angry inch
4. wicked little town (tommy gnosis version)
5. wig in a box
6. the long grift
7. hedwig's lament
8. exquisite corpse
9. midnight radio
10. nailed
11. sugar daddy
12. freaks
13. in your arms tonight
14. wicked little town (hedwig version)



뮤지컬이 먼저인 영화, '헤드윅 앤 디 앵그리 인치(hedwig and the angry inch -이하 헤드윅-)' 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지금은 '헤드윅' 하면 조승우나 오만석이 딱 떠오를만큼 한국에도 제대로 자리잡은 록 뮤지컬이 되었지만, 영화가 국내에 개봉할 즈음엔 영화에서 다루는 '성기가 잘려나간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한 인간' 의 파괴된 내면 세계와 외로움, 음악인으로서의 갈망등으로 숫한 괄시(?) 를 받곤 했다.

오리지널 뮤지컬과 영화의 주인공이자 극의 각본까지 맡은 '존 카메론 미첼(john cameron mitchell)' 의 사실적인 연기는 숫한 시상식장에서 찬사를 받았었고, 개봉당시 암암리에 국내에도 확실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게 되어 아주 조금씩, 그러나 켜켜이 헤드윅의 '전설' 을 쌓아올려갔다.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제대로된 기준과 잣대가 없어 손가락질 받거나 손가락질 하는 '동성애', '트랜스젠더' 들에 대한 대우는 쿨하지 않다. 그럼에도 어떻게 보면 이리도 기괴해 보이는 영화가 오리지널 뮤지컬을 그대로 본따 국내에서 환호받는, 돈이 되는 상업성있는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는건 음지에 숨어 지내는 억압받는(?) 사람들과 영화를 보고 순수하게 헤드윅의 음악을 좋아하게 된 사람들, 그리고 영화만으로 만족을 못하는 헤드윅 마니아들의 힘이 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록 뮤지컬 영화중에 이처럼 잘 짜여진 흐름을 가지고 있는 영화도 드물고, 이만큼 사운드 트랙이 좋은 영화도 드물다(소재도 이토록 희귀한 영화도 별로 없지). 이 영화를 본지 벌써 10년이 훌쩍 지나버렸지만, 영화를 처음 봤을때 느꼈던 음악이 주는 감동과 헤드윅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기구한 운명의 슬픔이 사운드 트랙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운드 트랙을 구매했던 기억도 있다.

이쯤에서 영화의 줄거리를 살짝 이야기 하자면,
1961년 냉전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세워졌을 무렵, 동 베를린에서 엄마와 살고 있던 소년 한셀은 미군 라디오 방송을 통해 데이비드 보위와 루리드, 이기 팝 등의 록음악을 듣는게 유일한 낙이었다. 미군이었던 아버지에게 성적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한셀은 후에 역시 미군 병사인 한 남자를 만나게 되어 그와 결혼하고자 성전환 수술을 받지만, 가슴도 없고 여성의 성기도 가지지 못한 채 1인치의 성기만 남은 상태로 머물게 된다(그래서 영화의 제목이 'and the angry inch' 다). 엄마의 이름이었던 '헤드윅' 을 자신의 것으로 택한 그는 결혼 후 뉴욕으로 오게 되나, 남자는 떠나고 밴드 앵그리 인치와 함께 캔사스의 변두리 바를 전전하며 록앤롤 가수로 살아간다. 17세의 소년 토미를 만나 사랑에 빠진 헤드윅은 곡을 만드는 방식부터 창법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조언을 해주지만, 토미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그의 상징적인 1인치를 발견하자마자 떠나버린다. 헤드윅의 곡들을 훔쳐 대스타가 된 토미에 대한 애증으로 괴로워하는 헤드윅은 밴드의 일원이 된 또 하나의 기묘한 '남성' 인 이츠학과 불완전한 하나로서의 관계를 겨우 지탱해가지만 이츠학 역시 그의 영원한 연인은 아니었다.
..라고 합니다.

행여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이가 있다면 영화를 먼저 보고 이 사운드 트랙을 들어보길 권한다. 극의 흐름과 분위기에 딱 맞게 곡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 다만 이런류의 영화가 아직도 불편한 사람이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보지 않고 듣지 않으면 된다. 영화를 봤고, 또 재미까지 있었다면 자연스레 사운드 트랙을 찾아 들어보게 될 테지만.

헤드윅이 특별한 이유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이야기를 대중앞에 당당히 내세운다는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겠지만, 1960년 부터 1970년대의 록스타들에 대한 헌정으로 점철된 영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영화에 흐르는 전반적인 곡을 만든 '스티븐 트라스크 -stephen trask-' 는 영화 내에서 밴드의 기타리스트로도 분했다).

생각난 김에 헤드윅을 다시 한번 봐야겠다.



