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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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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Feb 22. 2017

모멸감

부제: 가 족같이 모십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을 그만뒀다.
일주일 전 쯤에.
(아아 벌써부터 cgv와 내가 관심있어하는 모든 온라인 매장들의 한숨이 들려온다)


사건의 전말을 용의자의 입장에서 서술해 보자면, 회사가 직원에게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앞에서 일하던 사수가 하나 있었는데, 정말이지 나보다 몇 십단계는 높은 처세술과 실력과 지혜까지 겸비한 사람이었다. 그동안 그 회사에 몸담아 오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은 그 회사를 그 정도까지 끌고 온 사람은 사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멋있는 사람이었다.

나도 나름 사회생활 좀 해 봤다고 어느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던지 맡은 일을 본인 일처럼 하는 사람을 가끔 목격하곤 하는데 알고보면 그런 자세가 본인의 이익을 위한 하나의 처세술로써, 그리고 승진과 윗 사람들에 대한 자기방어, 끝으로 가장 중요한, 연봉협상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고도의 셀프 마케팅 정도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내 사수는 본인이 설령 그런 목적이 있어서 회사에 몸바쳐 일했다손 쳐도, 정작 내 살갗으로 느낄 정도는 아니었기에, 정말이지 능구렁이처럼 처세술이 좋은거였던지 아니면 바보던지 둘중에 하나일 것이다.

사수와 회사의 다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일단 내 일이 아니니까 왈가왈부 여기에 쓸 필요성도 못느끼지만 옆에서 그 모든 것들을 듣고 보고 했던 나로선 사수가 나간 이후의 회사는 사수가 있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어떤 것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어중간한 공기의 며칠이 지나고
어느날 회사를 운영하는 분께서 나를 붙잡고 사람들 다 들으라는 듯이 설파를 하더라.

'너는 디자인을 못하는 구나?'

순간 머릿속에서 안전핀이 뽑혀져 나가는 걸 느꼈다.
거기에 덧붙인 말들은

'네 사수 때문에 네가 할 일들을 못했던 거야. 네 사수가 네 앞길을 다 막고 있어서.'


그 회사는 그렇게 여유있는 곳이 아닌 걸 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면서 다녔다.
뭐든 빨리해서 쇼핑몰에 업로드를 하고 또 다른 곳, 또 다른 곳, 또 또 다른 곳에 제품을 올리는 게 나의 주 업무였다.

빨리 좋은 결과물을 내놓고 나머지 작업들을 휙휙 해나가는걸 싫어할 회사가 어디에 있겠냐마는
나는 디자인 일이라면 뭐든지 오랜시간 앉아서 진득하니 고민하고 만들고 부수기를 몇 번씩 반복해야 하나 건질까 말까한 스타일인데
사수는 일단 그게 됐던 사람이었다. 
나보다 보는 눈도 있고 그 회사가 가지고 있는 제품들의 특성과 장점을 잘 살려, 제품 이미지만 빨리 갈아 낄 수 있는 정도의 어떤 '길' 을 터득을 한거다. 사수가 재직하고 있던 그 4년동안.

나를 앉혀놓고 저 말을 했을 때 나는 서너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있던 중이었다.
워낙에 디자인병신인데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단 임시 방편으로 만들 네이버 카페의 대문을 거지같이 만들었다고 바빠죽겠는 사람 이리 와보라며 저런 소릴 지껄였다.


정말 디자인일로 밥 빌어먹던 초반에 들었던 말이라서 근 8년여만에 들으니 신선하고 좋더라.



정확히 3분만에 대충 만든 대문이었다.

'저한테 시간을 줬으면 좀 괜찮지 않았을까요?'

'너 바쁜건 나도 아는데, 정도가 있어야지. 이건 나도 만들겠다.'

그럼 니가 만드시던가요.
라는 말이 목구멍에 걸려서 말 대신 헛기침이 나왔다.



사수가 회사를 나간 이유는 결국 4년동안 바뀌지 않은 회사 시스템과 불합리에서 촉발된 거다.
불합리를 겪었으면 바꿔야지 그걸 참고 견뎌냈음을 비교하고 자랑할 병신은 이제 못되기에 나도 나왔다.


