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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Apr 01. 2018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후기 쿠키영상 없음

스티븐 스필버그가 전 세계의 오타쿠들에게 보내는 헌사.

내가 오아시스를 만든 이유는 내가 현실 부적응자였기 때문이야. 하지만 현실은 차갑고 무서운 곳임과 동시에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지.





할리데이는 룰을 싫어했어.





넌 진짜 현실 속에 사는 게 아니야. 가상현실 속에서 대리만족을 할 뿐이지.





어떤 이들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고 단순한 모험 이야기라고 치부하지만 다른 어떤 이들은 껌종이에 쓰인 성분표를 읽고 우주의 비밀을 풀 수 있다.





현실은 진짜니까.













스티븐 스필버그가 전 세계의 오타쿠들에게 보내는 헌사.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좀 많이 대단한 영화다. cg 80%와 현실 20%를 섞은 영화라고 스필버그 본인이 밝혔지만 현실과 가상 공간의 경계를 허문, 기념비 같은 작품.



2045년, 음울한 미래를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가상현실(vr기기 필수!)로 접속하여 자신의 아바타로 자신이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오아시스' 라는 게임은 문자 그대로 '낙원' 으로 통한다. 어느날 오아시스의 창시자인 '제임스 할리데이(마크 라이언스)' 가 사망하며 유언으로 남긴, '오아시스 속, 세 개의 열쇠를 찾는 이에게 오아시스와 막대한 상금을 지불한다' 는 공지를 본 전 세계 오아시스의 유저들이 할리데이가 남긴 유산을 찾으려 혈안이 된다는 이야기.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80~90년대(그리고 현재까지)의 대중문화를 사랑했던 이들에게 스티븐 스필버그가 보내는 감사의 인사 같은 영화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보여준 예고편 등에서 밝혀진 막대한 만화-영화-게임 캐릭터들은 물론, 스필버그 자신이 창조해낸 캐릭터들까지 총출동하며 보는 재미를 선사하지만, '기-승-전-아타리' 로 끝나는 영화의 주요 얼개는 실제 스필버그가 젊었던 시절(26세)에 탄생한 세계최초 비디오 게임 회사였던 아타리의 덕후임을 스스로 인증한다.



그야말로 대중문화의 총본산 같은 레디 플레이어 원은 수많은 캐릭터들에 가려져 있지만 일개 루저가 기지를 발휘해, (거짓말 약간 보태면)세상을 구한다는 설정은 별로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눈부시도록 현란한 사이버 펑크의 현재진행형 같은 오아시스의 게임 설정과 80년대를 살았던 게임 제작자, 할리데이의 옛 발자취를 따라 문제의 힌트를 얻는 과정들은 기막히게 멋진 구성을 지니고 있고, 다소 유치할 것 같은 진부한 시퀀스 들도 '내가 작정하고 만들면 요정도는 해.' 라고 하는 것 같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장인정신과 sf에 대한 철학, 그리고 대중문화를 이정도로 사랑하고 있다는 애정도를 과감하게 보여줌으로써 전혀 낡게 느껴지지 않는, 관객의 마음과 넋을 완전히 나가게 하는 괴물같은 영화다.



물론 나도 80년대와 90년대, 그리고 2000년대로 접어들며 끊임없이 변모하던 대중문화예술을 보고 듣고 만지며 자라왔기에, 매 씬마다 절절하게 감동하며 레디 플레이어 원을 즐겼다. 영화 속에서 오아시스의 아버지인 할리데이가 '내 게임을 즐겨줘서 고맙네' 라고 하는 대사는 마치 스티븐 스필버그가 자신의 영화를 봐줘서 고맙다고 팬들에게 전하는 말 같아서 정말 가슴이 벅차올랐던 기억이다.


왜 이 영화가 2018년 블록버스터 시즌에 개봉하지 않았는지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았지만 스토리, 영상미, 인용된 게임 캐릭터들... 어느 것 하나 이유없이 쓰인게 없는, 아주 멋진 영화다.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영화를 만들어준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정말 3,000배라도 올리고 싶을 지경이다.

(나는 쥬라기 공원-1993- 을 태어나서 처음 주말의 명화에서 본 날, sf 장르를 사랑하게 됐다)
























+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등장한 주요 캐릭터들과 인용된 메카닉들을 살펴보자.


영화의 주인공인 '웨이드 오웬 와츠(파시발 / 타이 쉐리던)' 가 오아시스 속에서 타고 다니던 차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에 참여했던 '빽 투더 퓨쳐' 시리즈의 '드로리안' 이라는 차다.





빽 투더 퓨쳐 2에서 하늘을 하는 버젼이 등장하는데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도 똑같이 재현하는 디테일을 보고 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위의 콩역시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킹콩의 그녀석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직접 연출했던 쥬라기 공원의 진짜 주인공, 티라노 사우르스는 쥬라기 공원 1편에서 했던 모션(차량을 머리로 들이박거나 차체를 물어 뜯는)까지 똑같이 취하면서 고전 팬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그리고 나이트 메어 시리즈의 핵심인물인 프레디 크루거, 사탄의 인형 시리즈의 주인공인 처키를 비롯, 게임 캐릭터나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등장하는데, 조커, 할리퀸, 배트맨, 아이언 자이언트, 아키라에 등장한 카네다의 빨간색 바이크, 기동전사 건담의 건담(RX-78 / 퍼스트 건담), 카우보이 비밥의 소드피시, 툼레이더의 라라 크로프트, 스트리트 파이터의 춘리, 류, 블랑카, 사가트, 오버워치의 트레이서, 헤일로의 마스터 치프, 듀크 뉴켐 3D의 듀크, 마하 GOGOGO(스피드 레이서) 의 자동차 마하 5, A 특공대의 승합차, 매드맥스의 주인공 맥스의 자동차 인터셉터, 1960년대 tv 시리즈인 배트맨의 배트모빌, 그리고 간달프, 오스트리치 워리어, 디지 왈린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운 온갖 문화들의 아이콘들이 찬란하게 영화를 빛내고 있다.


나머지 것들은 나무위키에서 확인해 보도록 하자



            



제작진 측에서는 끝내 판권을 사들이지 못한 울트라맨과 스타워즈 시리즈에 아쉬움을 표했지만 저 무수히 많은 캐릭터들의 판권 확보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지닌 상징성과 네임벨류 덕에 아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디즈니가 마블을 인수한 덕에 마블 캐릭터는 1도 등장하지 않은 것인가!!)















++

영화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을 비롯해 크리스토퍼 놀란(극중에서 악당 보스의 이름이 '놀란 소렌토-벤 멘델슨-' 임),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60초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아이템인 저메키스 큐브) 등 평소 스필버그와 친분이 있거나 라이벌 구도(?) 에 있는 감독들의 이름이나 작품들이 재미있게 등장한다. 특히나 놀라웠던건(?), 소렌토의 아바타가 힘과 영웅의 상징인 DC코믹스의 슈퍼맨이라는 것. 옷은 클라크 켄트의 것인데 얼굴과 몸은 슈퍼맨이라는 설정도 참 재미있다.













+++

나 역시 영화 샤이닝을 보지 않았다(두둥-).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시퀀스들을 여러 매체에서 접했던 터라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패러디 된 장면들이 샤이닝의 어떤 장면들인지 딱 봐도 알 정도. 이번 기회에 꼭 감상에 성공해 보자(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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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쿠키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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