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군 Mar 01. 2018

영화 쓰리 빌보드 후기

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 영화.

죽어가면서 강간당했다.

그런데 아직도 못 잡았다고?

어떻게 된 건가? 윌러비 서장.




- 광고판 건다고 죽은 아이가 살아돌아오진 않아.

- 열 아홉살짜리랑 잔다고 죽은 애가 돌아오지도 않지.




"당신 물건 정말 근사해" -오스카 와일드




천국이 있다면 다시 만나게 되겠지. 하지만 천국이 없다면 당신을 만난 이 곳이 천국이었어.




질질 짜지 마, 상처 덧나니까.




분노는 더 큰 분노를 야기할 뿐이다.












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 영화.



영화 쓰리 빌보드의 원제는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딸을 죽인 범인을 잡지 못한 경찰의 무능함과 대중의 사그라드는 관심에 피해자(안젤라 / 캐서린 뉴튼) 의 엄마인 '밀드레드(프란시스 맥도맨드)' 는 도심 외곽에 있는 세 개의 광고판에 경찰들이 보도록 자극적인 문구를 순서대로 넣는다. 마을에서 두터운 신뢰를 받는 경찰 서장인 '윌러비(우디 해럴슨)' 는 눈엣가시가 된 밀드레드를 어떻게 설득할까 고심하게 되고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밀드레드와 경찰(그리고 마을 사람들) 의 대치상황이 계속된다는 이야기.



이 영화는 좀 미쳤다.


눈에 보이는 평이한 소재와 함께 빤히 연상되는 '엄마의 딸을 위한 복수극' 은 이 영화에 없다. 영화를 보면 골든 글로브와 비평가 협회가 왜 그리도 쓰리 빌보드에 열광을 했는지 자연히 알게된다. 


영화를 끌고가는 밀드레드 역할의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그녀에게 실례되는 말일지 몰라도 '윌렘 데포' 와 가까운 친척 사이인 것 같은 마스크와 연기력을 보여준다.







그녀에게 딸을 죽인 범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경찰은 허수아비에 불과할 뿐이다. 경찰서 내에서 육두문자는 물론 서장이 협박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한다. 그야말로 끓어오르던 분노가 시간이 지나 조금 식었지만 평정심 안에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괴물같은 그녀의 성질을 잘 다독이고 있는 것 같은 캐릭터.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그녀의 이마 주름, 입가의 주름마저 멋있어 보일정도로 연기를 훌륭하게 해낸다. 무덤한 듯 하지만 누구보다 활활 끓고있는 밀드레드는 그녀 말고 다른 배우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








밀드레드와 대칭 구도를 이룰 수 밖에 없는 경찰 쪽 인물인 서장, 윌러비는 이미 과거에 모든 수단을 강구해 안젤라를 죽인 범인을 찾아봤지만 지금 상태론 영영 미제사건으로 남을 상태다. 간판 세 개로 자신에게 대놓고 싸움을 걸어오는 밀드레드와 부딪히긴 싫어서 자신이 앓고 있는 병마저 그녀에게 털어놓지만 '당신이 죽으면 광고판은 효과가 없잖아요' 라는 현실의 현실에 입각한 냉정한 대답을 듣는다. 하루하루 죽어만 가는 자신의 몸 상태에 가족들 챙기랴 부하들 챙기랴 정신없는 와중에도 밀드레드가 영 싫지만은 않다.


영화 쓰리 빌보드의 소재를 알기도 전에 윌러비를 우디 해럴슨이 맡는다는 정보를 보고 약간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려나 했는데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다. 영화 초반에 밀드레드의 '적' 이 되는 경찰 입장이라 관객은 윌러비가 밀드레드의 생각대로 야속하고 정 없고 피해자 안위 따위 관심도 없는, 무능한 경찰이라 오해하기 충분하다. 하지만 영화는 윌러비가 얼마나 좋은 상사였고 좋은 아빠, 로맨틱한 남편이었는지 굳이 설명하며 '얘는 적이 아니야' 라고 호소한다. 그 덕분에 밀드레드의 타겟은 자연스레 서장 아래에 있는 '딕슨(샘 록웰)' 순경에게로 넘어간다.







