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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12. 2016

자우림 앨범리뷰

나는 가수다 [special edition]

produced by 자우림
mixed by 김동훈 ('tov' studio) / assistant engineer 김성민
mastered by 황병준 ('sound/mirror korea' studio)
album design 서연화, 김주미



1. 고래사냥
2. 뜨거운 안녕
3. 왼손잡이
4. 재즈카페
5. 가시나무
6. 꿈
7. 사랑밖엔 난 몰라
8. 아브라카다브라
9. 1994년 어느 늦은 밤
10. 얘기할 수 없어요
11.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12. 정신차려



8집(陰謀論 / 음모론) 의 심심한 흥행 뒤로 불현듯 음악 예능(mbc - 나는 가수다) 출연을 결심한 자우림의 스페셜 리메이크 앨범.


한 때 붐을 이뤘던 리메이크 전문 음악 예능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 에 자우림이 등장했던건 어찌보면 자우림에게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자우림의 음악은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고 나서 또 한번 음악적 파이를 넓히는 앨범(good bye, grief) 을 발표하게 되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해당 앨범의 리뷰에서 계속 하기로 하고, 이번 시간은 본 앨범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도록 하자.

세월이 지나도 명곡은 죽지 않는다는 정설을 보여준 앨범이다. 더불어 자우림이 불러서 플러스 알파가 된 곡들로만 수록되어 있다고 할까(아닌 곡들도 분명 담겨있긴 하다만). '리메이크' 가 지닌 어쩔 수 없는, 원곡을 뛰어넘지는 못한다는 정설을 나는 가수다에서 몇 차례나 깨 준게 자우림이다(물론 다른 몇몇 가수들 -임재범 이라던지 박정현 정도- 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아마 해당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많이 차지해, 명예 졸업인가 뭔가까지 달성했던 몇 안되는 가수로 기억한다. 그만큼 앨범 단위로 굳이 발표할 정도로 꽤 괜찮은 리메이크 곡들이 수록되어 있으니, 팬으로서 간직 안할 수가 없잖아?

자우림이 배정받은 원곡이 좋았던 탓도 있고, 자우림이 나름대로 해석을 아주 잘 해낸 케이스 들도 있다. 밴드 데뷔 15년이 훌쩍 넘은 시점에 출연한 음악 예능이라, 내공이라는게 음악만 계속 한다고 저절로 쌓이는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들게한 사례이기도 하고. 트랙 리스트에 어쩔 수 없이 저작권 문제로 수록되지 못한 곡들('라구요' 는 음원으로도 감상이 안되고 오직 나는 가수다에서만 볼 수 밖에 없다) 도 꽤 있지만, 열 두 곡이라는 국내 명곡 위주의 커버는, 이전에 자우림이 외국곡 위주로 리메이크를 했던 '靑春禮瓚(청춘예찬)' 앨범과 대칭점을 이룬다는 점에서 소장가치가 저절로 생기는 앨범 되겠다(게다가 방송용 dvd 영상도 첨부되어 있다).

순전히 오랜 팬들을 위한 자우림의 배려라고나 할까(본 앨범이 음원 사이트에 '따로' 발표되지는 않았다. 이미 '나는 가수다' 의 음원이 존재 하니까). 앨범엔 자우림(특히 김윤아) 의 경연 당시 사진들과 함께 곡 해석에 대한 짧은 코멘트 들도 담겨있다. 경연을 제 때 챙겨보지 않은 나같은 사람에겐 열 두가지(사실은 열 네 번임. 강산에의 '라구요' 와 김범수의 '하루' 가 누락되어 있음) 색깔이 김윤아(와 자우림) 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서, 뭔가 선물세트같은 느낌을 주는 앨범이다.

팔색조 같은 김윤아의 목소리와 명곡에 대해 굉장한 재해석을 보여준 자우림의 편곡은 왜 국내에서 정상을 지키는 여성 프런트 밴드가 자우림이 됐는지 아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 정말 윤아언니 사랑한다.