쥐꼬리만한 월급 받으면서 친구들도 소원해지고 여자도 못만나면서 나 하나 먹고살기 전전긍긍 해대며 어떻게든 감사함과 긍정으로 버텼는데 늘 버팀목이 되어주던 사수가 옆에 없으니까 '그 사람 덕분에 그동안 참 편하게 회사 다녔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만약에 사수가 그만두지 않았다면 회사의 저 좋같은 꼴을 영영 모른채 룰루랄라 다니고 있었을 다른 가능성의 내가 한심해 보였다.


왈가왈부 니가 옳네 내가 옳네 시시비비 가려봤자 내 입만 아프고 바뀌지 않을걸 알고 내 스트레스 쌓일걸 아니까 그냥 '여기까지구나' 라는 생각으로 다음 날 부터 무단으로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 내가봐도 참으로 애같고 병신같은 처사지만 그동안 재직하는 와중에 단.한.번.도. 회사에 부당한 요구나 불평불만을 늘어놓은 적이 없었던 새끼가 왜 갑자기 안나오는지, 누구 때문에 가족같은 회사 식구들 모두에게 연락 끊고 잠수를 탔는지(내 블로그도 회사 사람들 다 알아서 의식적으로 잠수 탄건 아닌데? 그냥 쳐 자느라 전화 안받은거지), 머리가 있으면 생각이라도 좀 골똘히 해 보라고 일언반구도 없이 안나간거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게 저 말을 뱉은 본인께서는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니다' 라고 전해들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누구나 다 아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고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듯이 나도 언행에 신경을 좀 써야겠다는 아주 좋은 교훈을 얻었다.


결론적으로
그 돈받고 스트레스도 덤으로 얹어받으며 좋되느니
내가 하고싶은거 하다가 좋되는게 더 낫겠다 싶어서
 나왔다.



뭐가 어찌됐든
가족같은 회사는 가 좆같은 회사가 됐고 나름대로 차곡차곡 나의 이 회사에서의 역사(?)를 모아온 급여명세서는 일을 쉰지 정확히 일주일이 되던 때 옥상에 올라가 액땜하듯이 태워버렸다.


a4용지는 참 잘 타기도 하지♥︎.gif





누가 잘했다 잘못했다 따지기도 귀찮다.
그저 걱정해 주는 동료 직원들에게 인사도 없이 나와서 미안하고 고마울 뿐.



아무 생각없이 자고 싶을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책 읽고 싶을때 책 읽고 하니까 세상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라.
(사실 따지고 보면 요 며칠동안 블로그 포스팅만 엄청 했지..)




이렇게 또 연애는 멀어지고
이렇게 또 결혼은 더 멀어지는구나.






앞으로 갈 길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좋되도 내 인생이고
좆나 잘되도 내 인생이다.
한 번뿐인 인생,
후회없이 살다 갈거다.





왜 많이 못 배우고
실력이 조금 모자라고
배경이나 연줄이 없는 사람들은
회사의 불합리와 부조리를 보고도 그냥 참고 다니는게 당연시되는 세상인지
왜 저런 모멸감을 느끼는 말을 듣고도 한 귀로 흘리지 못해, 끈기가 없다는 되도 않는 말을 들어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는 세상이다.


그렇게 잘 참으면 니가 해봐.
난 안한다. 더러워서.












항상 난
지나치기만 했네
이제 난 미련없이 끝내
됐어
찾아냈어 난
모두가 또 나를 원하는가
이제 난 바라는 건 없어
나는 rock and radio and d.a.t.
나의 guitar, big energy
나의 장갑속에 너의 큰반지
길을 떠나며 난
많은
사람 들을 지나쳤지
내게는 없던 또 다른 눈빛
시간을 겁내지 말고
이제는 막연히 기다릴 수는 없어

눈부신 햇살에 내 모든것을 맡기고
오래된 그리움은 모두 벗어제끼고
나의 그 생각들엔 멋진 날개를 달아
이제는 난 지치지 않아
모든 걸 난 여태 이겨내왔어
밤새워 내린 하얀 눈과
아침을 열어주고 있는 태양
내 맘을 자극하는 바람
난 지금 시작해
knock the world
break the wall
rock and roll
하얗게 내린 눈 위로 날아가듯
내 꿈에 큰 날개를 달고서
더 밝은 나의 미래를 약속하듯
세상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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