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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공녀 후기

지금, 우리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by 노군

- 울어?

- 아니, 침이라고 생각해.





난 갈데가 없는게 아니라 여행중인거야.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이 집 대출이자가 얼만줄 알아? 대출금 포함해서 한 달에 백만원이야. 그걸 이십년 동안 내야돼. 이십년 뒤면 이 집이 내꺼가 된대. 근데 이십년 뒤엔 이 집이 낡잖아...











지금, 우리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 '한솔(안재홍)' 만 있으면 행복한 3년차 가사도우미 '미소(이솜)'. 새해(2015) 가 되자 담배값이 2천원 오르고 집 월세도 5만원이 오른다. 그녀가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단 하나 포기한 건 바로 '집'. 미소가 잘 곳을 구하기 위해 대학때 했던 밴드부원 친구들의 집을 방문한다는 이야기.



집 하나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는 요즘 시대에 영화 소공녀의 미소는 반기를 드는 것 마냥 집만 빼고 모든 걸 포기하지 않는다. 대학시절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면서 그들이 살면서 포기한 모든 것들을 미소는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더 큰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링거를 맞으면서까지 회사 생활을 하는 '문영(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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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식구들에게 치여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현정(김국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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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살 아파트를 장만했지만 이제는 대출금을 혼자 갚아나가야 하는 '대용(이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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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에 결혼도 못하고 부모님께 얹혀사는 '록이(최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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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남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자신을 숨긴채 살아가는 '정미(김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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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인 미소에게 가사도우미 일을 맡기면서 넉넉하게 살아가는 '재경(김예은)', 그리고 학자금 대출금을 갚기 위해, 미소와 함께 살 전셋집을 마련하기 위해 사우디 아라비아로 떠나는 미소의 남자친구 '한솔(안재홍)'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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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만 있는 친구들과 '집' 만 없는 미소. 모두들의 행복에 차이는 있겠으나 그 무게감이 다르다.


영화 소공녀는 청춘들이 기성세대들에게 강요당한채 수십년을 살아왔던 '꿈' 을 이야기하거나 먼 미래에 있어, 아련하여 눈에 보이지도 않는 흐릿한 '희망' 따위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현재', '지금', 그리고 '행복' 을 이야기한다. 남들 다 하니까, 다들 그렇게 사니까, 미래를 준비하고 개척하려 노력하고 자신의 인생을 바꾸려 결혼을 하고... 그 속에서 정작 자신의 삶과 행복을 온전히 쫓는 이는 미소 말고는 아무도 없다. 누군가에겐 부잣집으로 시집가서 아무 걱정 없이 사는게 행복이고, 누군가에겐 결혼이, 또 누군가에겐 전세자금대출로 얻은 집이 행복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소공녀에 등장하는 미소의 친구들은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책없이 눈 앞의, 지금 당장의 행복을 쫓으라 종용하지도 않는다. 영화 소공녀는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자신만의 소소한 행복에 눈을 돌려보라고 이야기한다.


방 한 칸이 없어, 친구들 집을 전전하는 지리한 삶을 사는 와중에도 행복은 도처에 깔려있고, 월세가 저렴한 쪽방을 기웃거리는 와중에도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은 언제나 내 곁에 있다.


누가 보기엔 한심한 인생일 지라도 또 누가 보기엔 한없이 부럽고 또, 또, 누가 보기엔 지나간 자신의 젊은 시절의 찌꺼기 처럼 보이는 삶이라고 해도 당당하고 힘차게 살아나가자고 당부한다.



행복에 대한 정의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숫자만큼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이 말만은 기억하자.



행복은 언제나 우리곁에 있다.




영화 소공녀는 전고운 감독이 직접 각본과 감독을 맡은 (상업영화로는)첫 입봉작이다. 소공녀 뒤로 줄줄이 나열되어 있는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몰라도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감독임엔 틀림없다. 얼룩덜룩한 청춘들(과 청춘이 끝난이들)의 군상을 종류별로 세세하게 그려냈지만 예상하지 못하는 지점에서 터져나오는 유쾌함과 코믹함은 종종 애잔한 미소의 생을 잊게 만든다. 영화를 보고나면 글렌피딕 위스키 한 잔과 담배 한 대가 생각나는 아주 좋은 영화다.






















+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와 더불어 그녀의 남자친구 한솔도 포함, 이 영화에는 좀 미친 조연배우들이 줄지어서 등장한다. 마치 일반인을 캐스팅한 것 같은 생활밀착형 연기를 보여주던 조연들. 내가 이래서 주연보다 조연을 더 사랑한다.

(특히 김국희, 이성욱, 이용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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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공녀의 영어제목은 'microhabitat', '미소(미생물, 곤충) 서식환경' 이라는 뜻이란다. 극중 주인공 이름도 미소. 센스가 좋다 못해 흘러넘치는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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