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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12. 2016

이적 1집 앨범리뷰

dead end

all songs written, arranged and produced by 이적
mixed by francis seong at bay studio
recorded by 이진원, 이유억, 고현정 at bay studio, universal studio, dream factory studio
mastered by chris bellman at bernie grundman mastering, hollywood, ca.

art director 김호성
photographer 김형선
designer 박미정



1. dead end
2. 뛰어!
3. game over
4. lifeontv
5. 해피엔딩
6. rain
7. 죽은 새들 날다
8. 회의 (懷疑)
9. 적 (敵)
10. 지구 위에서
11. 잘 자



본격적으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본색(?) 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이적' 의 첫 솔로 데뷔앨범.

앞선 패닉(panic) 앨범 리뷰에서도 밝혔듯이 이적은 국내 가요계의 왕좌가 비어있을때, '포스트 서태지' 라고 불리우며 국내 가요계에 새로운 '대안' 으로 격이 높아졌던 때가 있었다. 그만큼 송라이팅 실력이나 특유의 창법, 그리고 의식있는 가사까지 어느것 하나 흠잡을게 별로 없었던 유일무이한 뮤지션(그룹) 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그런 그가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려 솔로 앨범을 냈다. 결과적으로는 패닉 시절에 비하면 미미한 흥행력을 남긴 작품이 되었지만 여러모로 본 앨범은 의미가 많다. 이적의 솔로 앨범 제작 소식이 들려올 무렵 '과연 김진표 없이도 패닉 이상의 파급력을 낼 수 있을까(사실 패닉 자체가 이적 솔로 프로젝트에 김진표가 숟가락을 얹은 격이었지만)', '패닉 시절에도 삐딱했는데 작정하고 낼 솔로 앨범은 얼마나 삐딱할까', 등등 많은 우려와 기대속에 이적의 첫 개인작을 여러 사람들이 기다렸지만, 이적은 늘 그래왔듯(?) 또 한번 대중들을 배반한다.

생각보다 패닉 시절의 노래들만큼의 파급력은 없다는 것(그런 눈으로 욕하지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 왼손잡이). 그리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긱스(gigs)의 모태가 된듯한 세션 구성으로, 훗날 풀밴드 형식의 앨범(긱스 1집, gigs, 1999) 을 본인도 모르게(?) 기약했다는 것. 마지막으로 이적의 개인적인 음악적 파이의 팽창. 정도를 들 수 있겠다. 본작에 대해선.

이 앨범에 담긴 음악들의 전체적인 매력을 꼽자면, 리얼악기와 전자음악을 적절히 교배해 가며 사운드적인 면에선 어느정도 색채의 균형을 잡았고, 노골적으로 사회와 시대상을 비판했던 패닉 시절의 가사보다 약간 더 은유적이고, 거짓말 조금 보테서 한층 고급스러워진 가사가 눈에 띄는 앨범이다.

한편으로는 '이정도 밖에 못해?' 라고 볼멘소리를 낼 수도 있겠지만 어디 밥 한술로 배부르랴. 본작 이후로 긱스의 1, 2집(동네음악대) 과 이적 본인의 두번째 앨범(2적) 으로 정점을 찍는 발판을 만들게 되니 이후 이야기는 각 앨범들의 리뷰로 미루겠다(이적 2집은 예전에 벌써 했구낭).

지금의 이적보다는 훠얼씬 마음에 드는 음악을 하던 시절의 이적 1집 되겠다.



1. dead end
어쿠스틱 기타 한대로 소박하게 진행되는 곡이다(뒤에 일렉 기타가 나오긴 하지만). 앨범을 여는 인트로 느낌의 넘버인데, 첫 곡 제목부터 '막다른 길(dead end)' 이다. 패닉을 어느정도 정리하려는 생각이 본작을 준비하면서 부터 있었던 듯(패닉 3집-sea within-은 1998년, 이후 패닉 4집-04-을 내기까지 7년이 걸린다).

2. 뛰어!
굉장히 리드미컬한 사운드로 점철되어있는 곡. 이제 본격적인 솔로 앨범의 시작을 알리듯 흥겹게 진행된다. 다만 의도적으로 의욕없는 보컬덕에 가사가 잘 들리지 않기도 한다. '막힌 길(dead end) 을 만났으면 뛰어 넘으라' 는, 앞 곡과 슬몃 이어지는 가사를 담고 있다.

