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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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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Dec 12. 2016

행복의 조건 verse 2

일찍이 나는 긍정왕이었다.

삶에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아마 그 때가 언제였나 하니
중학교 1학년 때 까지는
부모님께서 
가라는 대로 하라는 대로 시키는 대로 살았다는 기억이다.

노홍철 버금가는 a. k. a. 노긍정이었지.
(근데 저 나이대에는 다들 생각 없이 살지 않나?)



이듬해인 중학교 2학년 때 부터
미스터. 부 라는 만화에 빠져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춘기가 시작됐지만
서태지와 아이들 4집의 슬픈 아픔과 
자우림 2.5집의 알아를 들으면서 그 고약한 시기를 견뎌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대학생이 되고
군대를 다녀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나인가.


내가 겪었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일련의 사건들이
왜 나에게 일어났는가.
(정작 내가 한 잘못은 아무것도 없는데)

둥지를 박차고 날아보겠다던 패기어린 목소리
박찰 둥지조차 없는 새들은 어쩌니?


라는 가사가 가슴을 후벼파던 시절이었다.

늘 불만이 가슴 속에 있었고
늘 불길한 기운과 말들을 사람들에게 뿜고 다녔다.

그러는 어느 날 드렁큰 타이거가 부른 이상한 노래를 듣게 된다.

우리는 남과 항상 비교하며
행복과 나는 별개인 것처럼 살며
불만은 늘 꼬리처럼 따라다녀
뭐 하나 제대로 된 만족 없는 삶이란 틀
어찌하겠나 이것이 다 살아가는
모든 이의 인생인 것을 Yeah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행복의 조건
운전자에겐 탁 트인 도로가 행복
백수에겐 백수탈출이 행복의 조건
직장인은 승진이 상인은 대박이
엄마에겐 자식 잘 됨이 행복의 조건
싱글은 사랑과 
밍글하는 가슴 속 팅글거리는
(Love Love Love..)

말하고 싶으나 절대 말할 수 없고
먹고 싶은 음식 먹을 수 없고
걷고 싶으나 절대 걸을 수 없어
뛰고 싶으나 난 뛰어갈 수 없어
말하고 싶으나 난 말할 수 없고
먹고 싶은 음식 난 먹을 수 없어
걷고 싶으나 난 걸을 수 없어
뛰고 싶으나 난 뛰어갈 수 없어, Yeah!
날아갈 수 있어, Yeah! (Hoo)
내 맘 속에 아주 자유로이 

움직일 수 없지만은 보일 수 있음에
만날 수 없지만 들을 수 있음에
만질 수 없지만은 느낄 수 있음에
말할 수 없지만은 생각할 수 있음에
움직일 수 없지만 보일 수 있음에
만날 수 없지만 들을 수 있음에
만질 수 없지만 느낄 수 있음에
말할 수 없지만은 생각할 수 있음에
내가 잃은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당신은
행복한 사람
행복한 사람
내가 잃은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당신은
행복한 사람, 행복한 사람 (Yeah)
행복은 날 찾아 감싸 안아 Yeah 

행복의 조건


박승일이라는 루게릭병을 앓게된 전 농구선수가 쓰고 
타이거jk가 노래를 한 곡이다.


음악이나 영화, 책 따위에서 위안을 얻고 힘을 받고 동기부여를 삼고 살아가는 나에게 저 노래는
굉장히 커다란 
하나의 충격이었다.


어디 하나 불편한 곳 없고
사지 멀쩡하고
성격도 그리 거지같지는 않고
취향이나 태도, 생활습관 역시
그렇게 비정상적이지는 않은 내 삶과 내 인생을 
한 번 뒤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 뒤로 습관처럼 늘 경계하는 버릇이 하나 생겼는데
남과 비교하는 것 자체를 하지 않게 됐다.

분명 예전에는
환경이나 경제력, 삶의 질 따위에서
어딘가 나보다 못 한 사람들을 보며
마음 아파하는 뒷편엔
'난 저정도는 아니니까',
'에이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지' 라는 생각이 늘 팽배했다.

이 생각이 굉장히 위험한데

그 반동으로
나보다 잘나고 더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무너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뒤로 생각을 싹 고쳐먹었다.

힙합음악을 어릴적부터 좋아한 탓에

i just don't give a fuck 이라는 단어를 아주 좋아한다.



