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염력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이제와서 아빠노릇 하려고 하지 마세요, 역겨우니까.
아빠노릇 한 번 제대로 하라고 이런 능력을 보내준 것 같아.
간이 영수증은 정산이 안돼.
진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처음부터 이기도록 태어난 사람들이라고요. 에네르기파? 그거 아니에요. 대.한.민.국.!. 국가 그 자체가 능력인 사람들이라고요.
이 영화는 염력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부산행(2016)' 의 선전으로 단번에 네임드가 되어버린 연상호 감독의 (실사 영화로는)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영화 염력은 어느날 갑자기 사물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초능력이 생긴 '신석헌(류승룡)' 과 10여년 동안 서로 떨어져 지냈던 그의 딸, '신루미(심은경)' 가 석헌의 아내이자 루미 엄마(김영선) 의 불의의 사고로 생을 달리하게 되어 다시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일단 범상치 않은 소재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영화지만 감독은 연상호라는 걸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 영화는 과거 용산 참사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2009년 용산 4구역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해 온 철거민과 전국 철거민 연합회 등 30여명이 보상과 관련하여 경찰과 대치하던 중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했던 대참사를 감독은 스크린에 고스란히 재현한다. 당장 눈에 들어오는 플롯은 석호의 초능력과 루미와의 관계회복이지만 철거민에 초점이 심하게 맞춰진 탓에 나머지 것들이 굉장히 헐겁게 진행된다. 그래서 염력이나 가족애는 뒷전이고 오직 철거민과 그들을 제거하려는 용역들, 그리고 뒤에서 사람들을 움직이고 있는 거대 기업의 오너가 영화를 이끌고 간다.
때문에 영화는 어느것 하나 제대로 조종하지 못한채 갈지자로 걷는다.
본작의 제목이자 핵심 구동력이 될 수 있는 소재가 그저 '마술' 로 치부되는 석호의 염력은 차치하고, 답이 없고 실체가 잘 보이지 않는 '보상' 운운하는 철거민들은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굳이 그 이야기를 영화에 넣었어야 했나' 라는 감상이 든다. 극 후반부 재개발 지역의 결말이 등장하는 것 역시 용산 참사와 똑 닮아있어서 영화 염력으로 연상호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은 정확히 알겠는데 덕분에 영화가 재미가 없어진 건 대체 어쩔거냐고 묻고싶다.
차라리 루미와 석호의 관계 회복을 뻔하지 않게 그렸으면 그나마 봐줄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텐데 철거민의 이야기 말고는 거의 다 대충 갖다 붙인 느낌이라서 영 별로인 영화다.
심지어 루미의 아빠인 석호는 10년 전, 어쩔 수 없이 가족을 버렸던 것 치고는 루미를 그리워 한다거나 아내에게 지은 죄(?)를 뉘우치며 살아가는 캐릭터라고는 생각 할 수 없는 오프닝을 보여준다.
그리고 부산행의 그 감독이 맞는지 의구심마저 드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컴퓨터 그래픽은 마치 '디워(2007)' 의 스텝들이 만진건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당신이 용산 참사를 제대로 돌아보고 싶다면 염력을 보지말고 '두개의 문(2011)' 과 '공동정범(2016)' 을 보면 된다.
+
백보 양보해서 그나마 건질 수 있었던게 딱 하나 있는데 바로 정유미가 연기한 '홍 상무' 라는 캐릭터다.
그녀는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의 최상위층에 군림하는 거대 기업의 오너 정도로 등장하는데 관객들로 하여금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캐릭터이지만 본작에서 거의 유일하게 매력적인 악당 캐릭터인데다 자신의 손을 대지 않고 쉬이 코를 푸는 게 주 업무인 괴랄한 매력의 소유자다. 등장 시간이 총 10여분도 채 안된다는 게 큰 함정이지만. 이렇게 살짝 맛만보고 버리기엔 캐릭터가 심하게 아까울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