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군 Feb 01. 2017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바빌론의 탑

이해

영으로 나누면

네 인생의 이야기

일흔두 글자

인류 과학의 진화

지옥은 신의 부재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 다큐멘터리


창작 노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이 책은 곧 국내에서도 정식으로 개봉할 '컨택트(arrival)' 의 원작 소설이 담겨있다길래 냉큼 집어서 읽었다.


영화의 소재도 소재거니와 주-조연 배우(에이미 아담스) 의 면면이 좋아서 국내엔 왜 북미 동시개봉으로 들여오질 않았나, 이러다가 토렌트에 먼저 뜨는거 아닌가 노심초사(?) 했었는데 웹에 캠버젼이 아닌 정식 dvd릴이 올라온다고 해도 극장에서 보기 충분한 소재를 지닌 영화니까 국내 수입산 제목을 저리 거지같이 지었지만 당당히(?) 예매하련다.



테드 창이라는 sf작가가 쓴 단편집을 묶은 소설이다. 타이틀의 원제 역시 '네 인생의 이야기(story of your life)' 지만 공중도덕을 지키는 예의바른 대한민국 답게 '당신의' 로 수정해서 타이틀을 지었다. 나쁘지 않아. 'arrival(도착)' 을 '컨택트' 바꾼 유니버설 픽쳐스 인터네셔널 코리아 보단 나쁘지 않아. 절대.


단편집인만큼 테드 창이라는 신진(?) 작가의 면면을 낱낱이 훑어볼 수 있는 장점으로 무장한 소설책이다.

sf를 워낙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책이 예전에 이미 발간이 되어있었는데 영화가 국내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새 표지와 새 종이로 재출판되니까 좀 사라 하는 광고가 너무 반갑다.


sf장르를 오프라인 서점등에 가면 아직도 '판타지' 코너로 몰아넣는 몰이해는 나같은 sf덕후들의 가슴을 찢는 그런 거라고 할까.


덕분에 신간이나 이런 새로운 작가가 등장하는걸 쉬이 놓치기 일쑤다. 테드 창 역시 '컨택트(arrival)' 가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게 분명하니까.

그러니까 나의 이런 볼멘소리들은 국내 서점 유통업자들에게 하는 하소연 같은거다. 부디 sf장르 를 무시하지 말도록.



소설들을 다 읽고나서 드는 감정은 전체적으로 무난한 글을 쓰는 작가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네 인생의 이야기' 는 확실히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

내가 sf소설 작가들 중에 유독 편애하는 단 한 명이 있긴 해도 나름 기라성 같은 작가의 소설이라면 꼭 읽어는 보는 스타일인데도 이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 는 놀랍도록 새롭고 입이 떡 벌어질만큼 대단한 소설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단편집을 리뷰하는 장점은 하나 하나 그 꼭지를 각각 리뷰할 수 있다는 데에 있으니 인트로는 이 쯤 하도록 하고 각 소설들의 감상평과 줄거리들을 만나보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덧붙이자면 sf를 좋아하는 소설 매니아들은 테드 창의 이 단편집을 반드시 읽기를 권한다.

(부디 영화 먼저 보지 않기를.. 아 이미 늦었나 이번주-20170202-에 개봉을 하니...)













+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책은 작가 자신이 쓴 창작 노트가 존재하니까 읽다가 '이 새끼가 지금 무슨 소릴 지껄이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 때면 언제든 책의 맨 뒷 쪽으로 가서 창작 노트를 참고하면 된다.

그걸 읽는다고 딱히 테드 창의 소설이 100% 이해가 가진 않겠지만.













바빌론의 탑


제목에서 얼추 유추할 수 있는 바벨탑 신화에 입각한 소설이다. 지상에서 올려다 보면 끝이 보이지 않고 탑을 건설하고 있는 맨 꼭대기 층에서 지상을 내려다 보면 대륙의 지형마저 보이는 어마어마하게 높이 솟은 탑에 대한 이야기다. 신으로 규정지어지는 '야훼' 가 등장(언급만) 하고, 신에게 닿고 싶어하는 인간의 열망과 그러 인간들을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게으른 신에 대한 이야기 이지만 결말은 어메이징 스토리에나 나올법하게 잘 꼬아놔서 나름 참신함을 지닌 소설이 되었다.




이해


사고로 인해 뇌를 다친 한 사람이 호르몬 k 요법이라는, 손상된 뉴런을 대량으로 재생시키는 시술을 받은 뒤 얻은 부작용 덕분에 세상의 모든 이치와 사물 가운데에서 모든 흐름과 질서를 꿰뚫어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된다는 이야기. 비슷한 대칭점에 서있는 적대자도 등장하기 때문에 가벼운(?) sf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만한 스릴러 소설이다.




영으로 나누면


인류 사회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수학' 이 알고보면 온갖 오류와 모순 덩어리임을 고발하는(?) 소설. 결국 수학은 일종의 숫자와 공식의 나열일 뿐이고 정작 중요한 건 인간의 창의력이다.