엄마네 집에 아직도 얹혀살고 있는 마마보이, 딕슨. 그는 화를 억누르는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는, 어딘가 나사가 빠져보이는 인물이다. 아픈 자신의 몸은 둘째치고 깡패같은 밀드레드를 최대한 부드럽게 대해주려는 서장의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고, 애초에 밀드레드에게 광고를 허락한 건너편 건물의 광고회사 사장인, '레드 웰비(케일럽 랜드리 존스)' 가 영 거슬린다(특히 이름부터가). 직장인 경찰서가 제 집인냥 살아가는 이상한 인물.


나는 딕슨 역을 맡은 샘 록웰이라는 배우에게 이 영화 한 편으로 빠져버렸다. 그는 쓰리 빌보드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로, 서장이 아끼는(?) 경찰역할 부터 정신나간 싸이코 패스적인 인물로, 또한 밀드레드를 강압적으로 찍어누르려는 인물로 묘사되다가 영화 막판에 가서는 굉장히 저돌적이고 생각이 깊은 캐릭터로 변모한다. '그냥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너 해' 라는 말이 딱 어울리게 심층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눈 하나 깜빡 않고 해낸다(이미 골든 글로브에선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정말 이런 배우가 어디 숨어있었는지(필모그래피 갯수는 어마어마한데), 왜 이제야 내 눈에 띄었는지 의문이 드는 배우.




이 모든 캐릭터들의 아주 좋은 흐름을 쓰리 빌보드는 막힘없이 스트레이트로 쭉- 뽑아낸다. 이게 이 영화가 지닌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딸을 죽인 살인자를 찾으려는 피해자 엄마가 어떨 땐 가해자가 되고 밀드레드에게 (우연이라 해도)피해를 입은 대칭점에 있는 존재가 피해자가 되곤 한다. '운', '우연' 하나로 모든게 연결되기엔 쓰리 빌보드에서 일어나는 일들 모두 연관성을 너무 잘 자아냈고 누구나 '그럴 수 있겠다' 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사건들이기에 이 영화가 대단하다.


관객으로 하여금 그 어떤 반론조차 원하지 않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영화라고 할까.



아마 2018년 상반기에 내가 본 영화들 중 단연 으뜸이 되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일반판 블루레이라도 몇 번이고 구매할 정도). 쓰리 빌보드에 등장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 사건의 흐름, 서로 연결고리가 되어가는 관계등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훌륭한 작품이다. 아마 201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모든 작품들을 제치고 단연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등을 휩쓸 수 있지 않을까.























+

열 아홉살의 전남편 (동물원에서 일해서 똥냄새가 나는)애인 역으로 나온 '사마라 위빙(페넬로페)' 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위빙(weaving)' 이라는 성이 굉장히 익숙해서 찾아봤더니 배우 휴고 위빙의 조카(형의 딸) 란다.



그녀가 쓰리 빌보드에 출연할 때에는 맡은 배역 덕분에 조금 백치미스러운 연기와 대사를 보여주는데 모든 등장인물들 간의 팽팽한 긴장감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스릴러 같은 본작에서 그녀가 등장하는 씬은 거의 환기구에 가까운 역할을 한다. 그만큼 사랑스럽고 좀 엉뚱한 매력을 단 몇 씬만에 완벽히 보여준다.

(짧아서 더 강렬하고 기억에 오래 남은 듯)












'사탄의 베이비시터(2017, the babysitter)' 에 나왔던 여자가 그녀였다니. 노잼이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지웠는데!!






스티븐 연도 보너스(??) 로 나오는 메이헴(2017)도 어서 찾아서 봐야겠다.























++

영화 쓰리 빌보드는 아이 토냐, 플로리다 프로젝트, 더 포스트, 셰이프 오브 워터와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영화 양아치, cgv 에서 아카데미 프리미어라는 이름으로 변칙개봉한 걸 봤다.



현재 내가 올해 본 거의 모든 예술 영화들이 온라인에 뜬 상태지만(오늘 본 쓰리 빌보드도 마찬가지) 거의 cgv vvip 쿠폰과 kt vip 무료 영화 예매로 봐서 데미지는 1도 입지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