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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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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Nov 16. 2016

가치관

가치관이라는건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간접적 직접적으로 쌓여간다.
특히 상대를 고르는 결혼 적령기의 남자, 여자들은
'얘 정도면 괜찮아'
'얘는 이러니까 안돼' 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위로 상대를 알게 모르게 재단하기 마련인데
그런 자기 자신만의 재단선이 나는 너무나 꼴같잖다.

나라고 타인을 무조건 존중하고
세상 모든 이성들을 감싸주는 박애주의자는 아니다만
기본적으로 그 사람 자체를 보는 눈을 가지려고
노력은 한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 하면
이성을 만날 때
그사람의 배경이나 집안 사정, 경제력, 외모, 생활 습관, 평소 입고 다니는 옷의 브랜드의 출처 따위를 보고 함부로 그 사람 자체를 재단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사람,
그 자체만을 가지고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 사람이 가진 가치관이라던지 생각, 마음 씀씀이 등을 보고
'아, 이 여자는 좀 더 만나보고 싶다'
'이 여자를 더 알고 싶다' 라는 식으로 판단하는 편이다.

내가 아마 평범한 가정에서
남들처럼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았다면
이런 재단선은 생기지 않았겠지.
행여 남들과 같았다면
보편적으로
평균적으로
세상의 다수가 그러하듯
그네들과 똑.같.은. 인간이 되어있었겠다
라고 생각하니
이십대 때는 속이 메스꺼웠지만
이 나이 쯤 되니 울렁거림보단 나 자신에 대한 측은함이 약간 생기는 밤이다.


그래도 신기한게 이십대 때 만큼의 데미지는 없다.
이게 '맷집' 이라는걸 이제사 알겠다.


이성을 만나는데에 대한 절대값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당신이 꼴리면 만나면 되는거고
당신이 끌리면 상대방 마음의 문이 열릴 때 까지 들이밀면 그만이다.
(끝내 열리지 않는다 해도 그런 상대의 문을 열려고 노력했던 모종의 행위들은 나름대로 남는게 있을거다)

의미 없는 소모전과 시간낭비가 이제 너무 귀찮고
마음에 딱 맞는 절대값의 이성을 나처럼 만나기 어렵다면
만나질 때 까지 열심히 혼자 사는 수 밖에 없다.
수도 없는
셀 수도 없는 시도에도
당신이 먼 훗날 혼자 남는다면
혼자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패배자의 비겁한 변명이라 해도 좋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당신은 당신 나름대로 노력 했다는걸
당신은 알고 있다.


비록 당신 마음에 쏙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얘 정도면 나쁘지 않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상대를 골라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남들처럼 살고 있는 당신의 선택도 훌륭하다.
룸싸롱이나 사창가만 가지 않으면 된다.
바람만 안 피우면 되고.
이혼만 안 하면 되고.
애만 없으면 되고.


예전에 신해철 아저씨가 한 말이 생각이 난다.


돈이 없어서 집안이 안좋아서 배경이 안좋아서
연애를 못하고 결혼도 못한 채
비관적인 삶을 살다가 앞이 보이지 않아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년들이 생기지 않는 나라였으면 좋겠다고.


'버티는 삶에 관하여' 를 쓴 허지웅의 모토가 문득 생각난다.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고 버텨 남 보기에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나 자신에게는 창피한 사람이 되지 맙시다.
마음속에는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까지 버팁시다.




문득 김의성 아저씨가 당연히(!) 애 아빠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노총각에 아내도 아이도 포기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된 어느 날 밤.
(그 아저씨 만나서 커피 한 잔 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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