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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Aug 25. 2017

영화 브이아이피 후기

남조선에선 경찰 아저씨 그렇게 그윽하게 쳐다보는거 아니야.





광일이 너, 안서지?





너네 그거 정말 몰랐어? 그거 문제있는거 아니야?













클리셰 덩어리이지만 약간은 다른 색을 가지고 있는 영화.



영화 브이아이피는 그동안 우리가 지겹다는 말도 지겨울 정도로 봐왔던 한국형 느와르 영화(그리고 범죄 영화)의 모든걸 다 담고 있다. 말투, 행동, 묘사, 어느것 하나 새로울 것 없는 흐름에 딱 한가지 독특했던건 '기획 귀순'.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내려온 'VIP' 김광일(이종석) 이 한국의 연쇄살인범 용의자로 지목된다. 폭력적이면서 사건해결 과정보다는 '성과' 만을 중요시하는 한국의 경찰, 채이도(김명민) 가 김광일을 쫓지만 언제나 그를 막아서는 국정원 요원, 박재혁(장동건) 덕분에 김광일을 늘 코앞에서 놓아주게 된다는 이야기. 그와중에 북에서 김광일을 잡으러 내려온 리대범이 등장하는데...



수트간지를 뽐내던 장동건은 이제 중년이 되었다. 정우성과 늘 대한민국의 대표 미남으로 손꼽혀서인지 극 초반부의 욕 대사가 영 이상하다(아저씨도 후시녹음 하셨쎄요?). 김명민은 언제나 자신이 맡은 캐릭터 그 이상을 보여주는 연기를 하는데, 영화 브이아이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썩을대로 썩은, 부패한 경찰은 아니지만 양아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지독한 경찰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분량이 많이 깎여나간 것 같은 박희순은 왠지 불쌍하고, 가장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 악당 이종석은 남자가봐도 '어라 저새끼 왜 저렇게 예뻐?'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마스크나 분위기, 미소따위가 정말 미친듯이 잘 담겼다.








북에서 내려온 극악의 살인마를 표현하기 위해 곱상한 외모와 정 반대되는 김광일의 성격을 담아내느라 그의 변태적인 성적 취향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게 퍽 자극적이다. 한국 영화판에서 더이상 새로 보여줄 게 없는 것 같은 충무로의 안일한 영화제작은 이정도까지 와있다(하긴 뭐, '악마를 보았다-2010-' 에 비하면 브이아이피는 애교지). 남성의 성도착증에 시달려 과도한 폭력에 맥없이 쓰러져가는 여성과 그를 두고 서로 줬다 뺐었다를 반복하는 경찰, 국정원 그리고 CIA. 현재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 사이에 끼어있는 대한민국을 보는 것 같았다. 분명 우리도 발언권이 있을진대 주인공을 쏙 빼놓고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아무튼 한국형 느와르를 표방했다는 브이아이피는 새로울 건 없지만 볼만은 한 영화다. 런닝타임 내내 극적 효과로 인해 쓰러져가는 주인공들과 계속 고구마만 먹여대던 관객에게 보여주는 에필로그, 박재혁의 총질은 뭐, 나쁘지 않았다.

(왜 오프닝에 '장동건' 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오는지 잘 알게 해 주는 대목)



배우들이 가져다주는 몰입도 하나만으로 믿고 볼만한 영화.












+

'신세계(2010)' 로 청불영화의 성공을 크게 맛봤던 박정훈 감독의 (내가 본)두 번째 작품인데, '대호(2015)' 때도 그렇고 쉽게는 가지 않으려는 포부가 얼핏 보이긴 하지만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영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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