+
저작권 허락(?) 안해준 강산에와 김범수는 좀(김범수의 하루는 앨범의 공간이 적어서 못담은 걸수도.. 음원으론 들을 수 있으니까)..
(지난번 청춘예찬때는 그 기라성 같은 넘버들의 저작권을 다 따와서 리메이크 했는데 말이지)



1. 고래사냥
국내에서 음악 좀 들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다들 알만한 송창식님의 대표곡이다. 1975년 발표되어 영화 '바보들의 행진', '고래사냥' 에 삽입되어 많은 인기를 끌었다. 나는 가수다 첫 경연때 커버한 곡으로, 대중들에게 '자우림 입니다!' 라는 인식을 제대로 보여줬다. 흥겨운 편곡으로 관객들과 함께 노래하는 지점이 포인트. 거의 남자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힘있는 김윤아의 목소리가 압권인 넘버다. 덕분에 자우림의 나는 가수다 출연 이후 공연에서 공공연히 세트 리스트에 포함되기도 했다. 도입 부분의 '고래~ 잡으러어~' 에선 분명히 음이탈이 났던걸로 기억(tv 방송본) 하는데 의외로 깔끔한 상태가 녹음되어 있다. 고래사냥을 들을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곡 역시 듣다보면 이유없이 동해 바다로 떠나고 싶어진다.

2. 뜨거운 안녕
1966년 쟈니리님이 발표한 곡. 별다른 큰 편곡 없이 담담히(?) 슬피 노래하는 김윤아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앞서 나온 고래사냥과 마찬가지로 색소폰 트럼펫, 트럼본의 참여로 꽤 풍성한 사운드가 담겨있다. 덕분에 무드를 잘 잡아낸 느낌이랄까.

3. 왼손잡이
자우림의 데뷔와 많은 연관(정식 데뷔곡 '일탈 -1집 앨범 purple heart-' 을 이적이 프로듀싱) 이 있는 '이적' 이 속해있던 '패닉' 이 1995년 발표한 앨범에 담겨있는 곡이다. 김윤아의 건강이 좋지 않을때 작업한 곡이지만 그런대로 중간은 하는 편곡을 보여준다(개인적으로 곡의 포인트인 '나나나~' 하는 허밍 부분을 이렇게 길게 늘어뜨리는걸 아주 싫어한다). 곡의 엔딩엔 이적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일탈' 의 가사가 슬쩍 들어가 있다.

4. 재즈카페
고인이 된 신해철님이 1991년 발표한 앨범에 담겨있는 곡이다. 신해철을 잘 모르는 이가 들으면 리메이크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굉장한 편곡력을 보여준다. 인트로의 끈적한 무드는 정식 레코딩된 버젼으로 듣고 싶을 정도로 좋다(중간과 후반부에 등장하는 저음의 남자는 김윤아의 친동생인 김윤일). 신해철이 왜 신해철인지 잘 보여준 명곡이 있었기에 가능한 편곡이었지. 아아 해철님 ㅠㅠ 자우림이 경연에서 뜨거운 안녕과 왼손잡이로 탈락의 위기에 놓였었지만 슬슬 정상으로 올라갈 힘을 보여준게 아마 이 곡 부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5. 가시나무
시인과 촌장이 1988년 발표한 3집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ccm으로도 분류되기도 한다). 워낙 많은 이들이 리메이크를 한 명곡이라서 자우림의 오랜 팬인 나조차 우려가 좀 있었지만, 정말이지 김윤아는 싱어로서의 표현력(거의 우는 표정으로 부름) 이 끝판왕 레벨에 와 있구나 하는 감상 덕에 그 걱정을 무참히 깨뜨려준 곡이다. 살면서 이렇게 애절하고 비참한 가시나무는 처음봤다. 잠깐만, 눈물좀 닦고.

6. 꿈
조용필님의 1991년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이다. 웅장한 사운드 스케이프를 보여주는 자우림의 편곡력이 빛을 발하는 지점. 곡이 지닌 가사 그대로 정글같은 도시의 소리를 표현해 낸 김덕수 사물놀이패 또한 조화로웠다. 한 음 올려서 울부짖듯 노래하는 엔딩이 압권이다.