1. tear me down
'캔자스 시티, 날 모르겠어? 나는 새로운 베를린 장벽이야. 어디 한번 무너뜨려보라구!' 라며 도발적으로 시작한다. 영화에서도 오프닝에 본 곡이 나오는데 가사로보나 곡이 지닌 색깔로보나 오프닝에 딱 어울리는, 이 한 곡으로 헤드윅을 제대로 소개하고 있는 넘버다.

2. origin of love
인류(남과 여) 의 슬픈 기원을 노래하는 곡. 헤드윅의 자아에서 남성도 여성도 아닌 그 어딘가에 어정쩡하게 걸쳐있는 심정을 토대로 아주 잘 그려낸 노래다. 거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떠오르는 듯한 곡의 가사덕분에 분위기 또한 웅장함을 표현하려 애썼다. 영화에선 어린시절 헤드윅의 모습 뒤로 애니메이션과 함께 흐른다. 당당하지만 어딘가 쓸쓸한 모습을 감출 수 없는 헤드윅(엔딩씬에서도 이 곡이 흐른다).

3. angry inch
사운드 트랙과 영화의 흐름은 약간 뒤틀려있기 때문에 뒤에서 기다리는 곡 보다 이 곡이 먼저 배치되어 있는 듯. 맨 앞곡 'tear me down' 이 헤드윅을 소개하는 노래였다면, 이 곡은 헤드윅이 왜 '앵그리 인치' 가 되었는지 알려주는 곡이다. 덕분에 다소 과격한 가사(영화에서 이 곡을 연주하던 식당의 손님들의 심기를 건드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기도. 밥먹는데 잘려나간 성기가 어쩌느니 여자가 된 후 첫번째 생리가 어쩌느니..) 와 거기에 걸맞는 흥겨운 펑크록 사운드가 버무려져 있다.

4. wicked little town (tommy gnosis version)
곡에도 쓰여져 있듯, 헤드윅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몽땅 훔친 토미의 버젼이다(풀 네임인 'gnosis' 또한 그와 연인관계였을 당시 헤드윅이 지어준 이름). 그래서 가사도 헤드윅의 오리지널 버젼과 조금 다른데, 본 곡은 토미가 헤드윅에게 띄우는 편지이다. 영화에선 극이 엔딩으로 가기 직전 헤드윅의 앞에서 토미가 이 곡을 부른다.

5. wig in a box
영화에서 이 곡은 헤드윅이 남편을 따라서 미국에 온 뒤의 여정을 그리며 등장한다. 본 앨범에서 아마도 가장 대중적이고 경쾌한 사운드를 담고있기에 록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이에게도 쉽게 다가올만한 넘버. 비록 성전환 수술엔 실패했지만 여자로 살기로 다짐한 뒤로는 무대에 오를때 항상 가발을 쓰는 헤드윅의 또 하나의 주제곡이다. 영화에서 이 곡이 흐르는 씬은 퀴어영화라고 보기 힘들만큼 귀엽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흐를때도 흥겹게 나와서 어딘가 씁쓸해 지는 곡(왜 씁쓸한지는 영화를 다 보면 알게 됢).

6. the long grift
토미가 헤드윅에게 보내는 또다른 편지. 앞에나온 'wicked little town (tommy gnosis version)' 과는 다르게 헤드윅을 향한 증오가 담겨있다. 영화에선 헤드윅에게 토미가 기타(와 이런저런 여러가지 것들) 레슨을 받는 씬에서 본 곡의 맨 앞소절을 시작도 못하는걸로 나온다.

7. hedwig's lament
제목 그대로 '헤드윅의 애도'. 뒤에 나올 'exquisite corpse' 를 안배하는 짧은 트랙이다. 영화에선 오랜만에 만난 토미와 헤드윅의 스캔들이 기사화(토미에게 인터뷰를 행하는 기자의 목소리가 헤드윅인게 함정) 되고 덕분에 헤드윅의 밴드가 인기를 얻어, 적지않은 사람들의 환호속에 공연하는 씬에 등장한다.

8. exquisite corpse
모처럼 명성을 얻게된 헤드윅이지만 많은 대중들 앞에서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곡을 의도적으로 공연한다. 헤드윅의 서슬퍼런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곡. 덕분에 본 앨범에서 가장 과격한 사운드를 지니고있다.

9. midnight radio
아마 본 앨범에서 가장 중요한 곡이 아닐까 할 정도로 정말 잘 빠진 곡이다. 영화에서도 헤드윅이 자신과 이츠학의 정체성을 서로 인정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는 씬에 본 곡이 등장하는데, 세상의 모든 락앤롤러들에게(그리고 헤드윅에게) 커다란 오마쥬를 바치며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다. 드라마틱한 곡 구성 덕분에 헤드윅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크게 어필하는 넘버.

