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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Jul 02. 2017

영화 옥자 후기 쿠키영상 있음

캐릭터 구축의 힘.

그리고 무엇보다 맛이 ㅈㄴ끝내줘야지.





여자애가 허락했어.





매운탕 먹고싶어!





통역은 신성하다.





가격이 싸면 다들 먹어. 불티나게 팔릴거야.





-쟤 오늘 아무것도 안먹었어?

-지구에 손톱만한 생채기도 내기 싫대.

-식량 생산 자체가 착취야.

-그럼 방울 토마토라도 먹어.

-안먹을거야. 그것도 에틸렌 가스로 재배하고 경유차로 운송했지.











캐릭터 구축의 힘.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넷플릭스에서 개봉했다. 물론 넷플릭스 정기 구독을 해지한 나는 극장에 가서 옥자를 관람했다(대형 dvd방 같고 좋더라).



영화, 옥자의 줄거리는 


10년 전, 악랄한 기업인 이었던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기업을 되살리고자 루시 미란도가 유전자 변이로 만들어낸 동물들을, '슈퍼 돼지 프로젝트' 라는 명목하에 전 세계 축산 농가에 보낸 '미란도 코퍼레이션' 이

10년 뒤, 회사의 자산인 슈퍼 돼지들을 되찾아 온다는 이야기.



영화 옥자는 그저 한 편의 소란극이다.

그 속에 거대 기업이 품고있는 소비자들에 대한 눈속임과 그걸 용납할 수 없는 반대 단체(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 의 암투 속에 주인공 '옥자(10년 전 미자네 집에 입양됐던 슈퍼 돼지 이름)' 와 '미자' 가 있을 뿐.



그리고 그 뒤에 봉준호 감독이 쌓아올린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그야말로 춤을 춘다.


등장부터 눈을 사로잡던 죠니(제이크 질렌할) 부터






의외로 멀쩡하게 한국말을 구사하는 케이(스티븐 연),






미란도 코퍼레이션을 운영하면서 아버지를 그대로 닮았던 언니에게 콤플렉스가 있는 루시(틸다 스윈튼) 까지.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옥자와 미자를 평범하게 보이게 하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영화 옥자를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우리가 지금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들이 과연 어떻게 생겨난 것들인가.

인간의 과욕은 과학이 발전하면서부터 점차 우리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데, 영화 옥자에서 이야기 하는 건 그런 것들이다.

모피코트, 악어가죽 가방, 유전자재조합식품, 티컵 강아지 등..

(영화 보다가 문득 내가 씹고있던 팝콘의 주재료인 옥수수가 유전자 변형 농산물로 재배된 게 아닐까 싶어서 먹는걸 멈췄다)


만물의 영장임을 자처하며 신의 흉내까지 내는 작금의 행태는 이런저런 이유들을 붙여가며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결국에 웃음짓는 건 거대 기업들 뿐인데 우리는 그저 편하다는 이유로 맛있고 값이 싸다는 이유로 예쁘다는 이유로 그 모든 것들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그럼 우리가 환경을 절대로 파괴하지 않고 취할 수 있는건 과연 무엇이 있을까?' 라는 물음엔 위의 마지막에 쓴 브론드와 실버의 대사처럼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우리는 지구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지구에게 큰 빚을 지며 살아가고 있다.


영화 옥자를 연출한 봉준호 감독의 성향 덕분에 약간 코믹하게 그려진 작품이지만

그저 웃어넘기기엔 많이 불편한 영화다.




영화 옥자는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하기 전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극장에 걸리지 않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공개되는 영화는 경쟁부문 출전 기회 자체가 없다는 칸의 한 심사위원의 말과 더불어

유독 국내 극장 개봉에만 많은 잡음을 일으키는 지금의 상황은 실소가 터져나올 뿐.

(옥자는 넷플릭스와 극장, 동시 개봉이다)



마치 단합이라도 했는지 3대 공룡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 멀티플렉스 세 군데, cgv, 메가 박스, 롯데 시네마를 필두로 영화 옥자는 현재 상영금지가 걸려있는 상태다.



그 틈새를 노리는 봉준호 감독(과 배급사 NEW) 의 기지는

상대적으로 해외보다 '넷플릭스' 라는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의 여러 관객들을 동네에 있는 소규모 영화관으로 가게 만들었다. 

(평일 저녁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옥자를 보러 그 작은 극장에 오더라. 거의 전석 매진)

옥자를 찬양하는 관객들은 현재 cgv, 메가 박스, 롯데 시네마에서 예매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리얼' 을 똥작에 괴작이라며 비웃는 실정이다.




옥자를 찍었던 스탭 중 한 명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영화 옥자는 사실 극장 개봉 자체를 포기하고 만든 영화라고 한다.

(덕분에 개봉일 당일인 6월 29일 현재, 이미 토렌트 사이트에서 자막과 함께 영상이 활발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다)

넷플릭스와 플랜 b(브래드 피트가 운영) 등의 제작사는 500억이라는 제작비를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수거할 목적이었다는데, 그만큼 봉준호 감독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영화가 왜 굳이 국내 극장에 걸려고까지 마음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덕분에 우리는 제작비가 모자라서 이질감이 느껴지게 cg처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괴물(2006)' 의 마지막 씬에 대한 기억은 싹 잊고,

전혀 티나지 않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옥자를 실제 존재하는 생물인 것 처럼 여길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명동 한복판을 거닐다 다이소에서 끝마치는 옥자와 미자의 활극은 너무나도 끝내줘서

아직 국내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영화가 지닌 장르적 특성을 영영 극복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의도야 어찌됐든 봉준호 감독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으며 관객이 원하는 입맛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는 '다양성' 을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한 감독이 되었다.

cgv나 메가 박스나 롯데 시네마나 누구 하나 총대 매고 개봉 했다면 이정도로 싸잡여서 욕먹진 않았을텐데 참 바보들 같다.

어차피 마지막의 마지막 까지 수익만을 쫓는 거대기업이라지만 이번 선택은 너무 안일했다.




참고로 영화 옥자엔 엔딩 크레딧 뒤에 쿠키영상이 애교처럼 들어가 있다.

보지 않아도 되지만 내가 갔던 극장에선 우습게도 상영기사 아찌가 엔딩 크레딧을 자르고 바로 쿠키영상을 보여줬다.

정말 무슨 dvd방에 온 것만 같았다.











+

봉준호 감독의 선택인지 알 길이 없지만 오랜만에 소규모 영화관에 찾은 관객들에게 옥자 부채와 옥자 포스트잇 을 입장시에 나눠주더라.

날도 더운데 되게 고마웠다(포스트잇은 안고맙).





역시 남자는 핑크지♥︎





내가 어린 시절에 학교 서클활동으로 영화 감상부를 몇 년 한 적이 있는데

주말에 정기적으로 찾아가던 극장을 몇 십년만에 다시 가게 되니 옛날 생각나고 좋더라.

(극장 팝콘은 너무 맛이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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