3. game over
이적이 지닌 아기자기한 지점을 잘 보여주는 넘버. 앞서 나온 '뛰어!' 와 비슷한 맥락의 시니컬하고 의욕없는 이적의 음성을 맛볼 수 있다(떼창을 하는 부분에선 긱스의 멤버들-정원영, 한상원, 정재일, 이상민-의 목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인생이란 게임이지만 나는 매번 지기만 하니까 승질난다. 그러니 판을 한번 엎어보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있다.

4. lifeontv
본 트랙까지 이적의 제대로 된 창법은 만날 수 없다. 의욕없고 시니컬하고 귀찮고 나른한 이적의 목소리가 또 나온다. 나름 의식이 있다고 자부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은 tv(를 비롯한 매스미디어들로 칭하여지는 '매체' 들) 와 유독 친하지 않은걸 볼 수 있는데, 곡 제목 그대로 tv에 대한 단상을 노래한 곡이다. 이것저것 오묘한 사운드들이 뭉뚱그려져 있는데, 이적이 추구하는 음악적 성취엔 이런 넘버가 꼭 들어가 있어서 참 좋았다. 이 당시에는 말이다. + 정원영의 일렉트릭 피아노 솔로도 슬쩍 첨가되어 있다.

5. 해피엔딩
이제부터 제대로(?) 된 그의 목소리를 만나게 된다. '왼손잡이' 의 외전 격 느낌의 곡인데, 전형적인 동화들의 엔딩인 '그 이후로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후를 조명한, 귀엽고 현실적인 가사가 정말 매력있는 곡이다. 곡이 지닌 흥겨움과 리드미컬함은 말 할 것도 없고. 이적이 지닌 사운드적-가사적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본 앨범에서 이 곡 하나만 들어도 된다.

-이하 본 곡의 가사 전문-

해피엔딩 영원히 간직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

아주 어릴 적부터 옛날 얘기 읽다 고개 갸우뚱 했었지
그 이후로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단 마지막

신데렐라 결혼 일년만에 성격차이로 헤어져
평생 혼자 살았을지도 몰라
시비걸자는 건 아니지만 혹시 둘이 만난 것이
일생 후회되는 일일지 몰라

삶은 길고 그렇게 쉽지도 않고
언제나 또다른 반전
해피엔딩 영원히 간직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

어쩜 우린 세상에
이리저리 다친 후에 지쳐서 그렇게
사실 믿진 않지만 해피엔딩 바라보며
그 순간 쉬곤해

신데렐라 결혼 일년만에 성격차이로 헤어져
평생 혼자 살았다 할지라도
그건 알고 싶지 않는 맘 아픔이 뭔지 아니까
그저 해피엔딩까지가 좋겠어

삶은 길고 그렇게 쉽지도 않고 
언제나 또다른 반전
해피엔딩 영원히 간직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

대접 안에 가둔 물에도 자꾸 파도가 치고
시게바늘 돌고돌면 다시 제자리에

삶은 길고 그렇게 쉽지도 않고
언제나 또다른 반전
해피엔딩 영원히 간직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


6. rain
'달팽이'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본 앨범의 타이틀 곡이다. 귀에 잘 감기는 후렴구와 비 오는 날에 들으면 가슴을 후벼 팔 수려한 가사가 압권인 넘버 되겠다. 훗날 이적의 절친 중 한명인 유희열이 우습게 따라 부르곤 해서 본 곡을 떠올리면 이제 유희열의 웃긴 창법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됐지만, 절대 만만히 볼 곡은 아니다. 클라이막스로 향하는 부분은 정말.. + 타이틀 곡 답게(?) 현악도 담겨있다.

                

[MV] 이적 "1집 Dead End" - Rain

Artist : 이적 Title Song : Rain Album Title : 1집 Dead End Release : 22-05-1999 DOWNLOAD ALBUM : http://bit.ly/1Z9fLQS 패닉 출신의 이적이 발표한 첫 솔로앨범. 22인조 오케스트리와 데니정의 색...

www.youtube.com


7. 죽은 새들 날다
영롱영롱한 후렴구가 매력인 곡. 꽤 잔잔한 목소리를 담고있지만 거기에 정반대 되는 정신없는 전자음으로 도배되어 있는 넘버다. 엔딩의 나래이션이 포인트.

