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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Feb 17. 2018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후기

영화광고 카피의 낚시란 이런 것이다.

가운데 손가락~!!




어른들이 울려고 하면 난 바로 알아.




당신네 말본새를 보니 이렇게 살만 하네요.




무지개 끝엔 황금이 있대.




이런게 인생이지.










영화광고 카피의 낚시란 이런 것이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예고편도 보지않고 오직 포스터 하나와 영화 정보 몇 줄만 보고 예매를 결정한 영화다.



2018년 우리를 행복하게 할 가장 사랑스러운 걸작!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건너편 '매직 캐슬' 에 사는 귀여운 6살 꼬마 '무니' 와 친구들의 디즈니월드 보다 신나는 무지개 어드벤처!!


..가 네이버 영화에 쓰여져 있는 정보이고 어디선가 본 영화정보엔 '무지개의 끝에 있다는 황금을 찾아 떠나는 아이들의 이야기' 라는 식의 텍스트가 쓰여져 있었다.


희망찬 무지개가 떠있는 메인 포스터와 함께.






이 영화는 마냥 꿈만 쫓는 어린이들의 영화가 아니다. 서글픔은 성인인 우리의 몫.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부근에 위치한 월트디즈니월드의 반대편 모텔에 엄마(핼리 / 브리아 비나이트) 와 단 둘이 살고있는 '무니(브루클린 프린스)'. 한 달씩 끊어서 투숙을 하는지라 짐도 많이 없고 놀거리 또한 없다. 매 달 내야하는 투숙비를 내기위해 엄마와 함께 향수 파는 일을 돕는 무니가 어느날 엄마와 떨어져야 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는 이야기.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무니의 시점과 그녀의 엄마 핼리의 시점, 그리고 모텔의 매니저인 '바비(윌렘 데포)' 의 시점으로 나뉜다.




놀이터 하나 없는 쪽방 모텔에서 친구들과 뒹구는게 마냥 좋은 무니.






영화의 시작부터 그녀는 같은 모텔에 살고있는 친구 '스쿠티(크리스토퍼 리베라)', 그리고 '딕키(에이든 말릭)' 와 함께 이웃 모텔에 새로 투숙하게 된 손님의 파란색 차에 침을 뱉는 놀이를 한다. 이내 차주에게 걸려 꾸지람을 들으며 차를 청소하지만 세차 또한 무니에겐 재미있는 놀이일 뿐이다. 어느새 차주인 할머니의 손녀(젠시 / 발레리아 코토) 와 절친이 된 무니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으면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구걸을 하고 엄마와 함께 싸구려 도매 향수를 관광객들에게 애교를 떨며 판매하거나 매니저 바비를 골탕먹이려 모텔 전체의 전기를 꺼버리는 등 새롭게 생긴 친구인 젠시에게 플로리다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무니의 시점에서 플로리다는 사방이 놀이터이고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골탕먹이는게 세상 행복하다. 좋아하는 건 스폰지 밥.





플로리다 전체를 뒤져봐도 자신을 위한 풀타임잡을 구할 수 없는 엄마 핼리.







그녀의 직업은 뚜렷하게 나오지 않는다. 극 초반에 춤 얘기와 2차 따위가 나오는 걸로 봐서 전직 스트리퍼라고 대충 예상이 될 뿐. 그래서 딸 무니와 함께 향수를 떼어다가 길거리에서 싸게 판매한다. 아랫층에 살고있는 친구 '애슐리(멜라 머더)' 가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있는 식당에 자리가 나길 기다리고 있지만 당장 모텔의 방 값을 마련해야 딸과 함께 계속 매직 캐슬에 살 수 있을테니 뭐라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다 결국 핼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된다. 아주 자연스럽게.


핼리의 시점에서 플로리다는 짜증나는 곳이지만 썩 나쁘지는 않다. 좋아하는 건 마리화나와 남자.




투숙객들에겐 언제나 제 3자의 입장이지만 매직 캐슬 전체를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텔의 매니저 바비.






그는 모텔에 투숙하고 있는 손님들의 일에 사사건건 끼어든다. 물론 요금만 내면 만사 OK. 매일 밤, 매 시간마다 CCTV를 예의주시해 가며 투숙객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는 바비. 전처와 헤어진 상태지만 모텔로 아들을 불러 용돈을 쥐어주며 일을 부리곤 하는데 그저 아들의 얼굴을 보고싶어서인 듯. 


바비의 시점에서 매직 캐슬의 손님들은(특히 아이들) 골칫덩이지만 그래도 일단은 '손님' 이니까 기본적인 예의는 지킨다. 모텔에 투숙하는 (풀장에서 다 벗고 썬텐하는)늙은 여자를 좋아하는 듯.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오직 무니의 시점만을 강조한다. 






