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커버하는 사례.
불가능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 무하마드 알리
왜 나 안 데려갔어요?
신파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커버하는 사례.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너무 뻔하다. 너무 뻔해서 중간중간 지루하다못해 하품이 나올 정도. 하지만 그 여백을 배우들의 연기로 다 커버한다. 게으른 감독의 훌륭한 연기자의 영화랄까.
과거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이었던 '김조하(이병헌)'. 현재는 오갈데 없는 전단지 아르바이트생 신세라 17년 만에 우연히 만난 엄마, '주인숙(윤여정)' 의 집에 얹혀살기로 한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이복동생 '오진태(박정민)'.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있는 진태를 맡아 엄마 대신 피아노 경연대회에 내보낸다는 이야기.
영화는 심할정도로 예측이 가능하다. 우연에 기댄 희귀한 캐릭터들의 등장 또한 뻔하고 말도 안되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물론 영화라 가능한 이야기들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게 함정. 백보 양보해서 애달픈 가족사를 좋게 봐주려 하면 툭툭 튀어나오는 신파극에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뻔한 소재들. 이 영화가 왜 설날 시즌에 개봉하지 않고 한 달 먼저 개봉했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피아노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장애소년으로 등장하는 박정민의 미친 피아노 실력은 이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하드캐리하는 부분이다. 물론 운지법 따위 개나 줘버리라며 단기간에 속성으로 피아노를 배운 티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기관총을 연사하듯 피아노를 내려치는 박정민은 감동코드를 넘어 감정이 벅차오르게끔 하는 무언가가 있다. 감독의 연출은 하이라이트 씬에서 박정민의 손을 빨리감기로 돌린 부분 뿐♥︎
너무 뻔하지 않게, 신파 코드를 집어넣지 않고 스토리를 자아냈으면 훨씬 좋은 영화가 됐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물론, 이 영화를 보고 나온 직후 내 폰에 저장되어 있던 들국화, 전인권의 '그것만이 내 세상' 은 얼른 찾아 들었다.
덤으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 등장한 헝가리 무곡을 포함한 피아노 곡들 모두 역시.
쇼팽 - 즉흥환상곡
드뷔시 - 아라베스크 No. 1
쇼팽 야상곡 Op9 No. 2
헝가리 무곡
젓가락 행진곡
+
당연히 영화에 특별출연 한 한지민은 기가막히게 아름답다.
++
남편의 가정폭력에 어린 아들을 두고 죽음을 결심했던 인숙도 안타깝지만 홀로 세상에 남아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쳤을 조하가 더 슬프다. 비수가 되어 콱콱 꽂히던 인숙의 말에 울컥 울컥 하던 이병헌의 감정 연기는 한 때 산타였던 이병헌의 사적인 사정을 약간 흐릿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하지만 영영 잊혀지진 않음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