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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Mar 24. 2018

영화 퍼시픽림 업라이징 후기

미국이 만든 특촬물에 중국자본이 들어갔을 때.

놈들이 다시 올까봐 만들었어.





BIGGER is BETTER!









미국이 만든 특촬물에 중국자본이 들어갔을 때.



스을슬 블록버스터 시즌이 다가옴을 알려주는 거대한 스케일의 로봇영화.



퍼시픽림 속편이 제작될 줄 누가 알았겠나. 1편에서 카이주가 타고오는 포탈인 브리치를 목숨걸고 막아냈던 전사들이 불쌍해 보일 정도로 괴랄한 스토리에 시종 갈피를 잡지 못하는 영화다.


영화의 배경은 예거들과 카이주들의 전쟁이 있은 뒤, 10년 후를 그리고 있다. 당시 많은 지역들이 피해를 입었고 10년에 걸친 도시복구작업에 성공하면서 상대적으로 버려진 지역들이 많이 있기 마련인데 카이주와 예거의 잔해들을 긁어모아 예거를 만든다는 설정은 트랜스포머 시리즈나 어벤져스 시리즈의 그것과 많이 닮아있다(트랜스포머에선 로봇을 제작하고 그러진 않는다만).


버려진 구역에서 쓰레기들로 자신만의 예거를 만들며 살아가는 어린 주인공 '아마라 나마니(케일리 스패니)'. 전설의 전쟁영웅이었던 아버지(스탁커 펜테코스트) 의 그늘이 싫어, 군에서 이탈한 문제아 아들 '제이크(존 보예가)'. 이 두 명이 주축이 되어 극을 끌고가는데 두 사람의 연령대나 체격차이에서 오는 언벨런스처럼 딱히 특별한 케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전편의 깨알 조연들이었던 '헤르만 고틀리브 박사(번 고먼)' 와 '뉴턴 가이슬러 박사(찰리 데이)' 는 여전히 약간 싸이코틱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준다(덤으로 1편의 주인공이었던 키쿠치 린코-마코 모리-도 역시). 거기에 오프닝부터 본작에 중국 자본이 투입됐음을 알려주는 중화권 배우들은 조금 심각하게 거슬리는 수준. 왜 항상 중국은 자신들이 헐리웃 영화에 제작 자본을 투자했음을 이딴식으로 알리는지 통 이유를 모르겠다.


덕분에 영화는 싸구려틱한 특촬물정도로 전락해 버린다.


카이주를 소환하려는 인물이 알고보니 내부인물이라는 약간 그럴싸한 속편의 소재도 툭하면 중국말을 내뱉으며 영어 자막까지 소환하면서 미국 배우에게 중국어를 익히라는 뭔 말같지도 않은 씬을 넣는다거나 극 초반엔 분명 중국 애가 적일거라는 의혹을 살짝 보여줬다가 사실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주인공들을 돕는 착한 인물이라는 설정도 손발이 오그라들기 딱 좋은, 심히 중국스러운 설정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전작에서 완성시킨 거대 생명체 vs 로봇 이라는 달콤쌉쌀했던 팝콘 무비는 중국의 느끼하고 기름진 첨가물 덕에 이렇게 C급 영화로 전락해 버린다.



후반부 하이라이트 씬에서 일본에 소환되어 합체-변신까지 이뤄낸 카이주의 이야기보다 인간들(특히 중국인-아오 짜증!-)과 샤오미의 아류로 보이는 '샤오' 라는 중국 기업이 만든 '드론' 들이 삽질하는 이야기로 절반을 잡아먹고 1편에 이은 스토리 설명이 나머지 절반의 반, 마지막 반은 카이주와 예거가 대결하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스케일은 홍보문구 처럼 굉장히 커졌는데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재미라는 게 눈씻고 찾아볼 수 없는, 평평한 볼거리와 들쭉날쭉한 등장인물들의 매력은 1편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이드리스 알바, 론 펄먼이 그리워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영화 퍼시픽림 업라이징을 보면서 딱 한 번 깜짝 놀란적이 있었는데 우크라이나 태생의 배우, 이바나 사크노(빅토리아) 가 뱉었던 'BIGGER is BETTER' 라는 단어. 내가 평소에 습관처럼 입에 달고 살 정도인 저 단어(와 내 삶의 모토♥︎) 를 영화에서 보는 건 아마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퍼시픽림 하면 전 세계 인류가 힘을 합쳐 거대 괴수를 무찌른다는 설정 덕분에 온갖 인종이 다 등장하는게 매력인데 이 배우는 등장도 별로 없고 대사마저 많이 없어, 등장인물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지만 좀 아쉬운 사례가 됐다(무려 이 퍼시픽림 업라이징이 데뷔작).




아무튼 봄시즌에 개봉하는 블록버스터들은 왜 이 때 개봉하는지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만(설마 스필버그횽의 레디 플레이어 원도??), 퍼시픽림 업라이징은 툼레이더에 이어 좀 심각했다. 그놈의 중국자본 좀 안 받으면 안되나? 영화가 심하게 싸구려로 전락해 버리잖아.




개인적으로 나는 악당이 등장하는 요딴 sf 장르의 영화를 볼 때, 그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면 어찌될까 생각하며 본다. 후지산 코앞에서 자신의 꿈(?)을 빼앗겨버린 카이주의 목적달성 실패에 참으로 많이 안타까웠다. 어차피 영화인데 끄깟 악당의 소원 좀 들어주면 어때서(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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