네 인생의 이야기


헐리웃에서 영화로도 제작된, 본작의 타이틀이 된 소설. 어느날 인류는 뜬금없고 느닺없이 지구의 상공에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한 비행물체 속 외계인을 조우하게 된다. 소설은 그들이 지구에 온 목적과 이유를 알고싶어 하는 전형적인 외계인 sf류의 골자로 뻔하게 흘러가지만 정말 중요한건, 외계인들의 언어 체계를 분석하려 언어학자로 등장하는 루이스 뱅크스라는 한 여인이 외계인들(헵타포드) 의 언어를 이해하면서 얻게되는 미래를 보고 예지할 수 있는 능력에 관한 이야기다. 이 소설에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위해 '페르마의 최단 시간의 원리' 가 쓰이는데 양자역학을 잘 모르는 나같은 문외한이 읽어도 전혀 어렵지 않게 풀어나가서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낄 정도다. 





광선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선택하기 전, 자신의 최종 목적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논 제로섬 게임.




삶을 대하는 비슷한 패턴을 수집하여 일종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인지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끝이 뻔히 정해져 있는 길 군데군데, 온갖 변수와 변칙이 도사리고 있는 인간의 삶에서 흐름에 취해 결말을 생각치 않는다면 그 누구도 원만한 삶을 살 수 없을테다.


이 소설은 최소화, 최대화라는 논리적이고 이론적인 계산을 하는 외계인의 입장을 빌려, 인간의 삶을 어떻게 흘러가고 헤쳐나가야 하는지 어떤 모종의 해답을 주는 아주 좋은 sf소설이다.


그걸 영화가 과연 어떻게 풀어나갔을지 매우 기대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분명히 원작과는 다르게 만들어졌음이 분명하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있다.

그럼에도 머리로만 이해했던 이 소설의 모든 것들을 눈으로 감상할 기회가(그것도 정식으로) 생기니 sf 팬으로서 여간 기쁜게 아니다.


살면서 본작만큼 다시 몇 번이고 읽고싶은 sf소설은 필립 k. 딕의 '작년을 기다리며' 밖에 없었는데 아주 오랜만에 좋은 소설을 만나게 되어 참으로 행복했다.




일흔두 글자


범죄 스릴러 장르를 빌린,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에 대한 고찰. '골렘' 으로 일컬어지는 점토로 만든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은 랍비의 이야기에서 착안한 이 소설은 '인간이 낳은 피조물이 또 다른 피조물을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어찌보면 모순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반면에 인류의 멸절까지 걱정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흥미로운 이론들마저 깨알같이 등장하는, 영화의 장면 장면들이 스쳐지나가는 좋은 소설이다.




인류 과학의 진화


영국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 에 게제된 소설. 작가 나름의 재치를 발휘해 '초인간적인 지능을 가진 지성인이 지구에 출현했을 때, 과연 학술지는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으로 출발한 소설이라 한다. 작가의 창작 노트의 말을 빌리자면,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에는, 설령 컴퓨터 혁명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다만 어딘가 다른 장소에 사는, 다른 사람들에게나 일어난 일' 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지옥은 신의 부재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지구에 빈번히 강림하는 천사들에 대한 옴니버스 스토리. 어찌보면 지극히 '기묘한 이야기' 에나 나올법한 소재지만, 기독교와 천주교, 주로 신과 천사를 믿는 종교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읽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한,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다. 작품의 제목 그대로 지옥은 단지 신이 '없는' 세계이며 지금 사는 곳과 다를 바 없는 곳이라고 표현된다. 다만 천국으로 가는 길목에 놓인 '인간계' 에 사는 사람들은 신의 존재와 천사의 강림 따위를 눈으로 직접 보고 강림으로 인한 실제적인 피해(!)도 입고 하기 때문에 지옥에 떨어지게 되면 단 한 번이라도 신을 믿었던 사람이라면 신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열망에 사로잡혀 보고 듣고 만지는 모든 것들이 비탄으로 이어진다. 이 지옥에 대한 모든 것들은 신의 부재에 대한 결과이다. 작가의 신에 대한 생각을 객관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 다큐멘터리


이 소설은 당신이 이걸 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외모에 대한 편견이 전 세계 곳곳에서 왕왕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뇌의 일정 부분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상대방이나 타인에 대한 '미적 기준' 을 억제시킨다는 시술, '칼리아그노시아(calliagnosia)' 에 관한 소설이다. 펨블턴 대학이라는 가상의 집단에서 시범삼아 '칼리' 를 의무적으로 이행하느냐 마느냐라는 사안을 두고 교수, 학자, 일반 대학생 등을 인터뷰 했다. 우리는 지금도 얼마나 많은 외모 지상주의로 인한 부당함, 친절함, 편협함 속에 살아가는가. 나 조차도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을 보면 저절로 마음이 열리는 판국에 뭔가 달라보이고 이득을 평범한 사람들보다 쉬이 취할 수 있는 위치에 자연스레 올라선 예쁘고 잘생긴 그들을 욕할 자격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본 바에 의하면 뭐니해도 사람은 마음이다. 작가 노트의 말을 빌리자면,

과거에 심리학자들은 가짜 대학 입학원서를 여행자가 깜박 잊고 간 것처럼 공항에 놓아두는 실험을 시행한 적이 있다. 원서의 여러 항복에 기입된 글은 언제나 동일했고 다만 가공인물인 지원자의 사진을 이따금 바꾸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지원자의 용모가 매력적일 경우 원서를 주운 사람들이 그것을 대신 우송해줄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 놀랄 일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 실험은 우리가 겉모습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결코 서로 만날 일이 없는 상황에서조차 우리는 매력적인 사람들을 선호하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