-이하 나래이션 전문-

악이 악을 심판하고,
힘이 힘을 응징하고
누구도 타인을 믿지 않고,
스스로 자신에 취했을 때
그 기억 너머로 잠자고 있던 마음...
그 증오의 깃발이 그토록 열렬한 기세로
하늘 옾이 펄럭이는 것...
죽은 새들 날다...
(마치 현재의 정세 같은 그런 느낌같은 느낌)


8. 회의 (懷疑)
'rain' 과 함께 유이하게 현악이 쓰인 넘버. 프로그래밍한 컴퓨터 사운드가 곡을 쭉 끌고 가며 현악 사운드와 맞물려, 퍽 독특한 모양새가 됐다. 게다가 리듬은 또 왜이렇게 격해. 보컬은 격양되어 있고. 여러모로 언벨런스함 속에 벨런스가 맞춰져 있는 곡이다. + dj의 스크래치마저 삽입되어 있음.

9. 적 (敵)
아주 단촐하고 익숙한 인트로 후에 오페라나 뮤지컬에 딱 어울릴법한 풍성한 코러스-곡 구성을 지닌 후렴구가 나온다. 어릴땐 '적같은건 내게 필요 없다' 를 의도적으로 저렇게 발음했구나 싶었지.

10. 지구 위에서
본 앨범에서 거의 유일하게 풀 밴드 형식을 취하고 있는 넘버. 아주 매력적인 기타 스트로크와 한 음 한 음 정확히 짚어내는 베이스 라인, 확연하게 들리는 드럼 플레이까지 사운드적인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들려준다. 왜냐고? 긱스 멤버들(정원영은 빠져있지만) 이니까. 이제는 전 세계에서 우리 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이산가족' 이라는 개념을, 둥그런 지구 위에 살다 보면 언제고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스토리텔링이 담겨있다. 실질적인 본 앨범의 마지막 곡. + 훗날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의 2집 앨범(double dynamite, 2005), '파도(i know) feat. paloalto' 라는 곡에 본 곡보다는 조금 빠른 bpm 으로 주조되어 샘플링으로 쓰인다.

11. 잘 자
앨범을 닫는 아웃트로 형식의 짧은 곡. 아무래도 패닉 2집(밑, 1996) 의 '사진' 이 줬던 메리트를 잊지 못했는지 비슷한 느낌으로 집어 넣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 했지만 지금의 이적과 이 때의 이적은 많이 다르다(솔로 전, 패닉 1~3집은 뭐 레전드였고). 그만큼 새 작품을 발표할수록 싱어송라이터의 입지를 점차 굳혀갔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실험적이고 세련되게 저돌적인 본 앨범의 색(그리고 이적 특유의 색) 을 차츰 잃어갔다고 볼 수도 있다. 어느게 더 좋냐고는 확연히 대답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매력이 양분되어 있지만, 패닉 시절의 색을 은근히 담고있던 본 앨범(정확히는 아마 패닉 1집때 부터 솔로 2집때 까지의..) 이 나는 더 좋다. 이적은 이렇게 약간 삐딱선을 타는게 매력이었으니까.


추천곡
해피엔딩, lifeontv, rain, 죽은 새들 날다.






실존하는 막힌 길(dead end) 느낌의 cg를 배경으로 마이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는(...) 이적 옹.jpg


신촌뮤직 재발매반인데 신촌뮤직은 망한걸로 기억하는데 앨범이 재발매됐다(그래서 홀로그램은 음슴).jpg


패닉 시절이나 저 때나 재킷에 장난질을 많이 하던 이적 옹.jpg


이야 풋풋하셔라(당시 적 옹 연세 25세!!).jpg


나름 파격적이고 참신하던 재킷.jpg
(자세히 보면 개구리처럼 팔짝 뛰고 있는 적 옹도 보임)


타이틀 곡 'rain' 에 걸맞게 흠뻑 젖은 느낌을 연출하고 계신 적 옹(여전히 마이 안은 비어있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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