아이의 눈에 비친 반대편의 월트디즈니월드는 온데간데 없고 매직 캐슬 자체가 디즈니랜드와 진배없다. 악동들이라고 밖에 설명되지 않는 천진난만한 모텔의 아이들은 방 안에서 엄마가 대마초를 피워도 잠을 잘 자고 버려진 집에 불을 지르고 와서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고 오랜만에 플로리다를 적시는 시원한 빗줄기를 엄마와 맞는게 신난다. 행인들에게 거의 삥을 뜯다 시피하는 아이스크림 비용을 마련하는 일도 재미있고 세 명이 아이스크림 하나를 돌아가며 나눠먹어도 행복하다. 바비를 골려먹는게 일상이며 어느날 부터인가 엄마 없이 혼자 샤워를 해도 인형들과 함께하니 그것 또한 즐겁다. 비록 엄마가 아이패드를 돈 때문에 팔아버리거나 스쿠티와 영문도 모른채 어울리지 못해도 새 친구 젠시가 있으니 괜찮다.



그래서 무니의 시점과 교차편집 되다시피하는 핼리의 시점, 그리고 바비의 시점이 지나갈 수록 우리들은 조금씩 무니를 조여오는 사건들에 영화의 결말이 뻔히 예상되지만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결말은 역시 아이들 답다고 해야할까. 주인공이 무니이니 충분히 그럴만한 엔딩이라 생각한다. 좀 뜬금없긴 해도 아이의 마음에선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이상한 현실을 나몰라라 하고만 싶을 테니까.




영화광고에 낚인 내 예상과는 너무 다른 아픈 영화였지만 이상하게 가슴에 뭔가 많이 남게되는 영화다. 






아마 무니가 아이들이 절대 제대로 자랄 수 없는 괴랄한 환경에서도 끊임없이 웃고 떠들고 뛰어다녀서 그럴거다. 실제 플로리다에 있는 월트디즈니랜드의 반대편엔 저런 모텔이 있을까.







성인들만 눈치챌 수 있는 은근한 연출력이 굉장히 돋보이는 독특한 영화.


















+

영화의 주인공인 무니역을 맡은 브루클린 프린스는 이 영화로 미국 방송 영화 비평가 협회가 주최하는 크리틱스 초이스에서 역대 최연소로 최우수 아역상을 수상한다.







여섯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펼치는 그녀는 무려 본작이 데뷔작이다. 특히 엔딩씬 직전에 뷔페에서 보여준 연기는 좀 미쳤다 싶을 정도로 너무나 사랑스러운데 영화의 카피나 홍보문구가 저따위로 지어진 건 아마 그녀의 자연스러움을 넘어, 브루클린 프린스 그 자체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사랑스러운 연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무니의 엄마를 연기한 브리아 비나이트 역시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데뷔작인 배우다.





플로리다 모텔촌에 실제로 살고있는 일반인을 캐스팅 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현실감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왕년의(?)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언뜻 닮은 외모에 퇴폐적인 이미지가 가득한 그녀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대가 된다.

(아니 저 문신들이 다 본인 꺼였다니...)




바비를 연기한 윌렘 데포는 아마 그의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착한 역할을 맡은 것 같은데 목덜미의 선조차 굵은 그가 이정도로 힘을 뺀 모습을 아마 나는 처음 보는 것 같다. 굉장히 이질적인 캐스팅이었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

온종일 열대기후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배경들이 아이들을 제외한 모든 주인공들의 지난한 삶과는 너무 대조적인 느낌이라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포스터나 홍보용 아트웍이 너무나 예쁨)




















+++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역시 앞서 관람했던 아이, 토냐처럼 우리들의 무비 양아치, cgv 덕분에 변칙개봉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설날 연휴에, 그것도 이런 저예산의 예술영화(?) 를 보러 왔으면 일반적인 영화 관람객들과는 좀 다른 사람들이 상영관을 찾을 줄 알았다.


아직 정식 개봉일이 20일 정도나 남았고 cgv의 '아카데미 프리미어' 라는 변칙상영 특수를 노린 영화라 오늘 딱 한 번, 1회 상영 밖에 안하는 영화인데도 어떤 멍청한 남자 관객 두 명은 극장 안에 사람들이 다 들을 정도의 목소리로 영화를 소개하고 있더라.


진심 무슨 출발 비디오 여행의 김경식 아저씨가 극장에 온 줄?!



제발 좀 영화 볼 때 이야기 하고 싶으면 귓속말로 하고 영화의 흐름이 니들 맘에 들지 않으면 중간에 나가기라도 해라 부디.


무슨 ㅅㅂ 니들 게이 커플이냐? 뭔 남자새끼 둘이 할말이 그렇게 많아서 영화 보면서도 계속 대화를 하니??


영화 주인공 애들 환경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우셔서 상영관이 떠나가라 한숨을 계속 쉬질 않나 약간 벙찌는 엔딩 보더니 '야 이게 뭐야',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


야이 ㅂㅅ들아 그렇게 극장 안에서 영화도 제대로 안 끝났는데 니들 마음에 안 든다고 일반 관객분들 여운을 망쳐버리고 싶으면 영화 집에서 다운 받아 봐라 제발. 부탁한다. ㅠㅠ



아직도 몰상식한 관객들의 더러운 죠딴 매너들을 목도할 때 마다 한국은 문화 선진국은 커녕 배려라곤 1도 없는 인민공화국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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