7. 사랑밖엔 난 몰라
1987년 심수봉님이 발표하신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 듀엣곡 미션이라서 어어부 프로젝트의 백현진이 함께 참여했다. 덕분에 곡이 세 번 전환되는 드라마틱한 구성을 지니게 됐다. 당시 전문 평가단이 심사한 것 처럼, 고기잡이 어선의 와일드한 선장과 부둣가의 치명적인 마담이 부르는 것 같은 질척질척한 무드가 굉장히 독특하다(특히 후반부 리듬이 빨라진 뒤 김윤아가 내뱉는 에로틱한 '할 수 없어~'). 남녀 파트가 따로 나뉘어져 있는 듀엣곡 보다 이런 한 곡을 남녀 같이 부른게 정말 탁월했다고 할까. 

8. 아브라카다브라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2009년 발표한 곡이다. 무슨 마리화나나 마약을 한 움큼 빨고 편곡 한 것 마냥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원곡을 무참하게 무시해 버렸다.

9. 1994년 어느 늦은 밤
장혜진님이 1994년 발표한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 워낙 옛 명곡들을 모르는 탓에 이제야 이 곡을 알게 되었는데 뭐랄까. 영상을 볼 때마다 울게되는 넘버다. 자우림 스스로도 거의 포기하다 시피 한 편곡 작업 덕분에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했다는 후문. 밴드의 형식과 정 반대 지점에 있는 원곡의 진행으로,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윤아 역시 자신의 이십대 초반 시절, 바보같은 사랑이 노래를 할 때 기억이 나 흘리게 된 눈물이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내 마음도 역시. 한숨을 뱉으며 나지막이 내 뱉는 엔딩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잠깐만, 눈물 좀 닦고..

10. 얘기할 수 없어요
사랑과 평화가 1979년 발표한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익살맞은 모습의 자우림을 감상할 수 있다(랩은 사이드 비-side b / t ache, g.a.s.s.-가 맡았다).

11.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산울림이 1979년 발표한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 차근차근 진행되는 곡 진행이 인상적.

12. 정신차려
앨범의 마지막 곡. 김수철님이 1989년 발표한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얘기할 수 없어요' 에서 등장한 사이드-비와 함께 슈퍼키드의 랩퍼, 허첵, 그리고 제이킴이 함께해 흥겨움을 더했다. 굉장히 다급한 변주에도 중심을 절대 잃지 않는 김윤아의 저력을 맛볼 수 있다.



강산에의 '라구요' 를 빼고는 거의 전부 유투브나 온라인에서 감상할 수 있다(경연 자체는 아마 못 보는 듯).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앨범(사실은 경연) 작업으로 인해 자우림의 레벨 같은게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차피 방송 출연과 경연을 위한 편곡 작업을 한 거겠지만 자우림 1~3집에 선을 그은 4집 앨범, 그리고 5~8집 이후 또 한번 선을 그은 9집 앨범으로 자우림은 음악적 완성을 거듭해 나가게 된다. 원곡이 워낙 좋지만 자우림의 편곡과 김윤아의 표현력이 곡을 감상하는 동안 원곡을 거의 생각나지 않게 만든다.

여담이지만 자우림과 김윤아와 오랜 파트너로 건반 세션을 맡아온 키보디스트 '황준익' 님이 본 앨범(과 경연) 의 편곡 작업에 늘 함께 해, 결과적으론 함께 성장을 한 음악적 동반자로 우뚝 서게 된다(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만 -.-).


추천곡
1994년 어느 늦은 밤, 가시나무, 고래사냥, 재즈카페, 사랑밖엔 난 몰라, 꿈.















2cd의 위엄(두둥).jpg

하나는 음원, 하나는 dvd 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7집인가 8집때 부터 쓰던 자우림 공식(?) 로고가 박혀있다.

사진은 트랙 크레딧과 자우림 멤버들의 코멘트가 담겨있는 부클릿들.


아 이 얼마나


여러 모습들을 한


팔색조 같은 윤아언니의


러블리한 사진들인가!


이 앨범을 구매하게 만든 1994년 어느 늦은 밤.
(진짜 노래 하는 영상 볼때마다 운다 ㅠㅠ)


코멘트 부클릿엔 곡에 대한 해석 방법과 느낀점들이 세세하게 담겨있다.


윤아언니 4집이나 자우림 10집 내주세요 ㅠㅠ
(지금까지 기별이 없는걸 보니-김윤아는 뮤지컬 레베카 계속 하느라 바쁜 듯-올해 여름 락페는 그냥 스킵 하시나 볾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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