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걱정 하지마. 우린 잘 할거야. 그렇게 정해져 있어.
일본 영화를 한국식으로 바꿨을 때.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2005년, 일본에서 제작된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 했다. 일본 영화 역시 원작 소설이 존재하는 작품이다. 일본 특유의 색채와 분위기를 듬뿍 담았던 원작에 비해 한국에서 다시 만든 본작은 코믹하고 신파적이다.
비가오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병으로 남편과 아들을 떠난 수아.
그녀가 죽은지 1년 째 되던 비의 계절에, 거짓말 처럼 수아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고, 남편인 '우진(소지섭)' 과 아들인 '지호(김지환)' 는 기억을 잃은채 돌아온 수아를 사랑으로 다시 맞아준다는 이야기.
원작 영화의 기억이 1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지금, 소재 가뭄에 시달리는 한국 영화가 선택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 는 퍽 그럴듯한 선택으로 자리매김했다.
무엇보다 블록버스터가 국내의 박스오피스를 한 차례 휩쓸고 간 폐허같은 시기에 등장한 타이밍이 좋았고, 소지섭+손예진 이라는 아련하고 색다른 멜로 듀오의 탄생과 탄탄한 원작이 존재함으로써 감독이 헛발질만 하지 않으면 못해도 중박은 가능한 베이스가 오묘한 시기에 나타난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소소하게나마 흥행 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꽤나 한국식으로 만들어버려서, 담담하기 그지없었던 원작보다 조금 경박하고, '제발 좀 울어' 하는 신파가 후반에 줄줄이 달라붙어 있어서 영 뒷 맛이 석연치 않다.
현재로 넘어오던 씬에서 효과음 넣은 새끼 누구야 대체.
원작과 소재 덕분에 당연한 결과였겠지만 신파씬을 아역에게 떠넘기는 영화는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 를 극장에까지 가서 봐야하는 이유는 우진과 수아의 어릴적 이야기가 너무 좋기 때문이다.
손예진의 아역을 김현수가, 소지섭의 아역을 이유진이, 고창석(우진 친구 홍구)의 아역을 배유람이 맡았는데 좀 심할 정도로 좋다. 그 장면들만 따로 편집해서 한 편의 해피엔딩이 담긴 청춘영화를 찍어도 될 정도로 푸릇하고 매끈하게 잘 빠졌다. 내 나이대 보다 아주 약간 올라간 그 때 그 시절의 학창시절을 담아내서, 영화에 쓰인 여러 이미지들이 너무 아련해서 보는 내내 행복함에 웃음지었다.
(공중전화 박스에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던 기억, 맛 없는 돈가스를 파는 레스토랑에 아빠 정장을 입고 대화도 몇 번 해 보지 않은 여자아이와 데이트를 하던 기억, 집 전화 앞에서 전화를 걸까 말까 고민하던 기억 등)
여러가지의 약점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영화지만 내 나이 즈음의 사람들의 보면 참 가슴 따뜻해 지는 영화다.
+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에 등장한 손예진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예쁘다.
(소지섭은 중간중간 스릴러 표정을 보여줘, 좀 안 어울리는 옷을 입은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