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가 지닌 힘.
5주 전, 19명이 조국을 공격했다. 너희 12명이 반격의 선봉이다.
미국인 한 명이 다치는 것 보다 내 부하 500명이 죽는게 낫습니다. 왜인지 아시오? 미국인이 죽으면 미국이 전쟁에서 발 빼고 우리가 패전할 게 뻔하니까.
실화가 지닌 힘.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미국 뉴욕의 110층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에 대한 항공기 테러가 일어나고 보름 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요원 11명을 파견해 탈레반의 본거지를 섬멸할 작전을 펼친다는 이야기.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라서 그 전율이 더 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전쟁영화를 기대했다면 큰 오산. 미국은 고작 열 두명의 군인들로 아프가니스탄 곳곳에 숨어있는 탈레반 무리들의 거주지역을 하나하나 공략해 가는데 그 방법이 굉장히 어려웠다. 막강한 무기로 하늘을 점령하고 있는 미국이지만 목표물에 대한 공습을 위해 좌표를 알아야 했고 그걸 사람이 일일이 지역 근처까지 가서 직접 불러줘야 하는 상태.
토르의 이미지를 평생 끌고 가야할 운명을 지닌 '크리스 햄스워스(미치 넬슨)' 는 전쟁 경험이 없는 초짜 대위였고, 그를 보좌하는 '할 스펜서(마이클 섀넌)' 가 필드 경험이 많아 넬슨 보다 더 듬직할 정도. 두 사람의 케미는 마이클 섀넌이 지닌 특유의 믿음직 스러운 마스크 덕분에 두 캐릭터가 스크린에 동시에 담기면 관객으로 하여금 브로맨스를 기대하게 만들지만 할이 전장에 들어서자마자 등장씬이 넬슨에 비해 현저히 적어지기 때문에 아쉽.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영화지만 뻔한 전쟁영화가 아니기에 약간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적진에 죽으러 갔던 열 두명이 모두 살아서 돌아왔다는 실화의 힘이 지닌 무게감은 단점들을 모두 무시할 수 있을 정도. 믿기 힘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12솔져스의 원작은 'the horse soldiers' 라는 책이다. 탈레반이 점거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고 적들의 주둔지를 하나 둘 폭격할 좌표를 알아낸다는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을 거라는게 영화에도 잘 녹아내려있다. 탈레반의 탱크와 박격포를 상대로 말과 기관총으로만 응전했던 미국 정예 요원들의 하이라이트 전투씬이 압권.
이들의 임무가 끝나고 미국에서는 열 두명에 대한 대대적인 환영식이나 훈장 수여식 따위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비밀리에 수행된 작전이었고 미국을 먼저 친 탈레반에게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지닌 국가가 그들에게 나름의 불의 철퇴(...) 를 내리기로 결정한 사안이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