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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Mar 10. 2018

영화 툼레이더 후기

2018년 상반기 최악의 영화.

나의 라라는 이렇지 않다능!




초유의 망작 하나가 또 탄생했다. 영화 툼레이더는 이전 시리즈였던 안젤리나 졸리의 툼레이더를 뒤엎고 새로 리부트한 시리즈로, 색다른 여전사의 이미지를 쌓으려 꽤나 노력(???) 했지만 감흥도 감동도 액션씬도 뭐 하나 건질 거 없는 그저그런 영화가 되어버렸다.



엄마는 진작에 여의고 일본에 있는 야마타이로 '히미코 여왕' 의 전설을 쫓다 실종된 아버지(리차드 크로프트 / 도미닉 웨스트) 를 찾으려는 '라라 크로프트(알리시아 비칸데르)'. 꼴랑 홍콩에서 알게된 '루 렌(오언조)' 과 단 둘이 일본으로 간 라라는 이윽고 아버지에 대한 진실과 히미코의 진실을 목도하게 된다는 이야기.



안젤리나 졸리의 툼레이더나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툼레이더 모두 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툼레이더 라는 게임이 세상에 나왔을 때(1996), 거의 유일무이 했던 '여성' 액션 히어로였던 라라 크로프트는 등장과 동시에 섹시 심볼이 되었고 게임에서 튀어나온 듯 했던 '섹시하고 강한 여전사' 그 자체였던 안젤리나 졸리를 대체할 배우는 없어보였다. 시간은 한참이나 흘러 툼레이더는 발매 20주년을 넘겨버렸고 시리즈를 새로 시작하는 리부트 버젼이 벌써 두 번째나 발매됐다. 잘록한 허리에 엄청나게 큰 가슴-힙, 쌍권총을 난사하며 달리는 라라에서 일개 대학 초년생(21살)으로 돌아간 라라는 (꼴랑)끈나시 하나에 지저분한 카고바지를 즐겨입게 됐다. 


2010년, 라라를 탄생시킨 어머니격인 제작사, 에이도스가 스퀘어 에닉스와 합병되어 크리스탈 다이나믹스와 손잡고 게임을 많이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리부트로 넘어가며 게임에서 차별성을 둔 가장 큰 지점은 라라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섹시' 를 지우고 나약한 일반적인(?) 여자로 만드는 것. 그래서 내가 리부트 시리즈를 두 번 리뷰하면서 느끼는 건 '저러다 애 죽겠어' 라는 감상이다.










그정도로 현실성 있는 강한 여성의 생존기를 담은 작품들이었고(후반에 적들을 대학살하는 건 차치하고) 흥행이나 작품성 면에서도 게이머들에게 많은 점수를 받은걸로 기억한다.



이 리부트 시리즈 중 첫 번째 버젼을 채택하여 본작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영화 툼레이더는 정말 쓰레기다.


내가 영화보고 이런 평은 잘 안 하는 편인데 거의 모든 장면들이 쓸데없고 거의 모든게 엉망인 영화다.


라라 하면 떠오르는 아버지와의 관계, 제목 그대로 무덤을 파헤치며(툼레이더 뜻이 '도굴꾼') 보물을 습득하는 쾌감, 거기에서 오는 환상적이고 이질적인 이미지 따위가 이 영화에는 없다. 딱 하나 칭찬(?), 아니 볼만한 시퀀스는 예고편에도 나와줬던 낡은 비행기 씬. 원작 게임에서 세상을 집어삼킬 정도로 공포감을 줬던 여왕 히미코는 일개 바이러스로 치부되고 2편을 만들 요량으로 눈에 빤히 보이는 '트리니티' 보스의 설정, 섬에 갇혀 반 쯤 미쳐버린 라라 아버지와의 어이없는 해후(손꾸락 입맞춤이 뭐야 대체), 영화에 투입된 중국 자본 덕분에 주연급으로 낑겼다가 영화 중간부터 배역이 아예 사라진 오언조, 최종보스 치고는 멍청하고 비열한데다 생각까지 없는 '마티아스 보겔(월튼 고긴스)'. 영화를 뒤덮은 거의 모든게 쓰레기다.


단지 퍼즐을 잘 푼다는 능력(?) 하나로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라라에게 매달린다. 아주 작은 체구로 미스 캐스팅이 확실한 우리의 라라는 엄청난 거구의 남자도 격투기 기술로 쉽게 제압한다. 특히 보겔과의 마지막 전투씬(??)은 굳이 사다리 앞으로 달려가 그를 상대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이지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왕 일본을 배경으로 할거면 원작 게임 히미코의 제대로된 모습 정도는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너무나 왜색이 짙은 나머지 히미코를 그저 보균자 정도로 처리한 걸 보고 이 영화를 기획한 워너가 진짜 요즘 미쳐가는 구나 싶었다(요즘 DC가 죽을 쑤는 이유가 다 얘네 때문이다).


거기에 원작 게임에 등장하는 라라의 동료들이나 친구들은 딱 한 명으로 만들어 버리고 그녀의 모든 인간관계를 삭제시킨다. 또한 새로운 라라 크로프트의 인트로 격인 영화의 성질 덕분에 라라 아빠와의 회상씬은 지겹도록 나오고 제작비를 후반부에 모조리 쏟아 붓느라(?) 전개가 쓸데없이 느리다. 원작 게임에서 봤던 배 난파 씬은 그럭저럭 봐줄만 하다. 위에서 언급했던 낡은 비행기 씬과 함께 이 영화가 게임에서 차용한 것들 중 그나마 쓸만한 장면.



과연 게임에서 처럼 리부트 된 새로운 라라를 극장에까지 불러들일 이유나 당위성이 있었나, 라는 질문이 많이 남는 영화다. 원작엔 등장하지도 않던 아버지 캐릭터를 넣어, 웃기지도 않은 손 키스 재스쳐를 하니 갑자기 기억을 되찾는 장면에선 진짜 포복절도를 했고 특히 엔딩엔 라라 크로프트의 (섹시와 함께)트레이드 마크인 땋은 머리를 하고 쌍권총을 집어드는 그녀를 보고 '기껏 리부트 해놓고는 다시 리부트 전으로 돌아가겠다는 얘기인가?' 라며 드립 하나도 제대로 못 치는 제작진이 진짜 꼴베기 싫었다.





아니, 그것보다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땋은 머리가 안 어울려!!









무슨 힐러리 스웽크(밀리언 달러 베이비) 나 미셸 로드리게즈(걸파이트) 인줄??
















영화 툼레이더는 아마 2편이 나온다고 해도 절대로 극장에서 볼 일은 없을, 2018년 상반기 최악의 영화다.


(하지만 cgv rvip 무료 쿠폰으로 -그것도 아이맥스에서- 봤기 때문에 데미지는 0.1 정도 입었다. 왜냐하면 공짜로 보기에도 시간이나 무료 쿠폰이 너무 아까울 정도로 쓰레기같은 영화였거든)




이쯤 되면 이 영화를 위해 복근은 물론 등근육 까지 섬세하게 갈고 닦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좀 애잔해진다.























+

재미있게 본 '아메리칸 울트라(2015)' 에서 악당 래퍼로 나와, 절정의 싸이코 연기를 보여줬던 월튼 고긴스가 이렇다할 매력도 못 보여준채 퇴장해서 더 씁쓸해 지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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