굳이 해석을 하자면 '난 좋도 관심없어' 혹은 '난 신경쓰지 않아(i don't care)' 의 강조형이랄까.


그래서 남들은 나를 두고
'이야 저새끼는 주변 눈치 하나도 안보네'
'쟤는 쟤만의 스타일과 본인이 가야할 길을 아주 제대로 알고 있어' 라는 말을 종종 해왔다.

하지만 남들 눈치를 전혀 살피지 않을 정도로
개차반은 또 아니고
어디가서 소위 튀는 짓을 하는 이단자(?) 도 역시 아니다.


그저 내가 좋아하고 선호하는 것들이
남들보다 유별날 뿐.


잠시 약간 다른 길로 샌 것 같은데

아무튼 그래서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집중하기 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산 적도 꽤 많다.

이게 또 함정이 있는게
언제나 그 틀 안에서만 계속 맴돌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더 욕심도 내 보고
조금 더 무리도 해 보고 살고 있다(여러 방면에서 아주 가끔).


개썅마이웨이를 가는 와중에도
여전히
역시나
외롭고 힘들때도 있다.

그런 힘든 시기를
어떻게든 이겨내야지!
라며 버티는 사람과
혹은,
골치 아픈 일들은 절대 생각하지 않을거야! 난 긍정적이니까!
라며 애써 외면을 해버리면
그 반동으로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결론은
힘들때, 골치가 아플때, 걱정거리가 있을때,
소위 말하는 '슬럼프' 가 올 때는
그저 그 바닥에 내려 앉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라는 소리다.

'이 바닥을 한 번 찍었으니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어'

라는 되도 않는 생각이라도 마음 한켠에 품고
의연하게 다 받아들이는게
나쁜것 만은 아니니까.


행복은 누구나 추구하는 삶의 목표이자
연료이며 이유이다.

그게 개개인마다 차이와 정도와 종류가 다를 뿐.


누군가에겐 연봉 1억이 행복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예쁜 여자친구가 행복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주말에 영화 한 편 보는게
누군가에겐 가족과 따뜻한 밥 한 끼 먹는게
누군가에겐 칼퇴가
좋은 차 좋은 집 좋은 핸드폰 좋은 옷 비싼 음식 외국여행 좋은 신발 등등..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바램들을 모두 긁어 모으면
아마 저 우주에 퍼져있는 별들보다 많을거다.


신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주신다고 누군가 그랬던가.
행복 역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행복만큼만 신이 주시는 것 같다.

그게 너~~~무나 사소하고
늘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게 나의 당신의 우리의 곁에 있는 것들이라서
다만 쉬이 인지가 되지 않을 뿐.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것은 
욕심이요 욕망이니
지금 당신에게 없는 무언가를 얻으려면 현재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 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늘 행복과 삶에 대해 생각할 때
신해철의 마지막 강연의 말을 떠올린다.

                

신해철 어록

신해철 속사정 쌀롱 신해철 마지막 강연 + 신해철 몰래카메라 개간지 영상들을 조금 찾아보니까 지금 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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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복은 이미 마음안에 있다.
행복은 자신이 생각하기 나름이다.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다 그렇게 살아'
'너 말고도 다 힘들어' 라는 되도않는 조언을 해 가면서
속물과 꼰대가 되는 걸 지양하고

없는 와중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과 사람들에게
좋은 걸 나누고
베풀며 사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


물론
정답은 없다.

다들 각자의 가치관과 각자의 생활 방식이 있기 마련이니까.



부유하고 풍족하고
남들처럼 살아왔다면 아마 절대로 못느꼈을
작은 소박한 
별 거 아닌 행복들.

밤마다 외로움에 허덕이는 것
좋아하는 노래 속에서
매 주 보는 영화의 
맘에 드는 대사와 장면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 
흐르는 온기를 느끼는 것
꾸준히 읽는 책의 
가슴을 때리는 한 문장을 
가슴 깊이 새기는 것
만화를 보면서 
저릿저릿한 소름을 느끼는 것
엄마와 아빠와 나누는 대화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
내리는 비를 보며 안락함을 느끼는 것
허전함
슬픔
외로움
안타까움
쓸쓸함
간절함

희망
절망
내가 느끼는 사사로운
그 모든 감정들.



나는 내 인생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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