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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Mar 01. 2018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후기

패배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네 발자국이라도 남기고 와.




나는 평생 사람들의 고민에 답장을 하며 살아왔어. 그런데 나에게 상담을 받은 그 사람들이 내가 상담해준 대로 살다가 불행하게 된 건 아닐까?




그 답장은 당신의 인생에 도움이 되었습니까?




사람의 운명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아!




당신의 미래는 아직 백지입니다. 그 어떤 미래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부디 포기하지 마세요. 부디 멈추지 마세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믿어야 합니다.












세상에 원작을 이기는 실사 영화버젼은 없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한국을 한 때 휩쓴(지금도) 스테디 셀러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의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1편도 읽어보지 않은 나로선 추리물 전문 작가인줄로만 알았던 그가 이런 따스한 영화의 원작자인지도 몰랐을 정도.



어떤 여사장의 집을 턴 후, 우연히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이름의 오래된 가게에 들어가 숨은 세 명의 젊은 도둑들. 잠시 한 숨을 돌리고 있는 사이 잡화점 셔터에 뚫려있는 작은 우편함에 '생선가게 뮤지션(마쓰오카 가쓰로 / 하야시 켄토)' 에게서 온 편지 한 장이 떨어진다. 알고보니 그 고민 편지는 32년 전으로부터 보내진 편지임을 알게된 세 명의 도둑들은 자신들이 쓴 답장을 잡화점 밖의 우유통에 넣으면 32년전의 고민 상담자가 읽고, 현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되는데...



이 영화를 보고 한국의 '시월애(2000)' 나 헐리웃의 '프리퀀시(2000)' 등이 떠올랐다. 하지만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엔 미국이나 한국에는 없는 일본 특유의 정서가 짙게 깔려있다. 그래서 조금은 더 특별하고 특이한 영화가 되었다.



32년 전,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온갖 걸 파는(현재 일본의 돈키호테 정도) 상점에서 일을하며 동네 주민들의 고민거리 상담을 편지로 주고받는 '나미야 유지(니시다 토시유키)'. 주로 코흘리개들의 고민거리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해결해 주곤 했는데 가끔 진지한 질문이 들어오는 성인들의 편지는 나미야 역시 진지한 필체로 가게 옆, 우유통에 답장을 넣곤 했다. 나이가 들고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손님들의 고민거리를 듣고 답장을 해주던 나미야는 마지막 유언으로 먼 미래에 잡화점이 다시 오픈했다는 사실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달라 아들에게 부탁하곤 숨을 거둔다.


그리고 2012년, 여사장의 집을 털다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오게 된 세 명의 도둑들은 이런 사실들을 모두 깨닫곤 실시간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유입되고 있는 고민 편지들에 답장을 하며 하룻밤을 지샌다. 현재에도 영향을 끼치는 나비효과 같은 자신들의 답장에 모든 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확인한 도둑들은 마침내 여사장의 정체도 알게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영화의 원작이 굉장히 궁금해질 정도로 시간 순서를 복잡하게 배열한 영화다. 2012년(현재), 1980년, 그리고 각 사연들을 지닌 인물들의 미래까지 온갖게 다 엉켜있다. 그래서 자연스레 원작이 궁금해지고 원작을 이미 읽은 대다수의 팬들은 너무 심하게 각색을 했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역시 원작(만화든 소설이든)이 존재하는 영화들은 원작을 읽지 않고 영화를 본 뒤, 나중에 원작을 확인하는게 더 이득이라고 깨닫는 지점.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과거 고민 편지의 주인공들은 총 세 명이 등장한다.






이미 대학을 그만 두고 가업을 잇는 대신 뮤지션의 길을 선택한 생선가게 뮤지션,







생선가게 뮤지션의 도움으로 동생의 목숨을 건졌던 미즈하라 세리(카도와키 무기),








술집의 호스티스를 하며 생계를 이어갈까 그냥 다니던 회사에 올인할까 고민하는 '기타자와 시즈코(오노 마치코)'.



그 외에도 세리의 절친이자 훗날 그녀의 매니저가 되는 친구와 그녀의 어머니도 등장하긴 하지만 주로 극을 이끌어가는 사연의 주인공들이 저 세명이기에(아니, 나머지 등장인물은 네이버나 다음 영화 정보에 이름도 안 넣어놨어) 다른 사람들은 다 배제시켜본다(음?).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따스한 시선으로 인간의 삶과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도 없이 이야기 한다. 부디 그만두지 말고 절망하지 말고 빛을 따라 가는 걸 포기하지 말라고 계속 강조한다. 그래서 다들 뻔히 아는 이야기이고 누구나 누군가에게 할 수 있는 조언임에도 스크린에 투영된 이미지와 그 속에 자아낸 스토리들이 맞물려 뭉클한 감성을 갖게하는 영화다. 고민을 상담한답시고 소일거리로 받던 편지들의 내용이 점차 무거워짐에 따라 나미야씨가 짊어지는 인생에 대한 무게도 만만치 않게 무거워진다. 


이 영화를 보면서 고민 상담을 하는 거의 모든 이들이 자신은 이미 결정을 내렸는데 그래도 누군가에게(특히 익명의 누군가에게) 자신이 한 결정에 대한 동의나 동조 따위를 바라고 있다는 걸 느꼈다. 실제로 인간들은 어떤 걸 할지 하지 말아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을 때, 타인에게 동의를 구하기 위해 의견을 물어보지 반대 의견을 듣기위해 물어보진 않는다. 거의 대부분의 인간들이 그렇고 실제 내 경험에도 많은 사례가 있었다(나 역시 그렇다). 


과거 나미야가 고민 상담을 할 땐 주로 뻔한 이야기와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들을 에둘러 표현하지만, 현실에서 장난스레 답장을 하던 세 명의 도둑들은 진심어린, 현실적인 조언들을 한다. 상담의 답변을 들은 등장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되는지는 이미 현실에 현현이 되어 있는 것들이기에 도둑들이 그걸 깨닫고 나서 바로잡으려고 고민자들에게 또 다른 답장을 보내는 장면들은 고전 타임슬립영화들의 답습(빽 투더 퓨쳐에서 엄마와 아빠 사이를 갈라놓자 사진에서 자신이 사라지는 걸 보던 마티같은) 을 교묘히 빠져나가려는 게 보였다. 영화의 시간 순서는 좀 뒤죽박죽이지만 '아 이래서 이랬구나' 하는 이해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본작은 본 사람들 중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일수록 꽤 두꺼운 페이지 수를 자랑하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원작 소설을 읽고싶어지는 건 나 뿐만이 아닐거다. 얼마전에 영화 개봉에 맞춰 읽어보려고 구입했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소설을 다음 차순에 얼른 읽어봐야겠다.








고민자들의 진지한 고민엔 본인 역시 진지한 자세로 상담을 해주는 나미야씨의 모습엔 일본 특유의 색채가 듬뿍 담겨있다.


















+

아키코 아가씨 역할을 맡은 나루미 리코라는 배우가 참 좋았다.





캐릭터상 굉장히 단정하고 차분한 이미지였는데 그녀의 거의 모든 것들이 완벽했을 정도(사실 대사도 등장씬도 많이 없다).


약간 빅뱅의 탑을 닮은 것 같기도...








그리고 세리의 절친이었던 배우도 등장이 적었지만 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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