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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Mar 12. 2018

영화 사라진 밤 후기

반전과 복수극에서 아직도 허우적 대고 있는 한국 영화.

반전과 복수극에서 아직도 허우적 대고 있는 한국 영화.



아내 '설희(김희애)' 를 살해하고 완전범죄를 꿈꾸는 남편 '진한(김강우)'. 몇 시간 후, 국과수 사체 보관실에서 그녀의 시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타이밍이 좋아 이번 사건을 맡기로 자처한 형사, '중식(김상경)'. 과연 설희는 사라진 것일까 죽은 것일까.



..라는게 영화의 줄거리다. 이번 기회를 빌어 말을 해보자면 영화가 정말 재미없는 경우, 나는 초장부터 영화의 줄거리를 가져다 쓴다. 할 말이 많이 없으니까.


영화 사라진 밤 역시 며칠전에 본 툼 레이더 만큼 망작에 똥작인 영화다.



'당신은 당황할 때 귀엽다' 라고 속삭이는 악취미의 아내. 평생 그녀의 악세서리로 살아온 진한은 자신이 개발한 약물로 그녀를 음독살인하지만 국과수에 있어야 할 그녀의 사체가 사라지고 기이한 일들이 벌어진다. 극이 흐를수록 현실과 망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진한의 시점은 그나마 볼만했다.


진한을 취조하기로 한 형사 중식은 국과수에서 조금씩 진한의 진실에 다가서는데 왜 취조를 국과수에서만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부분의 형사들은 '자세한 건 일단 서로 가서 이야기합시다' 라고 하지 않나? 이 어이없는 설정에 진한은 여기저기 연줄이 닿는 높은 분들에게 전화를 걸어 손을 써 보지만 중식은 진한의 혐의를 이미 확신하고 있는 상태.


이쯤에서 관객은 범인은 진한이 맞고(유추하는 게 아닌, 극의 흐름이 자연스레 진한이 범인임을 보여준다) 중식의 손아귀에서 어떻게 빠져나갈지 함께 고민하게 된다. 관객이 악인의 편에 서서 노심초사 하게 만드는 구조도 나름 쓸만했다.


중간부터 뜬금없이 등장하는 중식의 과거. 여기서부터 영화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현재의 사건과 하등 관계없어 보이는 인물을 배치시켜, 대체 뭘 말하려는지 의도를 모르겠는 극의 흐름은 후반부에 가서야 '짜잔- 반전이었습니다' 라고 관객에게 친절히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관객에게 거짓말을 하는 영화는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다. 아내를 죽인 남편의 사건을 쭉 설명하다 갑자기 존재 이유가 불명확한 등장인물들을 삽입, 알고보니 남편은 함정에 스스로 걸어들어 온 거였고 형사는 개인적인 복수심에 수십년 동안 이를 갈고 공범인 아내를 친히 죽여준 남편마저 심판하려 든 것.


영화가 극의 흐름을 관객에게 자세히 설명할 의무는 없지만 개연성 없는 뜬금포를 내세우며 이 모든 게 반전을 위한 장치였다고 쾌재를 부를 이유 또한 없다고 본다. 관객 입장에선 당연히 영화가 보여주는 걸 따라가며 앞 일을 예상할 뿐이고 이유없이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영화가 보여주는 정도로만 예측할 뿐, 아무 개연성 없는 등장인물들로 후반에 반전이라는 이름을 들먹이기엔 너무 안일했다. 말미에 가서야 중반에 쓸모없던 등장인물들을 '얘가 사실 이랬어' 라고 설명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



지금 극장가에 얼마나 볼 게 없으면 이런 거지같은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를 하고 있는건지... 국내 영화시장은 2018년이 되었는데도 참 암담하다.



열심히들 그렇게 어설픈 입소문으로 비루한 관객 수나 긁어 모아놔라 4월 말에 아주 박살이 날 테니까.















+

형사 중식역을 맡은 김상경은 영화초반에 이상하다시피 어색한 연기를 보여주는데 굉장히 보기 버겁다(후반엔 김상경의 커리어 중에 박제가 되어버린 '살인의 추억' 형사 표정이 나오긴 하지만).

김희애는 비중이 0.5정도 있으며 원작이 있는 영화라고 해도 찾아볼 엄두가 안날 정도로 망작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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