10. nailed
영화에는 삽입되어있지 않은 곡. 극의 흐름에 빗대어보자면 헤드윅을 질투한 토미의 욕망을 잘 보여주는 가사를 지닌 곡이다(극에서 토미는 예수를 신봉하는 소년으로 나오기에 가사도 이렇다). 참고로 토미의 목소리로 플레이됐다고 나온 모든 곡들은 곡의 창작자인 스티븐 트라스크가 불렀다. 이 곡도 물론.

11. sugar daddy
헤드윅이 아직 동독의 '한셀' 이었던 시절 '구미베어젤리' 로 그를 유혹해(?) 그의 어머니와 함께 손을 잡고 헤드윅을 성전환 수술을 시킨 후 결혼해 미국으로 오게했던 '로빈슨 하사관' 에게 바치는 곡이다. 영화에선 이 곡이 끝나고 'angry inch' 가 등장하는데, 오리지널 뮤지컬 버젼의 사운드 트랙엔 'angry inch' 바로 앞에 한셀의 엄마(헤드윅의 이름은 한셀 엄마의 이름, '헤드윅 슈미트' 에서 따왔다) 의 대사, 'to be free one must give up a little part of oneself(자유엔 희생이 따르는 법이야)' 가 나온다.

12. freaks
온갖 젠더를 무시하는 사람들을 나열하며 'freaks' 를 찬양하는 노래다. 영화에선 한셀이 여섯살때 미군의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는 씬에 짤막하게 등장한다.

13. in your arms tonight
이 곡도 역시 영화에는 실리지 않은 넘버다. 토미의 곡인데, 헤드윅을 향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노래했다. 신기한게, 토미의 곡을 모두 소화한 스티븐 트라스크의 목소리는 극에서 토미역을 맡은 '마이클 피트(michael pitt)' 의 나약한 목소리와 너무 닮아있어서, 곡을 들으면 자연히 토미의 엉성한 얼굴이 떠오른다.

14. wicked little town (hedwig version)
앨범을 닫는 마지막 곡. 헤드윅이 미국으로 넘어와, 로빈슨 하사관과 이별한 후(1주년 선물로 받은게 금빛 가발) 할게 없어, 미군 기지에 살던 '스펙 장군' 의 막내 아들을 돌보는 일을 했었는데, 그때 만난게 장군의 둘째아들인 '토미 스펙' 이었다. 헤드윅은 식당같은 곳에서 미군과 결혼한 한국여성들과 밴드를 꾸려 공연을 하곤 했는데, 그 때 나오는 노래가 바로 이 노래다(토미가 헤드윅의 첫 공연을 본 것도 이 장면이었고 왜인지 곡의 세션도 극의 밴드가 주조한 듯한 사운드로 조촐하게 꾸며져있다). 미국에 오기위해 남성과 결혼을 하려 남성성도 버렸지만 이내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다. 그렇게나 싫어하던 고향(과 미군들에게 매춘을 하며 근근히 살던 삶) 을 곱씹으며 부른 노래다.



뉴욕행 비행기에서 존 카메론 미첼이, 같은 비행기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던 스티븐 트래스크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두 사람이 조촐하게 시작했던 아주 작은 불씨가 브로드웨이를 넘어 동쪽의 머나먼 작은 국가에서, 공연을 열었다 하면 흥행이 보증된 뮤지컬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거다. 그만큼 극의 소재와 노래가 너무 좋다. 큰 흥행덕에 뮤지컬과 사운드 트랙은 계속 변주되고 반복되는게 멈추질 않지만, 그래도 후속작을 만든다던지 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아마 존 카메론 미첼과 스티븐 트래스크는 헤드윅 하나로 평생 먹고 살겠지). 영화만큼 뛰어난 사운드 트랙이다. 아직 들어보지 않았거나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한번쯤 봐도 손해볼건 없는 컨텐츠다(국내 한국어 버젼의 사운드 트랙도 나왔지만 그건 해석한 가사들이 너무 오글거려서 스킵).


추천곡
midnight radio, tear me down, wig in a box, origin of love, angry inch, sugar daddy, wicked little town (hedwig version).








영화에서 origin of love 가 흐를때 나온 애니메이션으로 꾸며진 씨디의 커버.jpg



씨디를 빼도 똑같다. 마치 옆의 재킷 때문에 헤드윅과 씨디(와 씨디를 뺐을때 똑같이 위치해 있는 저 이미지) 의 이미지가 청자를 응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jpg



정체성을 위해 절규하는 적절한 아트웍.jpg



영화의 공연 직전 첫 씬에서 앨범의 백커버로 쓰인 저 장면이 나오는데 아직도 인상깊게 남아있다(또각또각 하던 힐의 굽 소리도 생생할 정도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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